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강은 책을 읽어내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성경 이야기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거니와 아감벤이 사용하는 언어학 개념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터라.....

그래도 지난 강의에서 아감벤 주권론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어서 그에 맞춰서 읽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몽사 선생님의 일목요연한 정리가 빛나지 않았나 싶네요.....그런데 집에 와서 혼자 정리해보니......

제대로 이해한 건 맞는 건지.....글에 있는 문장을 제 말로 풀어써 내지를 못했네요......

여튼......최대한 수업 내용에서 나온 이야기들과 맥락을 반영하여 이해해본 바 대로 정리 글을 다시 써 보았습니다.....

후기 컨셉을 느낌 보다는 내용 정리 위주로 가져가려니 글이 무척이나 늘어지네요....부디 용서를.......





지난 2강에서 우리는 아감벤의 호모사케르예외상태두 저작을 통해서 주권국가의 통치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아감벤은 칼 슈미트의 예외상태개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해내면서, 주권국가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정치화 또는 비정치화 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말해, 주권의 작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예외상태이며, 예외상태는 주권자가 주권을 통해 법질서의 내용을 중지시키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법을 통해 보장받던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주권적 폭력에 벌거벗긴 채로 노출된다. 아감벤은 이렇게 폭력에 아무런 권리 보장 및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법질서 바깥에 내던져진 삶을 가리켜 벌거벗은 삶이라고 불렀으며, 이러한 삶을 사는 존재가 바로 호모사케르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호모사케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바로 호모사케르를 산출하는 바로 예외상태의 구조로부터 도출된다. 즉 법의 중지라는 그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호모사케르를 만들어내는 예외상태를 주권적 예외상태라 부른다면, 호모사케르를 벗어나도록 해주는 예외상태가 바로 메시아적 예외상태이다. 이러한 메시아적 예외상태에서는 법의 내용을 중지하는 법의 효력이 중지된다. 그 결과, 법질서의 영역 그 자체를 벗어날 수 있게 됨으로써 주권적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은 영역, 이른바 비정립적 또는 탈정립적 공간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순간이 바로 아감벤이 남겨진 시간에서 논의하고 있는 남겨진 시간’, 메시아적 예외상태의 시간, 법의 중지가 중지되는 순간이다.

 

 

이번 3강에서는 바로 남겨진 시간이라는 것과 그때 우리에게 나타나는 비정립적 역량에 대한 글을 살펴보았다. 먼저 남겨진 시간이란 무엇이며, 도대체 어떤 시간 개념과 관련 있는 것인가? 아감벤에게 남겨진 시간이란 시간을 끝내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간, 시간을 끝내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남겨지는 메시아적 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아감벤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개념 비교를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선형적 시간 개념이 크로노스이며, 예언자가 주로 말하는 종말론적 시간이 이 개념에 입각해 있다. 이와 달리 카이로스, 사도가 말하는 메시아적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다. 연대기적 시간인 크로노스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 마디로 예언자가 묵시록에서 언급하는 다가오는 종말의 시간이 시간의 끝을 뜻한다면, 사도가 메시아의 도래를 말하는 그 순간은 바로 끝의 시간이다.

이렇게 끝을 위한 시간으로서의 메시아적 시간은 시간의 절단을 절단하는 것이며, 이러한 절단은 종말의 시간과 같이 외부로부터 메시아가 도래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로부터 변용되는 내적 절단을 의미한다. 즉 메시아적 시간에서는 종말론적 시간과 같이 외부의 초월적인 것이 도래하여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곁에 있음으로써, 즉 임재함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아가 아감벤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메시아적 시간은 튜포스라는 재배열의 시간, 즉 시간이 절단됨에 따라 중지된 것들의 재배열의 시간임과 동시에, 총괄로 표현되는 시간, 선형적이고 연대기적 시간 속의 다양한 순간들이 현재에 하나로 정리되는 시간이다. 마치 벤야민이 말하는 성좌배열적 관계와 같이 포착되는 시간인 것이다. 요컨대, 메시아적 시간은 우리의 곁에 있기 때문에 지금 그리고 이때에 도래하며, 과거의 총체가 총괄적, 요약적으로 단축되어 현재 속으로 포함된 채로 임재한다. 그 결과, 시간의 내적인 단절이 지금 이때도래하며,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끝남으로써 오히려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 완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는 남겨진 시간 속에서 나타나는 메시아적 예외상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메시아적 예외상태는 법질서의 중지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법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것이 바로 완성이 아닐까? 아감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신앙과 복음 그리고 율법 개념을 통해 진행한다. 우선 신앙은 현실태이며, 현행화의 원리인 반면에 복음은 가능태이며, 구제의 약속의 내용과 행위를 내포하고 있는 잠재성을 의미한다. 즉 신앙은 복음을 실현하는 복음의 현세화, 현실태인 것이다.

