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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워크숍

수유너머N 제 6회 국제워크샵 <유체도시를 구축하라> 이와사부로 코소 2번째 강연 후기

  

 

글/ 화니짱, 사진/ 화

 

 

2월21일 오늘은 고대하던 국제워크샵 둘째날이 있는 날입니다.  어제는 '뉴욕점거의 지평'이라는 주제로 점거행동에서 총파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시민중의 움짐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코소상의 책『뉴욕열전』을 중심으로 '도시와/의(against/of) 투쟁' 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7시 30분, 사회자 최진석님의 멘트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참석자는 40여명정도로 거의 100여명이 참석한 첫째날의 뜨거운 열기에 비하면 실망스러울수도 있지만, 덕분에 참석자 모두 대강당(?) 내부에 착석하여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참석자는 국제워크샵 사전세미나 참가자, 수유너머 회원들,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일본분들 위주로 좀 더 집중도 있는 워크샵이 진행된 것 같습니다. 

 

 진석형 사회로 시작.jpg 앉아있는 청중 전면모습.jpg

 

오늘은 코소상의 의견대로 어제와 같이 긴 강의후 짧은 질문 방식이 아닌 강의를 짧게하고 토론을 길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래서 후기담당자인 저도 토론내용 위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자세한 강의내용은 유심님의 속기록을 참조해주세요. (강의 내용은 제가 이해한대로 필기한 것이기 때문에 유심님의 속기록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 강의 내용 -

 

'치마타'라는 개념을 사용한 이유

도시를 보는 하나의 구체적 프레임은 치마타=거리라고 부르는 운동성이 살아있는 장소로서의 도시와 두 번째는 물질적 구축물로서의 도시로 양분하여 보는 것이다. 그걸 간단한 단어로 명칭하면 누각 대 거리, 물질적 구축 대 사회적 구성, 자본주의적 개발 대 이민운동(민중투쟁)의 관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치마타(거리)라는 개념에 집중해서 도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어적인 어감으로 봤을 때 치마타란 사람이 집합하는 장소에서 생겨나는 교류, 소통을 포함한 뜻을 가지고 있다. 건전한 시민사회와 공공공간이 도시의 물질적 구성과 올바르게 엮여서 생겨난다는 지점에서 그리스적 ‘광장’의 이상형과 비교해서 이야기해볼 거리가 있다. 그 이상형이 자본주의적 개발에 따라 현실성을 지니지 못하게 됐고 그래서 광장보다는 치마타라는 개념이 실재적이라 생각한다.

 

권력의 폭력으로서의 도시화

그러나 오늘날 도시화는 권력의 폭력으로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를 재해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재해자본주의라는 것은 재해를 이용하여 오히려 재개발을 통한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폴 비릴리오는 자본의 구축이 더 이상 불가능했을 때 오히려 재해를 창출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즉 9.11은 마천루의 발명인 것이고, 3.11은 전력수요를 날조하는 군산체제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파국의 가능성은 개발의 폭력성 속에 항시 그 본질로 잉태되어 있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금요일 저녁때!) 이러한 현상은 낭만주의의 종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즉 무한한 산업화, 도시화를 뒷받침해주었던 무한히 퍼주는 어머니대지가 지칠줄 모르는 과소비와 탐욕에 지친 나머지 태풍과 지진을 통해 그러한 무한발전을 분노로 저지하기 시작했다. 거기엔 과도한 인공적 발전을 저지하는 자연의 숭고한 면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숭고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즉 나무와 물등에 방사능물질이 스며들어가 자연의 숭고가 방사능의 분신이 돼가는 지점, 그건 자연과 인공이 연결되는 절대적 연관성의 세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도시화에 대한 민중의 투쟁

