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N웹진

    수유너머N 2017 겨울강좌

비체페미니즘- 

강의 인터뷰

 

 

인터뷰 및 정리: 조지훈

 

Q. 페미니즘과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데요. 그런 수많은 현상 중에서 미러링으로 논의를 출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여성혐오라는 이슈가 본격화된게 강남역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부터잖아요. 그리고 이후에 메갈리안이 다시 조명되면서, 한참 얘기가 많이 되었죠. 제가 이번 강의의 기본틀이 될 <여성혐오, 그 이후>라는 책을 쓴 게 바로 그 시점 즈음인 8월이었어요. 그러니까 우선 시기적으로 미러링의 문제가 페미니즘 안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때였던 거죠. 요 근래 중요했던 이슈인 성폭력 문제나 탄핵 집회 때 등장했던 페미니즘 운동은 원고를 마무리할 즈음 일어난 거라 깊게 다룰 수 없었죠.
그런 이슈의 문제를 떠나서 미러링으로부터 페미니즘 운동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러링으로 대표되는 SNS 상에서의 새로운 움직임들을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결되고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소위 뉴페미라고 불리는 이들은 기존의 페미니즘 운동에서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서는 있어 본적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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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러링이 부상한 기점으로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시는 거죠?
A: 사실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겔러리 생긴 다음부터 메갈리아 같은 사이트들이 만들어지고 그랬잖아요, 그런 사이트에서 여성혐오에 대해서 대항하던 주요 전략이 미러링이었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주목을 했었는데, 이게 뭔지도 몰랐고, 미러링을 하는 본인들도 사실은 자신들의 작업이 무언지 생각하면서 수행하는 형국이었죠. 그래서 주목을 해보고 싶었죠. 미러링을 잘 설명해서, 이로부터 페미니즘의 언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미러링이라는 이론적 언어가 있던 게 아니라 사람들끼리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나온 것이라, 단순히 미러링이 어떤 행위였는지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학문적으로 방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러링을 어떻게 사회적인 문제로 이해할 수 있을지 꼭 풀어보고 싶어요.
 
