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 강의 후기(수정)

조회 수 2751 추천 수 0 2011.12.30 12:37:08

늦었습니다. 저번주 강의 후기 입니다.

 

지난 4강에서는 '규율권력''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강의 내용 중 규율권력에 대한 얘기를 대강 정리해보면,

 

 

규율이란 생명 권력의 한 기술이자 전술이다.

그것은 개별적 신체를 그 작동 대상으로 삼아서 유용하면서도 순종적인 개별적 신체를 만들어낸다.

규율의 작동방식은 이렇다.

 

1) 개인 단위로 신체를 구성한 후 공간에 배치하기.

한 개인은 특정한 공간에서 해야 하는 자세나 역할이 규정된다.

이를 위해 신체를 세세하게 분할한다.

마치 기계가 분할된 각 단위의 움직임이 접합되어 구성되듯이, 신체는 여러 단위로 분할된 후 다시 접합된다.

길브레스의 서블릭이 대표적인 예.

노동자의 가장 효율적인 노동동작을 분석하기 위한 길브레스의 동작연구인 서블릭을 떠올리면 신체를 세세하게 분할하기가 뭔지 감이 온다.

 

2) 신체에 역할을 규정한 후 그게 습관처럼 몸에 새겨지도록 하기.

이를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동원된다.

파놉티콘으로 대표되는 시선의 비대칭을 이용한 훈련장치도 있겠고, 시험처럼 상호 감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훈련시키는 장치도 있다.

또 최근에는 CCTV도 여기에 이용된다.

 

어쨌든 여기서 핵심은 개별적 신체를 11로 지속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근대적 신체, 근대적 주체가 만들어지게 된다.

 

 

 

**

주절주절)

 

 

1)

알런 파커 감독의 영화 <핑크플로이드의 벽>을 보면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한 학생들. 그들은 눈코입이 뭉뚱그려진 기괴한 가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진 채 앞으로 향한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기계장치는 학생들을 분쇄해서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소시지로 제조해낸다.

이는 개인들이 가진 욕망, 능력, 모든 다양성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표준적인 학생을 만들어내는 학교의 권력, 더 정확히 말하면 규율권력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장면이다.

 

2)

탁구를 치려면 기본기, 기본자세를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기본자세란 탁구를 치는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검증된 자세이다.

마구잡이로 배운 자세로 탁구를 치면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지려면 표준적으로 다듬어진 자세를 따라야 한다.

어디 탁구만 그럴까.

악기연주, , 노동 등등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 가장 공들이는 것이 표준화된 동작을 몸에 익히는 거다.

표준화된 동작을 마스터하면 실제로 탁구도 잘 치게 되고, 악기도 잘 다루게 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된다.

 

 

권력 장치는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규율권력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규율권력이라는 장치는 참 요긴하다.

잘만 따르면 탁구도 잘 치게 되고, 피아노도 잘 연주하게 되고, 공부도 잘 하게 되니까.

하지만 도달해야 할 어떤 대상이나 기준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혹은 표준화나 규격화를 요구하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이 지점에서 규율권력은 권력이 아닌 폭력으로 작동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핑크플로이드의 벽>에서 묘사했듯이 공장, 학교, 군대에서 근대적 주체를 복제품처럼 생산해내는 규율권력은 '모두'에게 표준화와 규격화를 강조한다.

그리하여 표준적인 노동자, 정상적인 학생, 규격화된 군인을 산출하고자 한다.

내 욕망, 내 능력,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를 표준화, 규격화의 장 속에 던져 넣고 모두 다 똑같은 복제품으로 생산하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자유도 기반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때 작동하는 규율권력은 권력이기 보다 폭력에 가깝고 할 수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탄압을 하거나 억압을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부하고 싶지 않은데도 학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만들고,

일하고 싶지 않아도 노동자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고,

실제로 표준화와 규격화에서 벗어난 자들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폭력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저항해야 할 지점은, 규율권력이라는 장치 자체가 아니라 규율권력이 폭력으로 변화하는 그 지점을 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 '1'

해피

2012.01.01 15:15:34
*.33.84.94

그러게... 권력이 폭력이나 지배로 굳어지지 않을 수 있는

그렇게 굳어져 갈 경우 그런 관계에 파열을 가할 수도 있는

그럴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힘을

푸코가 아주 열심히 찾았다는 점은 분명한것 같아 ^^

5주동안 눈에서 레이저 발사하면서 열심히 강의 들어주고, 또 열심히 질문해주던 이란~!

덕분에 자극 많이 받고, 공부도 많이 되었어~ 고맙고~  emoticon 새해 복 많이 받아~!!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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