한편, 복음은 율법 이전의 약속이며, 율법과 달리 규범적인 힘은 가지나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복음은 확신으로 전해지기에 신뢰에 근거한 이행의 약속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약속인가? 바로 구제를 위한 약속이다. 그렇기에 복음은 메시아적 시간의 수축 속에서 취하는 약속의 형식을 일컫는다. 이러한 복음과 달리 율법은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죄의 인식을 위해 부여된 것이며, 체계적 규범의 형태를 갖는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복음과 율법의 대립이 아니다. 바로 율법 내의 규범으로서의 요소와 약속으로서의 요소의 대립이 중요하다. 이는 복음이 율법과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율법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율법에는 규범과 약속이라는 두 측면 사이의 대립이라는 변증법이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아감벤은 벤야민이 말하는 법정립적 폭력과 법보존적 폭력 사이의 대립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기존의 정치 지형에서 주요하게 논의하는 바는 어떻게 기존의 법을 새로운 법으로 대체할까라는 문제이다. 하지만 아감벤이 보기에 이는 잘못된 문제설정이며, 예외상태를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정치의 지형을 포착하지 못했기에 발생하는 기존 논의의 한계지점이다.

오히려 아감벤은 법질서 자체를 벗어나기를 요청하면서, 벤야민 또한 중요하게 보았던 순수한 폭력, 이른바 신적 폭력에 주목한다. 이러한 신적 폭력이 법을 비정립시키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남겨진 시간에서의 표현에 따르면, 규범으로서의 율법, 즉 규범적 형식을 갖는 율법과 약속으로서의 율법, 즉 비규범적 형식을 갖는 율법의 대립이 핵심이다. 따라서 율법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비규범적 형식의 율법인 복음이 다시 돌아오는 시간, 다시 말해, 법이 작동하기 이전 영역, 탈정립적 영역으로 되돌리는 시간이 바로 메시아적 시간, 남겨진 시간이며, 이렇게 탈정립된 상태가 바로 진정한 예외상태, 메시아적 예외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진정한 예외상태에서는 율법이 파괴 또는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비활성화 또는 수행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규정된 잠재성이, 규정된 채로 현행화된 현실태가 가능태로 돌아오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율법에 따라 잠재성이 규정된 상태가 (법의 내용과 효력 모두 있는) 정상상태라면, 잠재성이 규정되지는 않으나 법이 중지되어 순수한 폭력에 노출되어 버려 소진된, 역량이 사라지고 존재자로 규정조차 되지 못한 채 생명 그 자체로 내던져진 상태가 (내용은 없으나 효력만 존재하는) 주권적 예외상태이며, 법의 효력 자체가 정지되어 법이 비정립됨에 따라 잠재성이 다시 발현 가능 또는 사용 가능하게 되는 상태가 (내용도 없고 효력도 없는) 메시아적 예외상태이다. 그렇기에 메시아적인 중지는 단지 (율법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성을 내포하는 법의) 보존과 성취를 불러온다. 이렇게 우리의 역량, 잠재성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가리켜, 아감벤은 세속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세속화는 바로 “~이 아닌 것처럼”, 즉 규정된 바와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역량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세속화를 통해 주권이 규정하는 바대로만 살아야 하는, 오직 주권적 폭력에 순수하게 노출되어 있는 삶에서, 호모사케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메시아적 예외상태를 예외상태 일반의 특징을 통해 주권적 예외상태와 비교해보자. 아감벤은 메시아적 예외상태와 주권적 예외상태가 작은 차이를 갖는다고 말한다. 주권적 예외상태를 통해 도출되는 예외상태 일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내외부의 결정 불가능성, 준수와 위반의 결정불가능성, 규정 또는 정식화 불가능성. 먼저 예외상태에서는 법질서 바깥에 있는 자와 안에 있는 자의 구별이, 법적 행위인지 아닌지의 구별이 어렵게 되는 비식별 영역이 창출된다. 주권적 예외상태의 경우, 이러한 비식별역에서 포함적 배제가 상례화 되는 것이다. 하지만 메시아적 예외상태의 경우에는 이러한 비식별에서 법과의 비관계가 도출된다. 즉 법이 규정되지 않는 비정립의 영역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음으로 예외상태에서는 특정행위가 법의 준수인지 위반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법질서를 유지하는 폭력과의 비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는 벤야민의 신적 폭력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즉 법의 비활성화로 인해 법과 유관한 것도 무관한 것도 아닌 행위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 질서 중지의 결과, 우리의 역량과 잠재성은 규정도 정식화도 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역량과 잠재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을 뜻한다. 남겨진 시간에서 이를 가리키는 단어가 바로 은혜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법을 비활성화 시킴으로써 현실태를 가능태로 만드는, 잠재성으로서의 삶으로 되돌리는 것을 가리켜, 아감벤은 무위’, 보다 명확하게는 무위로 만드는 인위라고 표현한다. 또한 이러한 메시아적 예외상태 하의 삶을 잠재성으로서의 삶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때가 바로 메시아적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며, 현재 속에서 언제든 우리는 새로운 잠재성의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며, 이를 구현하는 것은 생 그 자체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삶의 형태가 어떠한지는 아직 아감벤의 숙제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아감벤이 어떤 해결책도 대안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감벤의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답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통 정치 철학이 주권의 아포리아에 갇힌 채 민주주의와 같은 문제를 사유하던 것에서 벗어나, 벤야민과 슈미트 그리고 신학을 통해서 새로운 정치의 지형을 바라보고자 한 것이 아감벤 주권론의 의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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