이러한 비참한 측면에서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도시화가 민중의 투쟁이다. 민중의 투쟁에 대하여 몇 가지 핵심주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민중은 투쟁의 주체라고 말하는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이야기다. 그들은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멀티튜드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민중이란 오히려 그것을 가능한 실체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건 오히려 잠재성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들뢰즈 가타리가 군중에 대비한 개념으로 사용한 ‘무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집단은 네트워크는 물론 신체적 접촉을 요하는 집단이다. 또한 수직적 관계에 기반하지 않기에 횡단적인 결합(간 젠더, 계급, 인종 등등)을 통해서 결성된 민중인 것이다. 이러한 민중의 모습은 투쟁에 있어서도 다종다양성의 전술을 사용하기에 기존의 운동권과 큰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체적 추세를 만드는 것은 주의나 주장, 특정한 유능한 리더집단이 아니고, 간-운동적, 집단역능(지성)의 작동들이 민중의 운동성에 내포해 있다. 그런 운동의 특이점으로서의 민중의 존재론, 투쟁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두가지 뉴욕론(그의 저서『뉴욕열전』,『유체도시를 구축하다』을 뜻함.)을 쓰게 되었다.

 

국가(미국)와 도시(뉴욕)의 오묘한 관계

거기에 더해 뉴욕의 고유성이란게 중요한 토대로 작동했다. 여기서의 관전포인트는 국가(미합중국)와 도시(뉴욕)의 관계이다. 물리적으로는 국가에 내포되어있으면서도, 뉴욕은 사회관계의 장으로 볼 때 미국이라는 국가적 장을 초월한다. 어떤 면에서 볼 때 뉴욕은 미합중국에 항상 투쟁해왔다. 선주민 배제, 노예 노동의 도입, 식민지 주민과 이민자들을 통한 발전이라는 지점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에 도전적인 의문을 던진다. 미합중국이라는 토지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벽의 의미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서 근원적으로 비판을 던져야 할 지점은 (서양 식민지에 의해) '영토화 된 대지'라는 것은 ‘지구와 같이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공재가’ 사유화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월스트리트 등에 실제로 존재했던 벽의 의미를 살펴보자. 이러한 벽은 식민지 주민의 거리지구와 지배적 거주민을 갈라놓기 위한 벽이었다. 그러한 벽은 반대로 공동체 공간과 거리(치마타)라는 공간을 출현시키기도 하였다. OCCUPY WALLSTREET 투쟁은 그 벽을 직격한다는, 그 중추를 치는 투쟁이다. (식민지적 출발점으로서의) 국가적 정체성을 타격한다는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는 것이다.

 

 

-토론시간-

 

처음 밝힌데로 토론을 위하여 강의를 일찍끝내고 쉬는시간을 가졌는데 그때가 8시40분경이었습니다. 굉장한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의 책표지 사진과 다르게, 실제로 만난 코소는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졸고있으면 죽비로 때릴 것 같은 엄한 스님같은 느낌) 사실 저는 토론시간이나 뒷풀이때 서툰 질문을 하기가 살짝 무서웠습니다. 진지한 질문보다 "왜 머리를 스님처럼 짧게 밀고있냐?" 와 같은 이런 시덥잖은 질문들을 하고 싶던 저였더랬죠. 

 

 생각하는 사부상.jpg 사부상의 진지한 모습.jpg

 

토론시간이 되자 도리어 코소상이 먼저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져 역습을 하였습니다. “내 책을 핀 직후, 읽는 것을 도저히 멈출정도로 재미있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우리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린채 토론을 시작하였습니다. 

 

첫 질문은 국제워크샵 사전세미나의 반장이었던 일환님이 시작했습니다.

 

질문1

“ (일환) 도시화라는 것을 다중다양성, 이질성으로 설명했는데, 그런데 다종다양성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동일성이라는 것에 끊임없이 포섭이 되고만다. 가령 서울에서는 홍대라는 곳이 다종다양하고 이질적인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곳이 점점 상권이 발달하며 자본이 발달하여 세입자들에게 높은 월세를 요구하며 다종다양한 문화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쫓겨나고, 비싼 세입비를 지불할 수 있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저 지점 내지 거대자본만이 그공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동일성의 저항의 지점에 있어서 그 공간에 붙어서 어떻게 다종다양성을 계속 창출할 수 있을까?”

