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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백혈병'…하청업체 소속은 '투명인간' 2017-02-02 07:00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문제제기 나섰지만…삼성·반올림 주저하자 발만동동

(참고사진)
삼성 공장 근무자들에게 발생한 이른바 '삼성 백혈병' 문제를 놓고 삼성 측과 지원단체·유가족의 협상이 수년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지부진한 협상조차 부러운 눈빛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삼성의 하청업체(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피해자들로, 이들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 등으로 회사는 물론 지원단체에까지 외면당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삼성공장 세척실에서 일하던 아들이 백혈병에 

삼성SDI 울산공장 전자제품 세척실에서 근무하던 박진혁(당시 28세) 씨는 지난 2005년 별안간 발병한 백혈병으로 숨을 거뒀다. 

아버지 박형집 씨가 아들의 죽음이 '산업재해'였다고 의심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5년 뒤인 2010년. 삼성반도체 피해자 지원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접하면서부터다. 

onebyone.gif?action_id=01e1c4be1552bcd8b삼성SDI 울산공장 전자제품 세척실에서 근무하던중 발병한 백혈병으로 숨진 하청업체 직원 박진혁(사망 당시 28세) 씨의 아버지 박형집 씨(사진=김광일 기자)아들이 일했던 '세척실'이 각종 화학물질이 묻은 전자부품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부터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너무 억울하다"던 외침이 귀에 떠나지 않았다.

박 씨는 이때부터 삼성, 반올림, 삼성백혈병가족대책위, 조정위원회 등을 백방으로 쫓아갔으나 어디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SDI, 그것도 하청업체 직원이다 보니 모두 나를 꺼렸다"면서 "삼성공장에서 삼성 직원들의 지시를 받고 일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삼성TV 부품 납땜하던 자매 모두 백혈병 

진혁 씨가 병원에 입원중이던 2005년, 옆방에는 김지숙(60·여) 씨가 마찬가지로 백혈병으로 입원해 있었다. 

김 씨와 동생 지은 씨는 이보다 앞선 1992년부터 3년간 자신의 집에서 매일같이 삼성TV 부품으로 들어가는 금속을 납땜했다. 

재봉틀처럼 생긴 기계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발로 버튼을 누르면 납땜이 되는 작업이었는데 40kg 자루가 찰 때마다 작업반장이 찾아와 수거했다. 

삼성TV 부품으로 들어가는 금속을 남땜하는 일을 한 뒤 백혈병이 발병한 김지숙(60·여) 씨. 함께 일하던 그의 동생은 역시 백혈병으로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사진=김광일 기자)
작업 과정에서 매캐한 연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해당 금속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고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그는 또 작업반장에게 "안전한 것 맞냐" 묻자 "삼성 아닙니까 삼성. 삼성 못 믿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이들 자매는 모두 백혈병에 걸렸고, 동생 지은 씨는 결국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언니 지숙 씨는 지난해 반올림 활동을 뉴스보도로 접한 뒤 부랴부랴 1인시위 등에 나섰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협력업체 소속이라고…삼성·반올림 '난색' 

삼성SDI 측은 협력업체 소속이던 이들의 사망과 노동환경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엄격히 말하면 책임소재는 애매하다"면서 "회사 소속 직원이 아니었고 오래전 일이다 보니 자료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회원과 피해자 가족들이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 및 사과·보상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교섭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여기에 반올림 또한 당장 이들의 그늘막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주저하고 있는 상황. 반올림은 당초 삼성그룹 전체가 아닌 삼성전자 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반올림 측은 "현재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도 삼성과 협상이 해결되지 못하면서 500일 가까이 농성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 적용 대상을 계열사 하청업체까지 넓히자고 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피해 사례를 여기저기 알리거나 비슷한 피해자를 찾아보는 것, 혹은 제도 개선 등에 대해서는 반올림에서 같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하청업체 소속 피해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고, 현재는 1인시위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연을 전하려 발버둥 치고 있다.  

"진혁아, 니 억울함 아직 못 풀었거든. 아부지가 나름대로 싸우고는 있다만은 아직 니 명예 찾지 못했네. 물러서지 않으마" (진혁 아빠 박형집 씨) 

"내 동생, 착하디착한 효녀 내 동생. 그동안 얼마나 무서웠노. 기다려라. 삼성이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 보고 내가 너 지키러 갈게. 이길 수 있다 기다려라" (지은 언니 김지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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