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글 이빠입니다. ㅋ

2015.03.09 16:15

흙사랑 조회 수:211

봄은 겨울을 깨고 나온다

 

흙사랑 우성수

 

그렇게도 간절히 기다리던 봄이 왔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이 봄처럼 의연한 수억년의 반복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인간들 역시 이 세계내의 존재로서 그 세계의 발현과 더불어 지속해 온 존재임은 부정되지 않을 것이나 오늘날 우리는 포착되지 않는 것들에 포박되어 누구 하나 감히 커다랗고 당당한 목소리로 삶의 긍정을 노래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들 역사의 그 어느 순간 우리의 목소리는 언어가 되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벌거벗은 생명이 됨과 동시에 벌거벗은 생명에서 벗어나는 아노미적 존재가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린 언어가 아니라 울부짖어야 할 때가 아닐까? 언젠가 우리가 잃어버린 그 언어이전의 소리로 말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그런 유령같은 존재들을 너무나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인간이란 원래 주체와 타자사이를 진동하거나 그 양자에 동시에 스미거나 배척되어 경계를 서성이는 존재일 것이나 아감벤은 정치적 존재, 주권적 존재로서 우리들의 모순성을 바라볼 수 있는 지평을 열어준다. 그런 존재로서의 우리들은 사회속에 감추어진 개인으로 내면의 모순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으나 이제 우리들은 마치 우리의 내면의 모순성을 외부에 실현한 듯한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자주 목격하던 광인들이 사라진 이유처럼 그에 준하는 불편한 존재들은 속속들이 제거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어느덧 그들보다 더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들의 곁에 살아간다. 그들은 정신적 의미에서 광인들처럼 우리와 삶을 겹치고 언어를 나누 기 불가능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광인들과 비슷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언어는 그들이 태어난 곳이 아닌 이곳 대한민국으로 옮겨 오는 순간 비언어적인 벌거벗은 존재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들의 주권은 일부 혹은 거의 대부분 제한된 존재로 살아간다. 그들은 그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 머나먼 낯선 땅에 온 것일까? 아마도 그들은 그들의 조국에서도 그렇게 충만한 존재로 살아오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어디서 왔건 그들의 조국은 신제국주의적인 다국적 기업에 희생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들의 조국은 더 이상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이양한 주권을 지켜낼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아가선 그들의 주권을 이양받은 그들의 국가는 일부의 기득권층에게만 주권을 양도받은 것인양 행동하고 있을 것이며 그 나머지를 선진국의 대기업들에게 값싸게 팔아치우기 급급할 것이다. 풍요로운 아프리카의 해안은 값싸게 어업권을 인수한 다국적 어선들에게 초토화 되었고 어민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밀림은 선진국 인민들의 식탁에 오를 고기를 위해 불태워졌다.

 

보더라인을 넘어 왔기에 그나마 허울 좋았던 그들의 주권조차 기능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이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대단한 그들 피의 순수성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정주화를 반대하는 나라다. 온갖 궂은 일은 다 시키며 그들이 (언어)’를 배울까 전전긍긍하며 거의 폐쇄된 공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며 자칫 기한을 어겨 불법 체류자가 된 그들의 아이들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담긴 숨겨진 구조처럼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그 혹독한 독재의 시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해석의 주권만을 답습한다.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협력하는 사람은 그 어떤 피부와 인종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대접과 자격을 부여 받아야 한다.

 

무엇이 이런 일들을 야기하는가? 아감벤은 직접적으로 대답하고 있지는 않으며 그의 모든 언어는 언어를 넘어선 곳, 예컨대 비식별역, 예외상태를 탐색한다. 그것들은 우리의 정치성과 우리의 주권을 도출하는 근거이며 동시에 그것들을 무화시키기도 하는 권위적인 비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우리에겐 어떤 식으로든 모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모든 것들이 그 외부를 드러낼 때야 우린 비로소 우리가 미처 알지도 못했던 우리의 내부와 그 갇힘을 인식하고 출구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이 모든 현대의 증세들은 그것으로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지점에 우리가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으로 역설적으로 우리는 멈추고 있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요는 우리의 탐색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진보는 체제 옹호적 세력으로 돌변했다. 세상은 온통 보수의 물결이다. 진보란 멈추지 않는 자이며 자신이 속한 곳에서 안주하지 않는 자일 것이다. 아감벤적 사고, 그것이 진보의 사고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최소한 그 변화를 보는 시각을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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