 

일환이의 첫질문.jpg 설명하는 사부상.jpg

 

“ (코소) 그러한 과정은 도시의 흥망성쇄의 과정인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변화해가는 자연의 순리와 비슷한 점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흥망성쇄의 이유 자체에 대해선 내가 답할 수는 없다. 투쟁의 방법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몇 가지 서술했지만 책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뉴욕의 예를 들자면 완벽하게 성공한 사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맨하튼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는 두 가지 큰 움직임이 있다.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에서 금융가의 지배에 저항하는 운동(OCCUPY WALLSTREET)이 그 하나일 것이다. 2번째 방법은 장기스쾃인데 처음부터 장기스쾃을 목적으로 삼고 점거를 하기보다는 예비점거의 단계를 거치는 게 나을 듯 싶다. 즉, 예비점거를 통해 공간을 빌려 사용하며, 공동체성으로서의 공간의 적합성을 시험한 이후, 소프트스쾃을 통해 (주인의 동의를 얻고) 3개월 정도 실험적인 시도를 이것저것 해보고, 그 다음 하드스쾃으로 옮긴다. 장기점거를 처음부터 하는 게 아니라 2주 1달 서서히 늘려나간다. 적어도 3단계를 거쳐 장기스쾃으로 이동하는 것이 우리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일반적인 대항단계이다.”

 

질문2

“ (주은희) 점거방법에 대해서 잘 들었습니다. 앞선 질문에 관련된 추가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획일화된 프랜차이즈가 홍대만의 고유의 것이 사라지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이해했습니다. 유체도시를 구축하라는 의미에서 다종다양성을 확보하기위해 점거운동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코소) 기본적으로 점거(OCCUPY)방식이 아닌 다른 운동은 여러 가지가 있고 책에서도 여러 가지를 서술했다고 생각한다. 할렘르네상스라는 운동도 한 예다. 그것은 문화적인 예인데, 역사적으로 보면 더욱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내가 다종다양성을 강조한 나머지 너무나 점거만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다종다양성이 항상 혁명적인가하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다종다양성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계속 논의해봐야할 지점인 것 같다.”

 

           다같이 웃는 모습.jpg 웃는 진경쌤.jpg

 

질문3

“(정훈) 생각을 해보면 자본주의에 반하는 투쟁은 기본적으로 다 특정 공간에 대한 점거투쟁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서 파업할때도 공간점유, 거리시위도 도로 점거, 텐트투쟁등의 도시투쟁을 볼 때 그렇고, 혁명도 파리에 대한 점거였다고 볼 수 있다.(실제, 파리꼬뮌이라 불렸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도시 내의 탈코드화하는 흐름과 대비하여 최근에는 탈도시화하는 흐름-귀농,귀촌 (문명자체가 틀려먹었다. 도시 바깥으로 나가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외부를 도시 밖에 만들려는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소) 일면 그러한 경향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경관만을 위해) 시골로 가는 꼬뮌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운동의 흐름과는 고립되거나 완전히 소멸하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  도시에 있든 시골에 있든 나에게 중요한 것은 관계성이다. 예를 들자면, 단일한 형태로 머물지 않고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된 코뮌이 스위스에 있다. '보로보로'를 쓴 PM”에 따르면 여기저기에 보로보로가 있다. 보로가 산에도 있고 도시에도 있다. 보로들의 사이를 여행하면서 사는 것이다. 일반적인 폭력적 개발로부터 도망가서 고립된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하는 코뮌으로서의 운동은 반대한다.“  ('보로보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en.wikipedia.org/wiki/P.M._(author)을 참고하세요.)