Q: 사회적으로 미러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 같아요.
A: 미러링이 다 정당하다 혹은 다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성공한 사례가 있고 그렇지 못한 사례들도 있는 거죠. 김연아가 10, 9, 8점 등등 다양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미러링도 어떻게 수행하냐에 따라서 평가할 수 있는 거죠. 사실 미러링을 제대로 한 경우도 있지만 과도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미러링을 하기 위해선 남성의 목소리를 되받아쳐야 하는데 이때 잠정적으로 남성의 폭력적인 목소리에 동일시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듣는 사람에게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겠죠
그런데 미러링이 진짜 패러디가 되려면 여성혐오의 목소리를 모방하고 있음을 보는 사람한테 알게 해줘야 합니다. 이걸 놓치게 되면 미러링을 하는 메갈리아나 일배나 뭐가 다르냐는 반발을 사게 되는 거죠. 이런 반발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여성혐오와 여성의 미러링 간의 비대칭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미러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동일시하고 거리를 두는 이중적인 위치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것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죠. 그래서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은 패러디라고 느끼기보다 정말 똑같네, 원본에 가깝네, 정말 이건 저쪽 목소리랑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거죠. 미러링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보다 전략적인 효과의 차원에서 접근해 내부적으로 비판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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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의 제목과 관련하여 질문 드립니다. 페미니즘 앞에 붙은 비체라는 개념어가 다소 생소합니다. 비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리고요.
A: 제가 왜 비체라는 개념을 앞에 내세웠냐면, 저도 솔직히 처음에는 오늘날의 뉴페미들을 보고 불편했거든요. 이게 뭔가 잘하는 듯 불편한 거예요. 왜 불편할까를 계속 생각해보다가 혐오에 대한 두 가지 담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나는 혐오의 구조를 강조하는 담론이고, 다른 하나는 혐오의 감정에 대해 접근하는 담론이죠. 그런데 우리가 너무 첫 번째 언어만 갖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여성혐오를 강조하는 대부분이 담론은 구조 담론이에요. 하나로만 보고 있는 다소 환원론적인 관점이죠.
그런데 혐오는 실제로 혐오의 대상을 폄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욕하면서 가까이가지도 않으려는 거잖아요. 정말 배제를 당하는 거죠. 그렇게까지 혐오를 일으키는 감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혐오담론을 보게 되다가 비체라는 말을 보게 되었죠. 비체(abject)라는 말이 대상(object)에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어 a가 합쳐진 말이잖아요. ,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철학사를 보면 대상은 주체에 의해서 규정되잖아요. 그러니까 대상은 주체에 의해서 이해될 수 있는 안전한 타자예요. 그런데 비체는 이러한 안전한 타자로서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소위 주체라는 사람들이 보기에 규정성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불편한 타자인거죠.
심지어 페미니즘의 층위에 놓고 보아도 그래요. 가령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했던 주체의 모습이 있는데 (뉴페미들이) 거기에 꼭 들어맞지 않거든요. 미러링 또한 익숙하지 않았던 방식이니 불편한 거죠. 그래서 비체라는 개념이 오늘날의 뉴페미를 설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제가 불편했던 건 페미도 페미한테 비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어요. 왜냐하면 저는 옛날부터 페미니즘을 해왔지만 제가 쓰는 언어로는 뉴페미들이 파악이 안 되었어요. 미러링은 어디도 쓴 적이 없는 거죠. 그래서 저도 잘 몰랐던 거죠. 이 사람들을 어떤 언어로 파악을 해야 할지. 그러다가 이들을 비체라는 관점에서 보지 못해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심지어 뉴페미들 자신들도 자신의 행위들을 설명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비체라는 생각이 들었죠.
Q: 비체라는 개념이 뉴페미말고 어떻게 기존의 페미니즘과 연결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주어진 젠더 정치성이나 경계를 자꾸 어지럽히는 역할을 하는 게 비체인거죠. 젠더 경계를 지키려는 자들에겐 불편한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모든 페미니즘의 역사가 비체의 역사인 것 같아요. 1세대 페미니스트의 참정권 투쟁도 당시에는 비체적이었던 거죠. 새로운 젠더를 생각했던 사람들도 다 비체였던 거죠. 급진 페미니즘도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비체였던 거죠. 페미니즘의 역사는 비체들의 등장과 관계되어서, 뉴페미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의 역사를 비체의 개념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이 커졌죠.
그렇지만 비체가 그 자체로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체에서 페미니즘을 만들기 위한 언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비체들이 말을 찾고 있다고 봐요. 성공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죠. 수행하면서 말들을 찾아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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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체적인 강의 구성을 보면 언어의 문제로 페미니즘을 풀어가는 것 같은데요, 페미니즘에서 언어의 문제가 어떤 중요한 맥락이 있는지요?
A: 사실 이번의 강좌는 페미니즘 전반을 다루는 게 아니라 여성혐오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혐오발언을 많이 다루게 되다보니 언어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죠. 앞에서 많이 얘기해서 반복될 것 같아서 간단히만 말하자면, 혐오 발언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이 시대의 페미니즘의 언어를 생각해보자 정도의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Q. 마지막 강의는 비자본주의 경제라는 층위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것 같은데요, 언어로 시작되는 논의에서 어떻게 경제적 문제로 연결되고 있는지요? 가사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층위에서 출발하여 비체라는 개념을 관통한 페미니즘에서 자본주의 경제를 접근하는 것은 어떤 맥락인지 말씀주세요.
A: 마지막 부분은 혐오 논쟁 관련 전의 제 작업과 관계가 있어요. 제가 예전는 페미니즘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깁슨-그레엄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비체라는 개념을 놓고 보니까 재미있는 구조가 그려지는 거예요. 사실 비체라는 것은 무언가 뚜렷하게 되어 있는 경계를 흔드는 거잖아요. 사실 이거야 말로 구조에서 가장 벗어날 수 있는 행위자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이거야 말로 여성혐오의 구조를 뚫고 나갈 행위자성일 뿐만 아니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자본주의를 뚫고 나갔던 행위자들도 비체였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제가 이전에 페미니즘 정치경제학의 깁슨-그레엄의 논의를 보았던 게 바로 비체의 행위자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를 자본주의가 규정하잖아요. 그렇다면 가사노동은 자본주의를 재생산하기 위한 그림자 노동이거나, 아니면 이걸 잘 작동하게 하는 부수적 역할을 할뿐이죠. 이게 대상으로서의 역할이잖아요. 깁슨 그레이엄이 뭘 얘기하려고 했나 생각해보니까, 이런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들이 착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여성들이 자본주의를 재생산하는 착한 노동을 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잘 잡혀지지 않는 노동을 했다. 그런 점에서 비체의 노동이었다라고 풀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자본주의를 막강한 구조로 보면 빠져나갈 수가 없죠. 가사노동을 비체의 노동으로 보면서 자본주의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내부의 행위자성을 생각해보고 싶어요. 여성혐오의 구조를 너무 강하게 보면 비체의 행위자성을 설명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자본주의 내부의 비자본주의적 행위로서의 비체를 보자는 거죠. 그렇다면 노동과 페미니즘이 중첩되는 지점에서의 어떤 이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페미니즘을 통해 뭘 하지말자보다는 뭘 더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주디스 버틀러한테 빌려오는 전략이죠. 이를테면 계집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보다는 나라를 바꾸는 계집같은 말을 쓰자는 거죠. 우리가 스스로 계집이라고 하자는 거잖아요. 계집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다른 맥락에서 쓰자는 거잖아요. 어떻게 계집이 나라를 바꾸어요? 기존의 맥락에서 말도 안 되죠.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집을 새로운 문맥 속에서 배치하면서 계집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거죠. 저는 여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규제적인 관점을 넘어설 필요가 있는 거죠. 전략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걸 강의에서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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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의 시작 전에 읽어오면 좋을 책 1~2권정도 추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쓴 <여성혐오 그 후>를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쉽게 썼거든요. 이런 논의들이 조금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주디스 버틀러의 <혐오발언>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버틀러의 책 중에서 그나마 쉽죠. 좀 더 도전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매우 어렵겠지만 <젠더 트러블>을 권해드려요. 기본적으로 저의 논의는 버틀러를 깔고 들어가니까 버틀러에 대한 책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강의 시간에 다 말씀드릴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구요.
 
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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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인정 이론과 페미니즘을 접목시킨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HK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도시화와 로맨스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공간 개념의 철학사를 구성하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서로 『여성의 정체성』(책세상), 『사랑 이후의 도시』(라움)(공저),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사월의 책)(공저) 등이 있으며 

공역서로 악셀 호네트『인정투쟁』, 깁슨-그레엄『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여성주의 정치경제 비판』, 

낸시 프레이저 외『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등이 있다. 



강의신청 하러 가기: http://www.nomadist.org/xe/ap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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