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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유너머N 2017 겨울강좌

 

《김시종: 어긋남의 존재론, 혹은 잃어버린 존재를 찾아서》 강사인터뷰 1탄

 

인터뷰 정리: 병석

 

 

 

Q1. 먼저, 강좌 제목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강의 제목이나 강의 계획서에서 사건의 어긋남, 감각의 어긋남 등 수많은 ‘어긋남들’이 언급됩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 키워드가 ‘어긋남’ 인 것 같다고 느꼈는데요.  앞으로 강의에서 펼쳐질 어긋남과 존재론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강의 제목을 ‘어긋남의 존재론’이라고 했는데, 강의 주제는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존재론이라고 하면, 때 하이데거부터 여러 가지 존재론적 입장이 있습니다만, 김시종 시를 읽어보면 ‘있다’라는 말을 특별하게 염두에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실제로 제가 김시종 선생한테 이것을 물어봤는데 본인도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어긋남에 꽂혔던 이유는 《광주시편》에 수록된 시 <빛바랜 시간 속>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그 시편의 첫 문장이 “거기에는 언제나 내가 없다”예요. 하이데거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지요. 왜냐하면 하이데거의 ‘다자인Dasein’이란 말은, <존재와 시간>에서는  ‘현존재’로 번역하지만, 직접적인 의미는 ‘거기 있음’이라는 뜻이지요. 거기da라고 하는 것은 존재의 위치, 존재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물음이 던져지는 곳이며, 존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의미심장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거기 있는 자로서의 인간을 하이데거는 다자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김시종 선생은 “거기에는 언제나 내가 없다”라고 표현합니다. 거기에 내가 없다는 말은 거기에-있음이라는 하이데거의 개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거지요. 그 문장은 광주 항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거기에 없었다는 사실을 1차적인 지시적 의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들의 어긋남을 말하고 있긴 한데, 단지 그것만은 아닙니다. 김시종 선생의 전기적 사실을 안다면 왜 이렇게 썼을지 짐작할 수 있지요. 1945년 8월 15일까지는 그가 황국소년이었다고 합니다. 하여, 실상 해방이라는 사건이 닥쳤는데도 그것은 그에게 해방이 아니라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일본과 천황의 패배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방이라는 사건에 자기가 없었던 거예요. 그런 사태가 그의 삶을 통해 반복됩니다. 해방이라는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닥쳐온 것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암흑 속에 자신이 빠져버리는 경험이었지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사태에 처해버리는... 그런 의미에서 “거기에는 언제나 내가 없다”라는 말은 존재론적 의미의 각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없는 것, 혹은 존재자와 존재의 어긋남, 이것을 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거꾸로 김시종 선생에게는 어긋남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 계기가 된 것이고, 저는 이러한 어긋남이야말로, ‘거기에-없음’이야말로, 존재에 대해 눈을 돌리고 질문을 던지게 해주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이런 어긋남이야말로 여러 가지 층위에서 반복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강의는 어긋남이라는 개념으로 김시종 시를 존재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보려고 합니다.


                                

 

 

 

추가질문 Q. 그렇다면 <잃어버린 존재를 찾아서>라는 강좌의 부제와 어긋남의 존재론은 어떤 관계를 가질까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해방이라는 사건 속에서 자신이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존재자로서는 그 사건 속에 있는 거지요. 그럼에도 자신이 서있는 거기에는 존재가 없었던 겁니다. 존재에 빛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대체 뭐지?” 그리고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이 맞나?” 라는 의문이 들 때 존재는 어둠속에 들어가 버린 거고, 이것을 존재를 잃어버린 채로 살아왔다고도 표현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어긋남이라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는 각성, 거꾸로 그러한 어긋남이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출발점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서 <잃어버린 존재를 찾아서>라는 강의 부제를 달아 봤습니다.

 


 

 

Q2. 올해 선생님께서는 일본 니이가타에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혹시 김시종 시인을 만나보셨는지요? 만일 만나보셨다면, 시인과의 만남에 대한 선생님의 감상이 궁금하네요.

 

 

                    

 

  김시종 선생을 실제로 만났지요. 《니이가타에서 『니이가타』를 읽는다》라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제가 거기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실제 김시종 선생을 만나는 일에 대한 저의 심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왜냐하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생전에 직접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당연히 어떤 기대감 속에 가게 된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기대는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예술가와 예술, 시인과 시가 별개인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도 있고, 철학가와 철학이 별개인 경우 또한 왕왕 있죠. 김시종 시인의 경우에는 4.3 사건으로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단신의 몸으로 밀항에서 망명했고, 거기에서 조총련하고 관계가 틀어져서, 시집도 10년 동안 낼 수 없는 환경에 처하는 등 계속 고생을 하면서 살아오셨지요. 이런 일들을 겪은 사람이라면 날카로워져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 쉬워요. 이러한 맥락에서 김시종 시인을 만나는 일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니이가타에 가서 김시종 시인과 식사도 하고, 세미나를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제가 가졌던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김시종 시인은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유머가 넘치는 분이셨어요.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런 일도 있었죠. 그 분은 식사 때마다 반주를 하신대요. 그래서 본인이 직접 사들고 오신 술을 제게 따라주시면서 다음과 같은 농담을 건네더군요. “일본 술을 마실 때 일본 사람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그의 유머와 여유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도 여러 번 계속 만났는데 그는 굉장히 솔직하고, 자신에 대한 이견과 비판을 받았을 때조차, 즉시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나름대로 받아들이시더군요. 그건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선 보기 힘든 태도지요. 이런 점에서 ‘이 분은 나이가 아직 덜 드셨구나.’라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그래서 김시종 시인과의 만남은 굉장히 좋았던 경험으로 제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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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소개: 이진경

수유너머N 회원. 서구의 주거공간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철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영화, 수학사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혼종적인 잡학의 생성지대를 만들고 있다. <불교를 철학하다>, <파격의 고전>, <삶을 위한 철학수업>,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외부, 사유의 정치학> 등의 책을 썼다.

 

 

강사 인터뷰 제 2탄에서 이진경 선생님이 김시종(의 시편들)에 어떻게 빠져들게 되셨는지,

그리고 우리 수강생들은 김시종(의 시편들)을 왜 만나야 하며, 어떻게 만나게 될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강사 인터뷰 2탄은 요기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nomadist.org/xe/Nzine/2436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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