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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워크숍

폭력에 대한 저항과 언어

조회 수 591 추천 수 0 2015.01.12 14:40:14
다케시 *.128.122.25

지난 금요일에 나왔던 의문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로 어떻게 폭력에 저항하겠느냐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조금 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말이

부족했던 것 같아 몇 자 적어 봅니다.

 

폭력에 저항한다고 할 때 물리적인 폭력이 눈앞에 닥친 상황만을

상상해서 논의하기 쉬운데,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렇게 되기 전부터

폭력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고, 거기에 '예감'이라는 감각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감이라는 감각은 우리가 가져야 할 특별한

감각 같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항상 이미 느끼고 있는 그런 감각입니다.

누구나 폭력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에 애써 그것을 외면하며 그 대상이 되는

위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도 하고, 또 방어태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픅력을 예감하면서 우리는 이미 폭력과 대치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폭력을 예감하는 가운데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외면하고 굴복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 셰게를 구성하고

있는 언어입니다. 언어에 의해 저항이 미리 진압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폭력에 맞서기 위해 무장하기 시작할 때(뭐, 무장이라고 거창한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 길 가다가도 갑자기누군가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감 속에서 칼을 들고 다니기 시작한다든지), 언어를 통해 분절된 이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할까요?

폭력의 문제란 그 순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것이 순간만의

문제라면, 절대소수가 절대다수를 자배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존재할 수도 없겠죠. 지배가 가능한 것은 사람들이 폭력을 예감하며 그

폭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예감된 폭력을 어떻게

언어화하느냐가 됩니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힘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폭력에 굴복한다는 선택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패배의 합리화!

그런데 굴복을 하면서도 합리화되지 않는 잔여, '식은땀' 같은 것은 남을

수 있습니다. 거기서 다른 언어, 패배를 합리화하는 언어가 아니라 저항의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미리 폭력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자연발생성'으로 보이는 것에 이미 방어태세를 취한

신체가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너무 길어졌으니 일단 이 정도로 하고, 다음에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큰콩쥐

2015.01.12 21:44:33
*.209.152.157

*^ ^* 후지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물리적 폭력이 코앞에 닥친 상황을 언급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큰콩쥐입니다~

겨울밤은 깊어가고 살아남은 우리들은

'예감'이라는 감각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한 논의하지 못한 채 아쉽게도 워크샵을 마쳐야 했지요.

이렇게 쟁점이 되었던 내용을 정리해 주시니

제가 던졌던 질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압도적인 폭력에 신체가 노출되는 과정을 (그것도 상당히 몰입하여) 상상하다보니

불가피한 폭력과 마주한 찰나에 한정해서 언어의 무(기)력함을 언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에게 가해질 지도 모르는, 아니면 가해자가 될 지도 모르는 대기상태에서

'식은 땀'을 흘리는 사태는 이미 시작된 것이고

그렇다면 폭력 또한 이미 작동되고 있었을텐데 말이죠.


저항의 가능성으로서의 잠재력이, 폭력에 대한 철저한 수동성에 항상 깃들어 있다는 저자의 언급과

방어태세에서 예감된 폭력을 어떻게 기술해야 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묻는  저자의 의도는 

한편으로는 매우 유의미하여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이런 식의 논의가 설명해 줄 수 없는 부분들, 간과하는 지점들이 있다는 생각이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시체 '옆'이라는 위치에서 예감이라는 감각이 갖는 가능성은

살해한 쪽과 살해당한 쪽으로 찢겨지면서 거기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는 이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을 감지하는 것이 두려움인 동시에 새로운 관계성이라고  저자가 말했던 부분이나

예감한 폭력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는 부분일 수도 있겠고요. 


이러한 논의가 소거된 상태에서는 그저 '살아남음'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싶습니다.

방어태세를 취한 신체와는 달리, 폭력에 맞서 죽음으로 뛰어들어 찢겨진 신체도 있습니다.

육체의 최종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죽음으로 기꺼이 뛰어들어감으로서 진정 실존할 수 있었던 자들,

죽음으로서만 비로서 살 수 있었던 사람들,

즐비한 시체들 옆에서 또 하나의 시체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에 대해 그저 '죽었으니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식의 태도는

그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저항의 가능성 또는 

그러한 죽음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에게 생겨난 변화/저항의 가능성을 무화시켜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폭력을 예감한다는 감각만큼이나

이미 자행된 폭력에 대한 사후적인 감성(사물을 감각하는 방식)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텍스트의 논점을 벗어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요.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 나가면서 여러분들과 좀 더 깊이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케시

2015.01.13 11:00:31
*.143.201.60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된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은 아마도 삶/죽음의 문턱에 있지, 삶이나 죽음이라는 이미 결정된 곳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도미야마가 주목하려고 하는 지점은 '죽음으로 뛰어든' 그 순간, 죽을 수 있지만 아직 죽지 않은 그 순간에 펼쳐지는 세계,

봉기의 순간이 지니는 잠재력에 있고, 그것을 결과로 환원하지 않고 어떻게 사유하고 서술할 수 있을까 하는 데에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되는 지점도 있겠죠. 시체가 된 이들을 시체로 보는 것은 그들의 행위를, 그들이 봉기의 순간의 보았을 또

다른 세계를 결과로 환원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미야마는 결코 겁쟁이어야 된다, 도망가야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겁쟁이가 강한 결의로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겁쟁이인 채 봉기를 일으키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려고

하기 때문에 겁쟁이를 자꾸 강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이 부분은 본인한테 직접 질문하는 게 좋겠네요).

시체가 된 이들을 특별한 존재로 보지 않고 바로 나의 모습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상상하면서 떨리는 내 몸부터

출발해야겠죠. 이런 수동성을 부인하지 않고 봉기를 사유하는 것이 우리의 화두가 아닐까요?

큰콩쥐

2015.01.13 11:24:53
*.209.152.157

ㅠ ㅠ 아... 그렇군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가능성을 탐색하는 지점이 달랐나 봅니다. 

죽음과 봉기의 순간이 지닌 잠재력을  

결과로 환원하지 않으면서 사유하고 서술하는 방식에 대해서

그리고 수동성을 부인하지 않는 상태에서 가능한 봉기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남은 워크샵 기간동안 함께 모색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던져주신 화두 감사합니다!!!  *^ ^*

 

은근

2015.01.13 22:53:26
*.229.49.141

지난 세미나 때,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학생혁명군과 진압군의 치열한 전투가 끝난 다음날, 피로 물든 거리를 닦으며 부르던 아낙네들의 숨가쁜 멜로디..

진압이 시작되었을 때 모두 문을 닫고 숨었던 그들은 봉기가 시작되었을 때 거리로 나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함께 부르며 전진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죽은 이들이 모두 살아나 함께 노래 부르죠.


어려운 말로 설명은 못하겠고 ㅎㅎ;; 

영화에서의 인상들이 오버랩 되었던 감상을 덧붙혀 봅니다.


금요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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