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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영원회귀] 11강 후기

토미토미 2018.12.04 00:45 조회 수 : 61

주말이 격무 모드인지라, 죄송하게도 후기가 늦었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고통, 통증을 매개로, 힘과 의식 사이의 투쟁을 풀어낸 2장의 내용들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었는데, 정작 후기를 써보려고 하니 도대체 뭘 재밌다고 느낀 건지 쓸 수가 없어서 참으로 난감하네요;;

 

1. 통증

모든 고통은 무수한 막연한 충동들을 아우르는 신체의 복수성과 두뇌적 감각의 의미해석의 집요함이 다툰 결과물이다. (58)

 

자아로부터 힘을 탈취하려는 신체와, 신체를 통일하고 힘들을 통합하려는 의식(두뇌)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경계선이 그어지는 과정이 되풀이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두뇌(의식)가 힘들과 자신 사이의 경계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된다는 책의 구절도 재밌었는데, 아마 니체는 그 경계를 가장 멀리까지- 뇌의 코앞까지 ;;-  밀고 나아간 자 중 하나이겠지요. 사유의 실험을 계속하며 병은 더 깊어졌고, 그의 행복감과 (창조) 능력도 함께 최고조에 이르는, 회복과 발병을 반복하며 점점 더 커지는 싸움. 그리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게 된, 은혜로운 싸움.(42).

 

2. ‘악’순환

무수하게 되돌아오는 힘들은 방향도 목적도 없이 카오스의 상태로 온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알 수 없고, 포착할 수 없는 형태로 오기 때문에 ‘악’순환이라는 이야기였지요. 카오스란 우리가 모르는 ‘질서’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세계의 불안하고 혼미한 성질을 부인하지 말라는 니체의 말이 떠오릅니다. 악순환은 두 팔을 벌려 환영해야 할 어떤 것일 겁니다.

 

3. 망각

하지만 포착할 수 없는 무수한 힘들이 되돌아오는 이 악순환으로 무기력함을 느끼게도 되는데, 그래서 ‘망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질문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모두들 니체를 잘 알고 계시고, ‘망각’에 대해서도 그러실 것 같아서 질문할 용기를 못 냈어요. 책에는 이렇게 써 있네요. “우리 상태의 불연속적 전체를 은폐하는 고유한 연쇄. 망각은 기호들의 은폐이며, 사용가능한 모든 지시작용들을 흡수하는 다른 자극의 순간을 향한 집중(65)", 이라고요.

좀 다른 맥락일지 모르겠는데, 우리의 능력 발휘를 가로막는 부정적인 감정들- 원한, 가책, 죄의식 - 은 모두 과거를 향해 있어 우리를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기억이나 회상이란 것도 '과거의 동일한 것, 자아의 일관된 것'을 향해 있다고 할 때, 망각이 과거로부터 우리를 돌려세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망각의 능력’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열등감을 느끼는 편이라 좀더 찾아보고 싶어요.

 

0.

‘힘들의 성질과 종합 원리, 영원회귀’ 등에 대한 개념적인 이야기들을 할 때에 비해 니체의 편지글들까지 곁들인, 평전의 느낌마저 나는 2장을 읽으면서는 어떤 강렬한 감정 같은 것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10여 회의 수업을 듣고 나자, 저는 저의 감정을 뭐라 명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하기가 좀 어렵네요. 오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굉장히 복잡해졌어요.

 

+ 니체는 편지에서, 알고자 하는 의욕으로 불타는 즐거움 덕분에, 끔찍한 짐이 되어버린 자신의 실존을 던져 버리지 않고, 모든 고문과 절망을 이겨냈다고 했습니다.(43)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싸움을 하고, 어떤 경계선을 그어나갈 것인가, 생각해 보는데, 답은 알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찾아올 것이고(카오스), 나의 힘들은 무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것이므로. 오로지 필요한 것은 그것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자세, 그것을 '힘에의 의지'로 부르든 뭘로 부르든지요. 삶을 예술로 바꾸는 것, 아이가 되어 놀이하는 것, 춤을 추는 것에 대해서는 좀더 배워야겠고요.

이 책의 나머지도 꽤 궁금합니다. 올해의 끝에 이 책을 완독하게 된다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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