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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115-164) – 송고운
습 관

내 머릿속에는 벤야민이 집도해놓은 시장, 배, 상점, 교회, 바다 등등이 뭉텅이 뭉텅이로 부유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왠지 하나이다. 왠지 하나인 이것들은 모호하게 존재해서 확실히 하나를 잡으면 주변이 안 보이게 된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그 하나를 놓아버리면 그나마 왠지 하나로 모호하게 보이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읽기를 다짐하지만 왠지 벤야민이니깐 많이 들어본 그 이름이니깐 뭔가 있겠다 싶어 자꾸 다가간다. 하지만 거리를 유지할 것. 그러면서 가끔씩 들어오는 단어, 문구, 문장이 있으면 그것에 기뻐하며 읽는다. 맘을 놓고 죽 그냥 읽어 내려간다. 후진은 금물인 일방통행로이니깐. 그러다가 「비매품」부분에서 ‘…이것들은 전체가 1862년에 제작되었다’(p137) 라는 글귀를 보며, 1862년에 집착하게 된다. 뭘까 이 숫자는.. 그래 내가 모르는 무슨 사건이 있었던 년도일꺼야 라고 생각하며 폭풍치듯 네이버를 검색해댄다. 그러나 ‘1862년에는 진주농민봉기가 일어났었어요’ 라는 지식인의 대답만 보일 뿐이다. 나는 읽는 것과 더 알려는 것 사이에서 생뚱맞은 삽질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부지들 임대함」 에서 벤야민은 내용보다는 시각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광고의 시대이고. 실체보다는 돈으로 다가가게 하는 시대를 말한다. 우리는 ‘아스팔트의 물웅덩이 위에 반영된 그 글자의 붉은 빛’(p139)에 환각된 채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야간용 의사 호출 종>의 한 문장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여인이 그를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해방시키듯이 아내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그를 어머니의 대지에서 분리시킨다.’(p153). 하지만 드라마를 봐라. 그리고 버스에서 들리는 라디오의 사연을 들어봐라. 어머니는 그의 여인과 그의 아내까지도 어머니의 영향력 아래에 놓게 만들기도 한다. <두 번째 안뜰 왼편, 마담 아리안느>의 한 문장은 생년월일시에 집착하는 우리 엄마와 이모가 왜 그렇게도 생각이 나는지… ‘예언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인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물어보는 사람은 다가올 것에 대해 자신의 내면이 들려주는 소리를 의식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셈이다.’(p153).


내 머릿속에는 벤야민이 집도해놓은 시장, 배, 상점, 교회, 바다 등등이 뭉텅이 뭉텅이로 부유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왠지 하나이다. 하나인 이것들은 모호하게 존재해서 확실히 하나를 잡으면 주변이 안 보이게 된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그 하나를 놓아버리면 그나마 왠지 하나로 모호하게 보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