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N웹진
수유너머 N 세미나 에세이 <일방통행로>
벤야민이 듣는 세계의 외침과 속삭임
글/ 아거
벤야민에게 세계와 사물은 말을 걸어온다. 사물들이 그에게 전달하는 은밀한 언어에 대한 벤야민의 응답들은 하나로 수렴되는 의미나 정보를 갖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어떤 ‘과정’을, 사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다가가는 순간의 ‘치열함’을 발산하고 있다. ) 천재에게는 어떠한 단절이나 힘겨운 운명적 타격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근면함이 지배하는 작업실에 슬며시 찾아든 잠에 불과하다. 그 작업실의 세력권이 형성되 “위대한 사람들에게는 완성된 작품보다는 평생을 두고 작업했으나 완성하지 못한 단편들이 더 비중 있게 다가온다. (중간생략 는 곳은 미완성 작품이다. ‘천재는 근면함이다.’ “(p.74) 평생을 두고 작업해도 완성하지 못하는 단편들이 그 ‘치열함’의 순간들이고 그 순간을 담은 작품은 사물들이 걸어오는 소리, 끊임없이 뒤바뀌고 ‘본성을 잃는’ 그 성질을 포착하기 때문에 미완성이고, 과정일 수 밖에 없다. 벤야민이 말하는 천재 역시 고정되어 있는 본성이 아니라 ‘치열함’의 작업실에서 사물들의 목소리에 맞서는 순간, 사건의 존재 자체가 아닐까. “몸이 굳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물건들의 냉기를 우리들의 온기로 완화시켜야 하고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가시 돋친 물건들을 아주 숙련된 솜씨로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기대하지 않는다. 차장, 관리, 수공업자, 판매원, 이들은 모두 고분고분하지 않은 물질세계를 스스로 대변하는데, 이들의 거친 태도는 마치 물질세계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노력처럼 보인다. 인간의 파멸에 필적할 정도로 타락함으로써 사물들은 인간의 파멸을 견책하고 이 나라는 사물들의 이러한 타락에 대한 공모자가 되었다.”(p.89) 사물과 인간이 함께 숨쉬고 있는 공기에서 그가 느끼는 섬뜩한 냉기는 모든 관계가 화폐를 매개함으로써만 이루어지고 이해타산이라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빠졌다고 묘사하는 ‘공산당 선언’이 감지하는 세계와도 닿아있다. 다만 벤야민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고 외치는 대신에 사물들 안에 숨겨진 “이음새”를 찾는 작업을 한다. “사람들의 견해란 사회생활이라는 거대한 기구에서 윤활유와 같다. 우리가 할 일은 엔진에 다가가서 그 위에 윤활유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다. 숨겨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그 자리를 알아내야 할 대갈못과 이음새에 기름을 약간 뿌리는 것이다.”(p.70) 나는 일방통행로 앞부분을 읽으면서 자꾸 홍상수의 영화가 생각났다. 홍상수 영화를 숨죽이고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매 순간 흐르고 있지만 들여다보지 않는, 혹은 들여다보기를 꺼리는 일상과 느낌의 파편을 클로즈업해서 바라볼 때의 긴장. 사물과 관계의 어떤 미묘한 지점이 스크린 위에 살며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의 짜릿함, 사물과 관계의 이미지에 다가서는 치열함이 꿈틀대는 세계는 미완성 작품이 진행중인 작업실이고, 아이의 놀이터일 것이다.








시간만 조절되면 참여하고 싶네요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