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폭력은 목적과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된다그러나 벤야민은 폭력비판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폭력을 사유하는 기존 관점에 문제를 제기한다다시 말해벤야민은 폭력을 법과 정의의 관계를 통해 고찰함으로써수단으로서의 폭력을 넘어 목적 그 자체로서의 폭력을 사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벤야민은 폭력을 목적과 수단이라는 기본 도그마를 통해 바라보는 두 입장에 대해 살펴본다하나는 자연법적 전통으로서 자연권과 같이 정당한 목적을 추구한다면,수단 또한 정당화 된다는 입장이다다른 하나는 실정법적 전통으로서 적법성의 틀 안에서 목적과 수단을 사유하기에정당한 목적과 관계없이 수단이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하지만 벤야민은 법과 폭력의 관계를특히 폭력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상황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자연법적 전통보다는 실정법적 전통이 유효하다고 본다즉 법은 폭력의 사용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정당화하거나 때로는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폭력의 사용을 국가가 독점하거나 법이 폭력 사용의 유일하고 정당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바로 근대 국가의 성립 과정에서 법은 자신의 외부의 것들을 법 안으로 포섭해야하는 운명을 가지기 때문이다다시 말해폭력은 개인적 주관성을 가지지 때문에법이 자신의 외부에 폭력을 둘 경우법을 폭력이 부정하거나 개인이 국가를 부정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이는 단순히 법질서 속에서 법을 위반하는 수준이 아니라 법질서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러한 예로서 파업과 전쟁 상황이 있으며여기서 바로 폭력의 법정립적 성격이 드러난다그렇기에 국가 또는 법은 자신의 외부에 폭력을 두려하지 않는 운명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요컨대법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법의 내부에서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법 바깥으로부터의 법 그 자체의 부정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폭력이 법을 정립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법은 또 다른 기능을 갖는다즉 앞서 이야기 했듯이내부에서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에 법은 질서유지를 위해 그러한 위반행위에 대한 규제를 가한다이는 치안유지의 이름으로 경찰력을 사용하는 사례나 군국주의에서 국민개병제를 강요하는 것 등의 사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그리하여 법은 자신의 운명적 질서를 내부적으로 보호하는 폭력을 사용하게 되며이러한 폭력에 대해서 우리는 폭력이 법보존적 성격을 갖는다고 말 할 수 있다요컨대벤야민은 실정법적 전통에서의 법과 폭력의 관계를 통해 폭력의 두 가지 성격을 고찰하였던 것이다즉 모든 폭력은 수단으로서 법정립적이거나 법보존적이다.

하지만 벤야민은 이러한 구분으로부터 우리가 폭력이 법일반의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법은 폭력을 정의하고폭력은 법을 정립한다는 폭력과 법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법은 법으로서 정립되는 순간법을 위반하는 경우에 대해 폭력을 행사할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며법의 운명적 성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법의 원천에는 언제나 폭력적 기원이 내재한다다시 말해법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며그렇기에 다른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 운명적으로 폭력을 자신의 외부에 놓아두려 하지 않는 것이다이러한 법의 객관적 모순 상황은 노동자의 파업행위에 대해 파업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법질서 안으로 포함시키려는 노력에서 드러난다이는 법질서가 대립과 갈등을 법보존적 수단으로 규제하거나 억압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사회갈등과 불만을 무마시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취하는 방법이다이렇듯 법이 파업권을 용인하는 이유는 법이 스스로 맞서기를 두려워하는 폭력적 행동을 제지하는 때문인 것이다.

 

 

이제 벤야민은 폭력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폭력의 법정립적 성격의 논의는 근대적 법질서 속에서 법과 폭력은 분리 불가능한 일체를 이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즉 수단의 적법성을 판단할 권리를 독점하는 근대 법질서는 기존의 법질서를 무화시킬 수 있는 폭력의 법정립적 성격에 맞서법은 승인된 폭력으로서의 법의 기원을 부단히 드러내며이를 반복한다폭력으로 통해 정립된 법이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정립하도록 해준 폭력의 성격을 부정하는 모순에 처한 것이다.

그리하여 폭력은 신화적 성격을 갖는다우선 신화가 어떤 기원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는 메타서사라면법의 운명적 성격은 신화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다음으로 신화적 발현이 신들의 단순한 발현이라면법정립은 권력의 설정이며 그 점에서 폭력을 직접 발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또한 신화적 발현신들의 분노의 현현은 니오베의 자식들은 죽이고 피를 뿌리나니오베만은 살려둠으로써 경계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점에서신화적 폭력으로서의 법정립 또한 경계설정을 일반적 근원현상을 갖는다그리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법질서 속의 인간에게 죄를 부과하고 이를 다시 속죄하게 만든다그리하여 기존의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나아가 법이 운명으로 작동하는 순간이른바 신화적 폭력이 행사되는 순간니오베의 자식의 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생명을 갖는 그 자체가 죄지음의 행위가 된다달리 말해법은 순수한 생명에게 가해지는 폭력이자그러한 폭력을 통해 정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라는 신화적 폭력에 신적 폭력이 맞선다모든 신화에 신이 맞서듯이 신화적 폭력에 신적 폭력이 맞선다신적 폭력은 신화적 폭력의 모든 것에 반대상을 갖는다신화적 폭력이 법정립적이라면 신적 폭력은 법파괴적이고신화적 폭력이 경계를 설정한다면 신적 폭력은 경계가 없으며신화적 폭력이 죄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속죄를 시킨다면 신적 폭력은 죄를 면해주고신화적 폭력이 위협적이라면 신적 폭력은 내리치는 폭력이고신화적 폭력이 피를 흘리게 한다면 신적 폭력은 피를 흘리지 않은 채 죽음을 가져온다신적 폭력은 기존의 법질서를 무화시키는 절대적 폭력이지만인간의 영혼을 파괴하지 않고 삶의 신성함을 보존하는 폭력이다즉 이러한 신적 폭력은 법이 아닌 계명으로서사후적 판단의 척도인 법과 달리 행동하는 인격체 또는 공동체에 대한 사전적 행동 지침이다그리하여 삶의 신성함에 대한 명제를 설파하며이러한 계명에 입각하여 우리는 행위 할 수 있다.

물론 법정립적 폭력과 법보존적 폭력 사이의 변증법적 부침만을 우리는 감지할 수 있으며기존의 법의 폐기와 새로운 법의 설립이라는 현상이 지속된다하지만 종국에는 국가권력(국가폭력)을 탈정립하는데서새로운 역사 시대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따라서 모든 신화적 폭력개입하여 통제하는 폭력이라도 불러도 좋은 법정립적 폭력은 배척해야 마땅하다그 폭력에 봉사하는 관리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법보존적 폭력 역시 배척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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