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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N 2017 겨울강좌



실천철학으로서의 해석학

―리코르 해석학의 주체,언어,시간― 

박준영 선생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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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 박준영

수유너머N 회원. 철학사와 철학원전 텍스트들을 위주로 세미나와 강좌를 열어왔다. 

전공은 철학이지만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관심사는 들뢰즈와 리쾨르의 철학을 비교함으로써 

사건의 철학과 해석학이 만나고 분기하는 지점을 밝혀보는 것이다. 

주체에 관해 쓴 논문들 몇 편이 있고, 리쾨르의 <해석에 대하여>를 공역했다. 


 






Q. 강의 제목과 부제가 무시무시합니다^^;  리쾨르란 사람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리쾨르는 1913년 프랑스 발랑 출생의 철학자입니다(2005년 사망). 큰 틀에서 보면 그는 기독교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현상학을 공부하였으나, 점차 해석학으로 이동하였지요.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계에 관해서는 강의에서 말할 것입니다. 리쾨르는 대체로 조용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푸코나 들뢰즈처럼 달변가도 아니었고, 혁명적 발언을 내세우지도 않았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를 보수적인 신학자처럼 보아서는 매우 곤란합니다. 그는 평생 사회와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철학과 해석학적 철학을 혼동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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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리쾨르(1913~2005)




재미있는 것은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야 비로소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인데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철학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프랑스의 경우 이런 관심은 꽤나 늦은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등사범학교 입시에서 철학은 낙제점을 받는 수모를 당합니다. 재미있지요? 하지만 리쾨르는 성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의 포로수용소에서 틈틈이 후설의 『이념들』을 완역한 일화는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흔히 리쾨르는 당대의 조류를 거슬러 갔던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절반만 타당합니다. 물론 그가 프로이트 그리고 구조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과는 달리 ‘인격철학’이나 ‘영미언어철학’ 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천착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을 보면 당대의 조류를 하나 빠짐없이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요컨대 ‘거슬러 간 것’이 아니라 ‘종합’한 것이지요. 한 마디로 리쾨르는 ‘종합적 정신’을 가진 당대의 보기 드문 철학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해석을 우리는 늘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를 읽고 의미를 독해하고, 시, 소설을 읽고, 연구실에서는 어려운 철학 저작들도 세미나를 하며 해석을 합니다. 지하철에서는 화장실 기호를 해석해서 찾아갑니다. 해석학에서 말하는 해석이 이런 뜻의 해석일까요? 해석학은 학문의 대상과 관련한 구분입니까, 아니면 학문을 하는 방법론과 관련한 구분입니까?

 

해석학은 ‘대상’과 ‘방법론’을 모두 의미하지만, 그것은 매우 협소한 틀입니다. 해석학은 어떤 ‘구분’이 아니라,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 실존의 기본적인 조건으로서의 ‘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학문’이 대상과 방법론을 가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알려고 합니다. 물론 해석학은 ‘텍스트’를 중시하며, 그것을 매개로 ‘세계’를 보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상과 방법론을 ‘포괄’하지요. 그러나 여기서 그친다면, 그것이 실존의 기본적인 조건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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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가운데에서도 늘 이루어집니다. 이럴 경우 일상은 의식적인 해석의 과정 안에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러나 거기에는 ‘의식적인 과정’이 아닌 어떤 ‘잠재적인 과정’도 존재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잠재적인 과정의 기호를 해석하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때야 비로소 해석은 ‘실천’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화장실에 붙어 있는 기호나, 일상적인 해석과정은 그러한 실천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세미나에서의 해석도 그러합니다. 일상적이며, 틀에 박힌 해석이 아니라, ‘세계’를 만나게 하고, 나아가 ‘세계’를 만드는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이제부터 해석이 아니라 ‘사건’이라고 불릴 수 있겠지요. 이와 관련된 예들을 강의에서 이야기할 작정입니다. 

 








Q.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란 맑스의 명제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해석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것만 같진 않습니다. 이에 대한 메타 학문인 해석학은 어떤가요? 해석학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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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저 테제(Die Philosophen haben die Welt nur verschieden interpretiert; es kommt aber darauf an, sie zu verändern.)에서 ‘그러나’(aber)는 다시 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주장인데요, 이건 강의 때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간결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해석과 (변혁적) 실천을 적대적인 관계로 보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자기모순이며, 결국에는 실천의 무능을 은폐하게 되는 이데올로기 효과, 즉 ‘교조주의’를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해석학은 ‘교조주의’와는 상종조차 하기 싫어합니다. 해석학은 여러 해석들의 갈등과 분화, 투쟁과 종합을 바라보는 철학입니다. 그렇다고 해석학이 ‘메타’적이진 않아요. ‘메타’란 의미를 ‘-후에’라는 의미로 쓴다면, 더욱 그러하지요. 해석학의 ‘해석’은 때로는 ‘-후에’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대의 해석적 ‘상황-조건’과 함께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올바른 ‘종합’도 가능해 지는 것이구요. 리쾨르의 철학작업 자체가 그러한 당대성을 드러냅니다. 그의 저서들은 최신의 학문적 성과와 역사, 정치에 대한 실천적 관심이 텍스트 해석과 늘 함께 갑니다. 


이런 측면에서 해석학은 우리 자신과 세계를 보다 정교하게 반성하게 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응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알고 보면 이 응답은 ‘나-세계’라고 했을 때, 그 하이픈(‘-’)이 드러내는 긴장과 거리를 가늠하게 만드는 어떤 ‘개념’입니다. 그 개념은 때로는 전통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드물게는 ‘발명된 개념’이기도 하지요.  







Q.해석학은 현대 철학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가령 현상학으로 구획되는 후설, 하이데거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까. 해석학은 혹은 리쾨르는 현대철학자들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나요? 


이 내용도 강의에서 말할 작정인데요, 간략하게 말해 보도록 할게요. 우선 리쾨르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구조주의나 포스트 구조주의 조류와는 약간 비켜서 있었습니다. 오히려 리쾨르는 이 현대적 조류들을 전통과 조화시키려고 노력했지요. 후설의 현상학은 리쾨르 철학의 지반입니다. 그러나 리쾨르는 프로이트를 연구하면서(『해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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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현상학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리쾨르가 보기에 후설의 현상학은 너무 자아중심적 의식철학이었지요. 그러면서 하이데거를 통해 해석의 의미를 깊게 파악하게 됩니다. 해석은 자아 너머의 ‘세계’를 전유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전유를 통해 ‘자기’(the self)를 재전유하게 됩니다. 이것을 ‘순환’이라고 하는데요, 리쾨르는 이 순환의 과정에서 영미언어철학과 프랑스 구조주의 그리고 헤겔,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거의 전철학사를 횡단합니다. 물론 이 와중에 들뢰즈 등 현대 프랑스 철학자, 그리고 맑스와 일견 불가사의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 불가사의한 관계를 풀어 보는 것이 이 강좌의 가장 흥미진진한 모험이 될 것입니다.   





Q.강의 전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늘 하는 말이지만, ‘원전’이외의 책들은 별로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아요. 특히 리쾨르와 같이 철학사적 맥락에 제대로 자리잡기 이전의 현대철학자들은 해설서들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보실거면, 리쾨르의 논문을 엮은(리쾨르가 서문을 써서 내용을 인증했지요), 『해석학과 인문사회과학』(존 톰슨 편집)이라는 훌륭한 개설서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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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설서가 필요하다면, 정말로 낮은 목소리로 간략하게 저술된 책이 괜찮습니다. 이를테면, 『해석의 영혼, 폴 리쾨르』(칼 심스 지음) 정도가 있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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