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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토론회] '기계와 인간의 새로운 공동체를 위하여' -후기

                                                                                                                                                              최유미


제가 발표자로 참여한 토론회의 샐프 후기를 씁니다.

마슈미가 말하듯이 "인간의 모든 변천에 대해 비인간이 내재"하는 이슈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후기는 질문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전면적인 전자제어식 자동화는 자본주의적 환경에 특화된 과진화사례라는 저의 주장에 대해서

반론들이 있었습니다. 전면적인 자동화를 과진화로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느냐 (충한) 문제제기와 그것은 노동의 분업화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쿠다)는 문제제기인데요...


전면적인 자동화가 기술의 진보된 형태이냐를 말하는 것이냐에 대해서 저는 좀 부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완전한 자동화라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공장이란 것이 아무리 작업이 딱딱 정의되어져 있는 하나의 체계라 할지라도, 그 체계로 정의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완벽하게 닫힌 체계라 생각한 산수도 궁극적으로는 그 체계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괴델이 증명한 바가 있습니다. 튜링은 이 문제를 계산 가능성의 문제로 증명했죠. 완전한 자동화란 계산 가능성으로 모두 환원될 수 있어야 실현됩니다. 계산 가능성이란 알고리듬화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알고리듬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튜링이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자동화모듈에 탑재되어 있는 알고리듬이 공장이라는 체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생산 라인에 참여하고 있는 인간은 결국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잔여의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 불가능한 문제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통밥과  감각(sense)로 말이죠. 전면적인 자동화는 결국 이런 계산 불가능한 문제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엔지니어들이 입에 달고사는 소위 "트레이드 오프"를 하고서 말입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완전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 자본주의적 생산도식에 과진화된 사례로 전면적인 자동화를 든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충한이 지적한 것처럼, 공장자동화에 사용된 다양한 기술적인 요소들은 또 다른 앙상블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앙상블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 자동화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엮여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의 문제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기술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조절에 왜 반드시 인간이 개입을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하느냐 그것은 또 다시 인간의 능력을 과도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 라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희국). 또 기술적 대상이 발생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의도와 목적에 무관한 것은 아닌데, 존재론적 평등성을 말할 수 있느냐(한샘)의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기계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계와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따져 보면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당연이 기계는 필요와 목적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근대 발명의 역사에서 처음부터 목적이 명확했던 경우가 드물고 대개는 이러저리 하다 보니 새로운 계열화를 구성하게 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계열화가 인간에게 유용하다면 인간은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개선시키려 하겠죠. 인간의 개입이나 조절은 바로 이런 계열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계열화에 참여하게 된 기술적 대상들의 입장에서 봅시다. 기술적 대상들 속에는 지금 현재 기계로 구동되고 있는 그런 식의 계열화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포텐셜들로 꽉 차 있습니다. 어떤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배열로 구조화될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것이죠. 기술적 대상에게는 현재의 계열화가 에너지 적으로 임시적인 안정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계열화에 참여되어 있는 것이지 인간의 목적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스스로 그 계열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죠.  사이버네틱스가 간과한 것은 현재의 계열화가 최종적인 것이라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살아있다는 의미를 현재의 계열화를 유지하는 능력이라 생각한 거죠. 그런데 시몽동은 살아있다는 것은 현재의 계열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계열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봤다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인간의 개입이나  조절의 필요는 기술적 대상에게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계열화를 주장하기 위해서 지, 인간이 우월하기 때문에 인간만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몽동은 추상기계를 조악한 기계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튜링의 만능튜링기계를 조악하다고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충한)

 

물론 튜링의 만능튜링머신은 완벽한 이론적 고안물입니다. 지금의 컴퓨터의 이론적 도식도 당연히 튜링머신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물질세계에 번역될 때, 즉 실제 컴퓨터를 만들 때는 그 도식만으로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기계를 만들 수밖에 없겠지요. 아마 작동이 전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그 속에는 어떤 물질성도 고려되어 있지 않고 핵심적인 동작의 정의만 되어 있습니다. 기술적 대상이 구축된다는 것은 물질성 사이의  포텐셜들 속에서 어떤 해를 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단지 이론적 고안물만으로는 부족하고,  거의 발명의 수준으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추상은 물질성을 사상하기 때문에 편리한 면도 있고 개념화시키기도 좋습니다. 그러나 물질세계에 번역이 될 때는 새로운 문제의 장이 펼쳐집니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로 많이 생각해 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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