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시간>메시아적 시간이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장마다 다른 포인트에 집중하면서 설명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읽은 4~6일 부분에서는 각각

4일에는 크로노스와 구분되는 카이로스로서의 시간으로, 즉 시간론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고,

5일에는 비활성화 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인 카타르게오(katargeo)'를 중심으로,

6일에는 피스티스(믿음)과 노모스()의 대치, 혹은 신뢰와 계/약, 은혜와 율법의 대치를 통해서

이 각각이 보여주고 있는 메시아적 시간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4장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시간론적 차이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메이사적 예외상태는 연대기적 시간인 크로노스가 아닌

크로노스와 파루시아(‘메시아의 완전한 임재’) 사이에 존재하는,

olam hazzeholam habba의 경계에 있는 카이로스라는 시간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아감벤은 이를 과도기적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크로노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즉 연대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어떤 초월적인 것이 나타나서

! 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데요,

카이로스는 오히려 크로노스의 내재적인,

아감벤의 표현에 따르자면 크로노스의 수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시간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다양한 설명 중 시의 압운 형식 중 하나인 세스티나를 통한 것에서

카이로스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6행의 6, 그리고 3행의 마지막 1연으로 이루어진 이 형식은

각 행의 마지막 음절의 어운이 각 연마다 한줄씩 자리를 바꾸며 반복되는데요,

규칙상으로는 맨 처음의 연과 같아져야 하는 마지막 7연에서는

갑자기 구조가 3행으로 바뀌고, 반복되던 어운들이 총괄됩니다.

 

이 마지막 연을 재귀연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기존의 6연과는 형식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딘가서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연을 이루고 있던 요소들이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재귀연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출현한 카이로스의 시간인거죠.

 

이 재귀연을 통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성질은

카이로스의 시간엔 기존 시간 속에 내재하던 요소들을 재배열된다는 것입니다.

아감벤이 튜포스론적 관계,

혹은 벤야민의 표현을 빌려 성좌배열적 관계라고 표현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특성입니다.

시간과 시간의 분할 그 자체를 분할하고 그것들 사이에 남겨진 것들,

과거가 현재로 이환되고 현재가 과거로 확정되어 가는 할당불능의 지대를 도입하는 절단’.


그런데 이게 왜 남겨진 시간일까요?

아감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구스타프 기욤(기욤)

조작 시간(temps operatif)’이라는 개념을 가져옵니다.

조작시간이란 시간이 우리의 마음이 느낀 시간을 공간적 이미지로 표상될 때

시간 이미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마음을 지닌 시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이는 공간적 이미지로 표상되지 않고 남겨져있는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성과정의 시간에 대한 표상을

'시간생성적(chronogenetic)인 표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때에도 시간은 남겨지겠죠.

따라서 모든 언술에는

표상을 통하여 완전히 소비되지 못하는 시간이 내포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작시간이란

크로노스로 모두 소진되지 않고 남아있는 시간이자

우리가 우리의 시간에 대한 표상을 완성하기 위해,

즉 그 표상을 끝마치기 위해 도입하는 시간이며

따라서 크로노지컬한 시간 속으로부터 나와서 작동하고,

그것을 내부로부터 변용시키는시간입니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끊임없이 소진되어가는 표상된 시간들과 반대되는,

우리들이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시간인 이 조작시간은 메시아적 시간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인 <남겨진 시간>은 바로 이러한

메시아적 시간과 현실적 시간 사이의 내재적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주권적 예외상태가 속해있는 시간은 어디일까요?

주권적 예외상태를 이해하는 데에는 이러한 시간 구분이 딱히 효과적이지는 않겠지만)

굳이 비교해보자면 아직 법의 효력이 작동하기에 크로노스의 시간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쟁점인 법의 중지로 넘어가 봅시다.

주권적 예외상태에서 법의 중지는 법 내용의 삭제를 의미했다면,

메시아적 시간에서는 법 효력의 중지를 뜻합니다.

즉 이는 주권적 예외상태에서 유지되던 법의 효력,

법률-마저 중지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를 구조상으로는 주권적 예외상태의 정지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중지는 법을 비활성화 시킴으로 가능해집니다.

아감벤이 바울로의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통해 이를 설명하는데요,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내가 약해졌을 때 오히려 나는 강하다라구요.

하지만 아감벤은 이것은 법률의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완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법을 비활성화 상태로 만듦으로써 잠재성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그리고 이때 메시아적 시간과 연결되는 것은 복음입니다.

복음은 율법처럼 주체와는 독립된 어떤 것이 아닌, 또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가능태의 형태, 잠재성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복음이 실현되는 것은 바로 이 잠재성이 현실화 되는 것이죠.

 

하지만 율법과 신앙·복음 사이에는 의외로 친밀한 관계가 존재합니다.

아감벤이 바울로의 수수께끼라고하며 지목했던 문장,

그러면 우리가 믿음을 내세운다고 해서 율법을 무시하는 줄 아십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율법을 존중합니다.”라는 문장에서 단적으로 드러나죠.

 

때문에 아감벤은 신앙에 대비되는 율법은 율법의 규범적 측면인

계율적 율법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행위의 율법은 율법 속에 내재해있는 신앙,

율법 안에 존재하지만 규범으로 환원할 수 없는 과잉적인 것입니다.

(이는 앞서 보았던 크로노스-카이로스의 구도와도 비슷해요.)

 

이처럼 율법 안에 신앙이 내재해 있는 이유는 약속이 율법에 앞서기 때문입니다.

강의 시간에 강사님이 읊어주셨던 복잡한 족보를 가진 성경이야기에서 등장했듯

사라로 대표되는 신앙의 율법, 하갈로 대표되는 계율의 율법 이전에는

아브라함에게 행해진 약속이라는 계기가 있었죠.

이는 법과 같은 구체적인 코드의 체계가 아닌, 신뢰를 통한 충성관계입니다.

 

후반부에 아감벤이 은혜라는 단어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즉 아감벤은 교환과 구분되는, 신으로부터 대가없이부여받는 것인 은혜를 통해

법을 규정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사용할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법이 삶에 부여하는 것들로부터 ‘~이 아닌이라는 방식으로 벗어나는 것.

 

그리고 이는 곧 어떻게 zoe와 분리되지 않는 bios를 만들까?라는 문제와 연결되죠.

아감벤은 이러한 삶을 --형태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zoe와 같은 어떤 것을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살기 자체인 생명.

우리는 법의 비정립을 통해 벌거벗은 삶이 아닌 어떤 삶을,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따라서 메시아적 시간은 단순히 율법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율법으로 계율의 율법을 대치하는 것,

율법의 규범적인 형식에 비규범적인 형식을 대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후기도 여기까지입니다복잡하네요 아감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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