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N웹진
달팽이 공방은 ‘아무 일’도...
1.
“달팽이 공방.....없애도 되지 않나? 요새 별로 하는 일도 없어 보이던데.....”
화는 감정이 쌓여 서서히 밀려오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번개가 땅 위에 내리꽂히는 것이 순식간인 것처럼, 때로는 화도 그렇게 순식간에 온몸에 꽂힌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그런 얘기가 오갔던 자리에 직접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작 화난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욱 번지는 화를 어찌 할 수 없어 혼자 파르르 떨었던 기억이 있다.
◀ 사실, 매우 화났뜸!!!
2.
“엄마는 하루 종일 집에서 ‘놀면서’ 이것도 안 해놓고 뭐한거야!!??”
라고 엄마한테 짜증냈던 적이 있다. 다 철 없던 때였다.
그러던 내가 다니던 회사를 관두면서 자연스럽게 가사 일을 맡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안 청소를 하고, 아침 먹은 것을 설거지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화장실은 항상 물이 있어서 깨끗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청소를 며칠 거르면 정말 가관이다), 빨래를 하고, 마른 빨래를 개어 각자의 서랍에 가지런히 넣어주고, 쓰레기 통을 비우고,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하여 버리고, 장을 봐오고, 저녁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으면 하루가 다 간다. 더불어 생필품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항상 체크해야 한다.
책을 읽을 시간은 중간에 몇 시간 혹은 저녁 먹고 난 후 온 몸이 이미 피로해진 상태에서 잠들기 몇 시간 뿐이었다.
백수가 되어 집에만 있으면 열심히 공부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사 일? 하루에 한 두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인 줄 알았다.
그것은 내가 주부의 가사노동을 책으로만 알아서 그런 것이었다.
책에서 주부의 가사 노동에 대해 읽고, 공부하고 그것의 의미화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는 그 노동이 보이는 척 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한 두 시간이면 끝난다고 여겼지....-_-;;;;;
◀ '집에서 논'건 엄마가 아니라, 우리들이었다.
3.
몇 달 전, 잡지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기자는 손으로 만드는 것, 새로운 관계, 대안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형성한 오프라인 소모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달팽이 공방을 보고 알게 되었으며, 우리를 인터뷰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 기자는 공방의 대표가 누구냐고 물었다. 우리는 그런 것 없다고 했다.
구성원은 직장인들이냐고 물었다. 직장인도 있지만 백수가 많다고 했다.
공방이 어디 쯤 있는 것이냐고 했다. 특별히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은 아니고 수유너머N에 기생하고 있는데 N과의 관계도 애매하다고 했다. 공방회원이 N회원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새 어떤 일을 하느냐고도 물었다. 공식적으로는 분기별로 천연비누, 천연 화장품, 빵 만들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하는 일들을 자질구레하게 늘어놓다가 그냥 ‘여러가지 일’을 한다고만 일축해버렸다.
정작 나도 공방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기자는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말았다.
무언가 눈에 보이고, 명확한 것을 원했던 그로써는 공방의 활동이 두루뭉실하기에 기사로 쓰는 것이 힘들 것이라 여겼을게다.
4.

공방의 존폐여부가 공방을 직접 꾸리고 있는 구성원이 아닌 외부의 다른 사람이 얘기했을 때,
문득 가사노동이 떠올랐다. 둘 다 ‘아무 일도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것은 눈에 보여야만 하는 가보다.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빈둥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보다.
내가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다면,
‘공방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해서 아니겠느냐’며 자기비판으로 되감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것을 공방 자체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내리게 되는 해결책이란 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것인가, 우리의 활동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나는 달팽이 공방을 왜 하지? 재미있어서 한다.
예전부터 조물조물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을 선물하는 것을 즐겼다.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니 더 재미있었다.
내가 경험한 공방의 활동은 쓸모있는 물건과 건강한 먹거리만을 만들어 내는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런 것들을 만드는 것 보다 손으로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삶을 가꾸는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인간적인 관계가 더 좋았다.
공감과 지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엮여있는 이 관계가 참 좋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이런 정서를 생산해낸다.
이런 정서의 생산, 미묘한 감수성의 결들을 어떻게 가시화 시킨단 말이냐.
끙. 종종 감정적인 것을 이론적인 언어로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인간 관계가 ‘왜 그런거 있잖아, 그런거’라고 했을 때 ‘아, 그거’라고 답하며 서로의 눈에서 ‘그거’를 확인 하는 사이였음 좋겠건만, 드물다.
오히려 ‘그게 대체 뭔데?’라고 되묻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건.....(떠...듬...떠.듬.... *#$%^%^$#@^&)....’말로 부족한 것은 눈빛으로라도 말해 보충하겠다는 생각에 눈으로도 부단히 얘기한다.
상대방이 알아들었든 말았든 서로의 눈길에서 이물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달팽이 공방.....없애도 되지 않나? 요새 별로 하는 일도 없어 보이던데.....”
“아마 안 없어질 것 같아요. 만일 ‘달팽이 공방’이 없어진다면 저는 또 다른 ‘공방’을 만들 것 같아요. 재미있으니까요.”
아놔. 난 세밀한 표현능력이 정말 현저히 떨어지는 가 보다. 나머지 말은 만나서 눈으로 보충하는 수밖에.
글/ 사루비아





이 기사 메인에서 바로가기 안됨! 누가 그런 컨셉트 없는 멘트를 날리셨을까나... 9월 이사가서 활발한 모습 보여주셈! 그리구 그런 말 들으시면 참지 말고
험한말을 해서 깨우침을 주세요! 쌓아두면 병되요.
달팽이 비누 인기 쵝오! 강좌 때 선물 드렸더니 다들 넘후 좋아했음!! 제 생각에는 주방일 보다 훨씬 티가 많이 나는 활동인 것 같은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