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의 철학교실

[강의 후기] 해체주의는 하나의 정치학인가?

조회 수 1412 추천 수 0 2013.08.28 13:21:55
우준 *.111.107.246


지난 주에는 데리다에 관한 두 번째 강의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강의가 "철학"에 중점을 뒀다면 두번째 강의는 보다 후기 작업인

"정치"쪽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 몇 년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이 <법의 힘>이라서 아주 재밌게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시간에는 선생님께서는 선물, 정의, 환대, 그리고 맑스에 관한 데리다의 논의를 정리해주시고

마지막에 이러한 데리다의 견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논평이 

굉장히 흥미있고 생각할 부분이 집약되있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선생님은 데리다가 블랑쇼의 '불가능한 것'이라는 개념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고 하시면서

'타자성' 혹은 '외부성'이라는 것을 '정의'라는 개념과 결부해서 사유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때 이른바 정치에 눈 뜬 데리다가 나타나는데, 거칠게 정리해보건데

초기 데리다는 해체주의를 통해서 어떤 내재적인 한계를 드러내어 그것의 모순을 까발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었는데, 정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후기 작업에서는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어떤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을 거기서 사유할 수 없는 타자성이라는 것을 첨가하여

다시 사고함으로써 사유의 혹은 개념의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데리다는 "해체는 정의다."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해체는 규정된 맥락에서 정의, 정의의 가능성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기존의 규정들을 

넘어서 있는, 항상 충족되지 않는 이러한 호소에서만 자신의 힘과 운동, 자신의 동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방을 의미하는 여러 개념들을 재가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문에 그동안 침묵했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며 정의, 환대, 선물, 맑스 등을 사유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해라"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데리다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할때,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신 

"시간의 이음매가 어긋나있다."(The time is out of joint)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는데요. 

하이데거의 맥락에서 이음매가 어긋나 있음은 "정당성을 결여한 부당성"으로서

머무름이나 안배된 체류지를 벗어난 것을 이야기가 되면서 어떤 일치, 안배된 자리에서의 승인이 중시 되는데

데리다는 이러한 하이데거의 논의를 뒤집으면서 오히려 이음매 어긋남이 정의의 가능조건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현존으로서의 존재로부터 사고되는 한에서 디케는 연결해 주고 어울리게 해 주는 이음매다. 아카디아는 어긋남, 불화다." 

그리고 이러한 이음매 어긋남을 사유할 때 타자성을 사유할 수 있으며, 이때서야 정의를 사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타자와의 관계로서의 정의는, 존재 안에서 그리고 시간 안에서 어긋남 또는 몰시간성의 환원 불가능한 초과를, (...)

"이음매가 어긋난" 어떤 탈구를 가정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어긋남이야말로 항상 악, 비전유, 불의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유일하게 타자로서의 타자에게 정의를 실행할 수 있는 또는 정의를 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데리다 논의를 들으면서 간단하게 들었던 생각은 

어떤 정치적 투쟁이나 사건들은 그것들을 만들어놓은 '배치'와 긴밀히 결부되어 있으므로 그 배치를 명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그 배치 속에서 드러날 수 없는 것을 강하게 선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때

강한 외부성의 선언은 또한 기존의 배치 속에서 행해져야 하는데 왜냐하면 법 등으로 그것들이 다시금 제도화되지 않으면

정치적 사건은 단지 하나의 돌발로서 지나가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의 역할 혹은 '책임'은 기존의 것들의 이음매가 어긋남을 받아들이는 것, 그 어긋남 속에서 기존의 것을 초과하는 재정의를 내리는 것이며

그것이 '정의'가 아닐까라는.. 요즘 말이 진짜 모호하네요. 


데리다의 논지를 설명해주신 후 논평 때 선생님께서 해체는 윤리학과 정치학의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 왜 그렇다고 생각하냐? 등등의 질문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피고의 정의"라는 멋진 말을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개념의 재정의, 법의 새로운 창안, 즉 정의의 작업이 책임 있는 자들의 한에서만 이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씀해주신거 같습니다.

사실 정의의 가능성은 새로운 법을 만들었던 입법가나 새로운 판례를 만든 판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런 결단의 자리에 강제로 끌고 간

수많은 투쟁 속의 "피고"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주 공감이 되는 멋진 말이었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정치학과 윤리학의 분리에 대해서는 조금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결 할 적 혹은 상대의 유무로 정치학과 윤리학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뭔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설명해주세요~



여튼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드디어 이번주에는 우리가 열심히 읽고 있는 말과 사물의 푸코입니다! 

아마 강의를 듣고 나면 책이 더욱 술술 읽히겠죠.

이번 주도 꼭 뵈요.





솔라리스

2013.09.02 20:57:57
*.111.107.246

열심히 듣고 정리해주어, 감솨^^

윤리학과 정치학의 차이... 머, 어쩌면 비슷한 것일 수도.

그런데 정치는 어떤 경우든, 즉 배제의 방식으로든 동일화의 방식으로든 권력이란 개념과 결부되어 있는데

윤리학은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그런 점에서 더 외연이 넓다고 해야 할 것 같죠?)^^

그리고 윤리학은 개인적이기도 하고 집합적이기도 하지만

정치학은 권력이란 현상이 단지 개인적인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대부분 집합적이라는 면도 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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