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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글입니다. 재미있고 명확한 책이라 질문은 없고, 생각 및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공생(共生)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호협력적인 어감이 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 때문일 것이다. 생물의 진화에서 공생이란 새로움의 기원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유혈투쟁의 고통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을 고통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 중심의 진화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혈투쟁을 개체의 고통과 무관한, 무사심한 관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것은 인간 중심적인, 핵 중심적인 관점의 반대편일 것이다. 두 가지 이분법이 아닌 공생은 무엇인가.

진핵세포는 공생하는 세균들의 진화적 통합으로 만들어졌다. 핵 자체가 공생을 통해 생겼다고 볼 수 없다. 독자적인 세균 중에는 핵처럼 생긴 것은 없다. 아마도 핵은 서로 다른 세균들의 불편한 융합을 통해 진화했을 것이다. 우리의 기원인 세포는 초창기에 안팎을 구분하는 방울들의 막이라는 경계를 만들었다. 방울 속으로 들어간 태양 에너지가 세포 생명체의 전신인 자기성(selfhood)을 형성했을 것이다. 화학계에는 ‘자기’가 없다. 반면 생명은 언제나 일련의 자기 자신을, 생물이나 세포를 인식해왔다. 생명은 과거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 상태에서 계속 존재한다. 생물학에는 ‘기억’이 추가되어야 한다. 생명은 본질적으로 기억 저장 시스템이다. (DNA, RNA, 유전자복제)

인간의 성은 감수 분열 성이다. 배아에서 발달한 올챙이, 새싹, 파충류, 인간의 어린 다세포 생물들의 유사성은 동물과 식물이 다른 생물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생물의 분류학은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 가에 따른 다른 진리를 낳는다. 세균의 성은 감수 분열 성과 다르다. 세균은 유전자를 다른 세균에게 기증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포기한다. 세균의 성은 일방적이다. 그래서 세균과의 공생 발생으로 생긴 원생생물과 곰팡이는 감수 분열 성과 다른 방식의 성생활을 한다. 세균은 왕성하게 번식할 때는 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균에게 성은 특정한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이며, 이따금 나타날 뿐이다. 반면 정자와 난자의 핵 융합은 주기성을 띤 공생 융합이다. 유성 생식 과정을 이끈 원동력은 굶주림이었을 것이다. 감수 분열 성은 동족 섭식의 여파로 생긴 생존 전략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합병된 두 세포는 핵 두 개, 두 벌의 염색체를 지닌 새로운 단세포가 된다. 두 벌의 염색체는 힘든 시기에는 유리했지만,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고 그래서 본연의 반수체로 돌아가려는 충동이 일었다. 그런데 휴전 상태로 끝난 경우 서로 가까이 놓여 있던 핵 두 개가 융합된 사례가 있었다. 이 불완전한 동족 섭식 수준이 바로 수정과 동등할 것이다. 공생과 마찬가지로 성도 융합의 문제다. 하지만 그것은 융합체로부터 주기적으로 탈출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성은 주기성을 띤 공생의 아주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유전자들의 융합과 분리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이것은 일시적인 공생보다 덜 창조적이고 덜 우연적인 것으로 예측가능하다. 다세포성과 복잡성은 몸의 노화와 죽음을 치르게 했다. 죽음이 진화한 것이다. 동물이 된다는 것은 성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공생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하나의 생물이라는, 하나의 인격체와 같다는 이론이 아니다.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들의 방대한 집합에 가까운 가이아적 조절 생리 현상으로의 지구를 설명하는 것이다. 생명은 어디에 있던 그 환경과 결합한다. 지구는 그러한 복잡한 생리 과정들을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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