 

질문4

“(노병덕) 르꼬르비지에가 만든 공동체도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들었다. 대도시에서 공동체운동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코소)우선, 마을을 만드는 것과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인 것 같다.  철학적으로 생각할 때 '구축(컨스트럭션)이냐 생성(되기)이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인 제이콥스의 책을 읽어보면 꼭 계획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신체는 계획대로 될 수 없다고 믿는다. 건축물의 물리적 공간은 항상 인간의 집합적 신체에 의해 압도당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축을 하지말라는 말이 아니라 집합적 신체로서의 인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인간의 집합적 신체를 고려하지 않으면 결국 인간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자 - 분위기가 기대했던 만큼은 타오르지 않아 논쟁적 질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5

(주희) “ 마지막 질문인데요 (토론시간을 자체적으로 종결시킨 그녀의 자신감^^) 세계성이라는 것은 이미지를 품고 있는 민중이라는 것의 전면적 확장을 말씀하신 건가요. 예시적인 정치라는 말은 멋진 말이지만, 맨날 샘플만 만들다가 죽으라는 건지, 아니면 샘플을 통해 궁극적으로 본품을 만들 것으로 가정하고 말한 건가요? 요약하자면 제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세계라는 것은 뭔가? 예시적 정치의 샘플링을 어떻게 해석해야되나?”

 

열공하는 주희누나.jpg 주희누나 질문.jpg

 

(코소) “세계성이라는 것부터 말하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성이라는 것은 민중이 생각하고 상상하고 예시하는 정체성으로 생각할 수 있는 차원이 있다. 또다른 것은 좀 재미없긴 하지만 조약이나 기구가 같은 측면이 있다. 그런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런게 아니고, 세계성으로 말할 수 없는 차원이다. 그것은 신체성의 차원이다. 그것은 의식화할 수 없는 것이다. 후코시마의 사례가 본품이라고 생각한다. '집합적 신체'와 '지구'의 관계성의 차원 - 이것은 유엔이나 미합중국이나 기타 여러 조합에서 드러나는 세계정치나 세계차원의 것과는 다른 것이다. 나는 민중이 예시정치의 차원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파티스타(맥시코 민중해방운동)에서 보다시피, 관계성으로서의 기억에 잉태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제너럴 어셈블리를 경험한 사람은 그러한 민주주의 기억, 사랑의 추억을 신체에 감응의 경험으로서 기록할 것이고 심지어는 그 개체가 죽더라도 그 경험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본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6

(송하얀) 먼저 감사의 멘트. 제이콥스 책에 나오는 용어 중에 ‘교차로’라는 개념이 나온다. 그 책을 읽을때는 지금 나에겐 없지만, 앞으로 갖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부상의 책을 통해 교차로나 교차점 들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내외부에 다종다양하게 열결되는 지점마다 이미 있다는 것을 깨닳게 되었다. 좋은 깨닳음을 줘서 감사하다. 이제 질문을 하겠다. 민중의 욕망의 모순에 대해 느낀다. 이민의 욕망은 그 이면에 정착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거 아닌가? 마치 책을 통해 보면 고정되고자 하는 것이 긍정적이지 못한 나쁜 욕망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볼때는 그 두가지 개념이 대립하는 것 같지 않다. 어떻게 모순적인 두 개념을 서로 공존시키며 논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코소) 여러세대를 통해 보면 정착이라는 것은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움직여가는 것이 뭐냐는 거죠. 국민국가와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런 형태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의 뉴욕을 경험하면서, 정착이라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이동은 숙명으로써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몇몇분이 몸을 바쳐 화끈한 질문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확 불을 저지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 질문을 안한 사람중에서 마지막으로 질문을 받고자 합니다.

 

질문7

(신은희)  장소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치마타를 애기한 거 같은데 우리가 장소성을 벗어날 수 있나? 치마타가 아닌 물질적 구축에서도 대안이 존재하지 않을까?

(코소) 치마타라는 것이 물질성에 반대되는 것으로 설정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비물질적인 것으로 말한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적인 건축과는 다른 좀 더 일시적인 물질성과 공간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약하지만 가동성을 가진, 거기에 대안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물질적인 구축과는 다른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비물질적인 것으로 치마타를 정의하려고 하는 마음은 없었다. 물질적 구축에서 벗어나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장을 생각했던 것이다. 공간적 유토피아와 사회적 유토피아의 대립이라고 본다면 치마타는 후자에 가깝다. 그것은 일시적인 물질성을 가지고 있다. 질문에 대해 대답이 잘 된건지 모르겠다.

