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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영원회귀] 10강 후기

희령 2018.11.23 12:37 조회 수 : 79

1.

“만약 사람들이 니체 철학이 누구를 반대하는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그의 철학 전체가 추상적이고 별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인 채로 머물러 있게 된다. 그런데 <누구에 반대해서?>라는 의문 그 자체는 여러 답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런 답변들 중 특히 중요한 하나는 '초인'이 인간의 변증법적인 입장에 반대하고, '가치 전환'은 소유의 변증법이나 소외 제거의 변증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반헤겔주의가 공격의 날처럼 니체 저작을 가로지르고 있다. 우리는 벌써 힘의 이론 속에서 그것을 뒤따라 갈 수 있다.”

니체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허공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니체와 철학’ 초반에 만난 들뢰즈의 저 구절이 상쾌한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뢰즈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식의 귀동냥만 하다가 뒤늦게 들뢰즈의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가 왜 그토록 회자 되는지 알 것 같았고, 어렵지만 명쾌하고, 어렵지만 유익했습니다.

 

2.

‘목적 자체는 달성되지 못했고, 실패했지만 충분치 못한 수단 때문이 아니라, 목적으로서 그것인 바, 즉 목적의 본성에 근거해서이다. 만약 사람들이 목적 달성에 실패한다면, 사람들이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도달된 목적으로서 그것이 마찬가지로 실패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5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수단이 문제가 아니라 목적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의미 그대로인지, 아니면 도달된 목적이라면 이미 실패한 목적이라는 반어적 의미인지.

 

3.

어제로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이 끝났습니다. 저로서는 능동적/반동적, 긍정적/부정적 힘과 의지에 대한 니체의 개념을 의식의 성긴 그물로 건져서 들여다 본 경험이었습니다. 니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혹은 들뢰즈가 니체의 개념을 어떻게 읽고 정교화 했는지 그 정확한 내용은 저에게 끝내 잡히지 않겠지만, 이따금 제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이것이 수동적 허무주의인가?’ 혹은 ‘부정적 의지의 개입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면 늘 좋음과 나쁨 사이를, 긍정과 부정 사이를 비틀거리며 헤맸던 것 같습니다. 좋음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나쁨으로 밝혀지고, 나쁨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좋음으로 변하고, 긍정이 부정으로 부정이 긍정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켜켜이 쌓일 것이라고 믿었던 ‘시간’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니체의 지적대로, 세계를 지탱하는 절대적 가치가 있으리라는 믿음이 한 차례 무너지고, 가치 자체가 점차 사라져 가면서, 수동적 허무주의에 이르게 되는 경로였습니다. 물론 니체의 사유는 그 시대가 맞닥뜨린 허무주의에 관한 것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도처에 슬픈 정념이 있다. 또 불행한 양심은 모든 변증법의 주체이다. 변증법은 우선 삶에 대항하는 반작용 속에서 삶을 심판하고 그것을 제한하며, 그것을 가늠하길 원하는 이론적 인간의 사유이다.’

<결론> 에 있던 구절입니다.  나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이것이 긍정인가, 부정인가 혹은 능동인가 반동인가에 대해 너무 자주 가늠해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힘이나 의지라는 개념이 인간적 상황에 곧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을 들은 것도 같고, 부정이란 어쩌면 긍정이라는 바다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파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든, 세계는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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