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는 인사원의 월요일 수업 첫시간이 진행되었는데요,

책이 어려웠던 만큼, 세미나 시간에 더 집중이 잘되었던 것 같습니다.


'호모 사케르'라는 아감벤의 표현은 신문 칼럼부터 평론집까지 각종 글에서 많이 접했었는데,

직접 책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좀 더 철학적이고 모호한, 그래서 엄밀한(?) 개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쪽글을 쓰면서 던졌던 질문은 아감벤의 주권론이

그 이전의 권력론들이 지워버린 주권자라는 주체를 다시 불러오는가? 라는 것이었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읽기엔 아감벤의 논의에서도 이것이 주권자의 권력이란

오히려 법이 가지는 그 근본적인 구조가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미나 시간 중 종현이 오빠가 던졌던 질문인

"유스티티움을 선포할 수 있는 원로원의 권위, 그 근거는 가문의 혈통, 즉 생명의 차원의 것일 텐데

그렇다면  이 권위가 권한으로 변환되는 것은 곧 삶이 로고스로 번역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이야기에서


법의 효력의 근거는 권위, 즉 주권자의 혈통!이란 명확한 도식 때문에

제가 무엇이 헷갈렸던건지 다시한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권위에 관한 이야기는  예외상태의 결론격인 6장에서 다뤄지고 있는데요,

여기서는 권위를 권한과 대립되는 범주로 설정함으로써, 그 근거가 어디서 오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아갑벤은 2장에서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법질서에 정박시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는 뒤에서 사법 영역의 '후견인의 권위'로 설명되는

그자체로는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행위에 법적 유효성을 부여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권의 개념은 필연적으로 주권자를 동반하기는 하지만,

이때의 주권자의 권위가 주권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그가 '권력을 소유하고 지배력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법의 효력을 보증’한다는 것으로 읽혀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애초에 던졌던 질문은

'아감벤의 권력은 주권자로부터 나오는가?'로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애초에 이런 질문을 던졌던 이유는

이런 아감벤의 이야기가 슈미트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고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슈미트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물론 읽은 것은 <정치 신학> 딱 한권, 그것도 일부분 밖에 없긴 하지만ㅜ.ㅜ)

그가 주권자의 개념을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로 새로이 정의하기는 했지만

그가 사용하는 '지고한 힘'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이

주권자란, 물론 유신론적 신학과의 유비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지지된다고는 하나,

'전능한 인격적 존재'로서 제시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아감벤 역시 아우구스투스를 통해 '왕의 신체적 인격'을 그의 권위의

핵심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인격을 통해 결합되는 공적인영역과 사적인 영역,

즉 그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법과 삶에 결합' 자체에 더 방점을 찍고 

그 또한 하나의 식별 불가능한 자로써 정의했기에 슈미트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같습니다.

또 저 '지고한 힘'을 '법률(엑스)의 힘'이라는 표현으로,

좀 더 법의 근본적인 형식 자체에 그 힘의 근거를 실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또 슈미트는 아감벤과는 반대로 

' 모든 근대적 법치국가의 발전 경향은 이런 의미에서의 주권자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정치신학>, p.18)'

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해서, 역시나 이 책에 쓰여있는 건 '아감벤의 슈미트'구나 라고 했습니다. ㅎ 




수업시간에 강사님이 예외상태를 설명해주시면서

현대의 예외상태의 예시로 정리해고를 이야기해주셨었는데요,

경영자에 의해 '결정'되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기준으로 갖는 정리해고는

고용법을 정지시키는 일종이 예외상태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또한 점점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죠.

뭔가 확 와닿는 예시였던 것 같습니다.



 

또 저는 <호모 사케르>에 등장하는 '배제인 포함', '포함인 배제'라는

아리까리한 개념들도 매우 재미있었는데요,

구별 불가능한 지대를  제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영역을 이런 두가지 종류로 나누어 내는 것이 신기했어요.


아 근데 어차피 '구별 불가능' 할 거, 왜 이런 세세한 구분을 하는지도 저도 의문이었는데

배제인 포함은 사실 주권자다!” 강사님의 스포(?) 때문에 완전 깜짝 놀랐었습니다....

시간만 된다면 호모사케르 뒷부분도 마저 읽고 싶네요 헝


 

    

그런데 남는 질문은, 예외상태의 앞부분(p.14)에서 아감벤이

"정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는 물음에 답해보겠다고 해서 완전 기대했는데,

아감벤이 결론부분(p.166)에서 '진정으로 정치적인 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ㅠ


아감벤은 여기서 법과 생명의 비-관계 속에서 그 각각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강사님도 수업시간에 비법의 영역, 법질서의 영역과 그 둘이 겹쳐지는 비구별(예외상태)의 영역을 그림을 그려 설명해주시면서

이들 중 어디에서 속하지 않는 비-관계의 영역을 찾는 것이 '메시아의 정치'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또 카프카의 <법앞에서>에서 시골사람이 '법의 문을 닫아버렸다'는 해석이 이런 메시아적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도 하셨죠.

하지만... 그래도 이 '비-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ㅠ.ㅠ

      

아마 이번 주의 텍스트에 등장할 '메시아'를 통해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 의문스러운 지점입니다.

 

그나저나 아감벤... 무지 어렵지만 완전 매력적이네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었어...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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