(사회자) 오늘 토론시간에 나온 질문은 책내용을 복습하고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던 것 같다. 아직 국제워크샵 일정이 많이 남아있으니 코소상을 당황케 할 수 있는 논쟁적인 질문이 내일부터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자리에서 간단히 뒷풀이를 하려고 한다. 시간이 되시는 분은 술도 한잔하시고, 이야기도 나눴으면 좋겠다. 오늘 뒷풀이는 회비가 5천원있다. 내일은 유체도시라는 책을 가져오면 된다.

<뒷풀이>

토론이 끝난 직후 이어진 뒷풀이에서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져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요코라는 분 옆에서 이야기했는데 그 중 흥미로운 이야기 몇개 옮겨볼께요.

 

1. 원전폭발 이전까지 일본은 오히려 지진때문에 축제분위기였다?!

" 지진으로 인해 온 도시가 정전이 되었는데 오히려 온마을이 축제 분위기였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챙겨주는 공동체성이 갑자기 살아났다. 직장도 갈 수없고 티비도 볼 수 없어, 마을주민들이 곳곳에서 모여 촛불을 켜고 곳곳에서 맥주잔을 부딫히며 이야기를 나누며 축제분위기였다. 우리는 '역시 자본주의가 정지되니 이렇게 바로 세상이 달라진다'고 외치며 흥분했었다. 심지어 지진으로 인해 사망자가 있는 곳에서조차 슬픔보다 기쁨의 느낌이 더 컸다."

 

2. 좀비는 소외된 민중이다?!

정정훈님이 시작한 이야기인데요. "요새 좀비영화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좀비들이 쇼핑센터를 공격하는 둥 여러가지 양태를 보면 자본주의 내부에서 좀비화된 소외된 자들, 민중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는 요지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후 이어진 좀비와 민중의 관련성에 대한 토론도 재미있었지만, 하지메상이 이야기 도중 닌자 거북이를 꺼냈는데,(뮤턴트 생물체가 나오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이런식으로 묘사해서 처음에는 모두 잘 못알아들었음.) 우리가 잘 못알아듣자, 미국의 식민지 국가 국민이 그것도 모르냐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미국의 식민지라는 거죠.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시간 예고 및 Speacial Thanks to>

내일 세미나는 저녁7시반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요. 『유체도시를 구축하다』와 관련된 주제를 다룰테니 책을 읽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의 도중에도 종종 책 내용을 인용하니 책을 지참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늘도 수고해주신 통역팀(하지메, 유심) 외 사회자(최진석), 사진 및 후기팀(문화, 하얀, 화니짱), 열심히 세미나 준비를 해주신 모든 분들 고생하셨어요.^^

 

하지메상의 통역.jpg 청소.jpg

 


솔라리스

2012.02.23 11:52:52
*.154.166.245

질문4에서 공동체를 만들었지만 없어진 것은 르 코르뷔지에가 아니라 제인 제이콥스였죠.^^

뒷풀이에서 지진이 발생한 날, 정전 등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트위터나 페북에 우리집에 와서 자라, 재워주겠다는 글이 도배된 것이 보여주듯, 공동체적 관계가 그암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솟아올라왔다는 점(레베카 솔닛의 책 제목 대로 파라다이스 빌트 인 더 다크)에서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졌다는 얘기였고, 정전이 되자 사람들이 오히려 거리도 쏟아져나왔고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밤새 술을 마시고 하느라 오히려 뜻하지 않게 축제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놀라운 역설...원전폭발만 없었다면, 자본주의나 교통 등이 정지되면,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았다고 했지요.

화니짱

2012.02.23 13:49:55
*.70.5.146

쏘~데쓰까? 쓰미마셍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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