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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갇힌 여인, 2415-2484

정아은 2018.12.10 17:18 조회 수 : 164

2018년 12월 10일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갇힌 여인, 2415-2484 발제, 정아은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됩니다

한 축은 샤를뤼스 남작의 이야기입니다. 샤를뤼스는 모렐과의 사교를 새로운 장으로 등장한 베르뒤랭네 모임에 흠뻑 빠져듭니다. 낯선 만남의 장에 들어선 샤를뤼스는 이제껏 그래왔듯 귀족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베르뒤랭 부부라는 낯선 이들의 장을 자신의 장이라고 착각합니다. 모임에 초대할 이의 선정에서부터 대화주제의 선점까지, 경솔하고도 자신만만하게 베르뒤랭 부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버리지요. 그 대가로 베르뒤랭 부부에게 보기 좋게 당합니다. 모렐에게서도 버림받고요. 자신이 누구보다도 높은 위치에 있으며,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자기가 베풀어주는 말과 행동을 좋아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샤를뤼스 남작의 순진무구한 언행과, 자존심을 상하게 한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비열한 짓을 서슴치 않는 베르뒤랭 부부의 작태가 빼어난 균형을 이루어지며 펼쳐집니다. 여기에 샤를뤼스 남작의 성적 정체성이라는 장치가 액세서리처럼 가미되어 익살맞은 신들이 연달아 펼쳐지지요. 이런 설정을 통해 프루스트는 저물어가는 귀족 세력과 떠오르는 부르주아 세력의 힘의 배분, 저변에서 일기 시작하는 계급 사회의 흔들림, 그에 따라 나타나는 사람들의 미묘한 반응들을 탁월하게 그려보입니다. 익살과 해학이 섞인, 세밀화로 그려낸 벽화라 해야 할까요. 특히 샤를뤼스 남작이라는 인물의 독창성과 매력은 이 기나긴 소설을 끝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일등공신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샤를뤼스 남작이라는 인물에 프루스트 자신이 많이 반영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다는 말이지요. 실제 작가 자신의 반영이든 아니든, 프루스트는 샤를뤼스 남작이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동성애에 대한 통념에 아주 영리한 방법으로 반격을 날립니다.

다른 한 축은 베르뒤랭 모임에 참가해서 샤를뤼스가 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마르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알베르틴과의 설전입니다. 알베르틴이라기보다 알베르틴을 의심하고 질투하는 마르셀 자신과의 설절이라고 해야 할까요. 샤를뤼스가 곤란을 당할 걸 알면서도 그걸 지켜보기만 하는 마르셀의 머릿속은 온통 알베르틴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알베르틴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집에 돌아가면 알베르틴이라는 따뜻한 생명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기도 하지요.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알베르틴이 없어서 혼자있음에 기뻐하기도 하고요. 이런 이중적인 마르셀의 모습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며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 아쉬워하는 우리 각자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타인과 함께하기를 갈구하면서도 막상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혼자만의 시간을 아쉬워하지요. 타인과의 거리 조절로 애를 먹는 건 프루스트의 시대나 우리 시대나 마찬가지인, 인간의 숙명인가 봅니다.

샤를뤼스를 근본적으로 싫어하지 않으면서도 베르뒤랭네에서 쫓겨나게 될까 봐 샤를뤼스 축출작전에 힘을 보태는 브리쇼를 통해서는 소속된 집단에서 배척되고 싶어하지 않아 군중심리에 끌려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질투심 때문에 알베르틴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마르셀을 통해서는 ‘모방욕망’을(르네 지라르의 모방욕망 개념이 강하게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브리쇼의 이야기 중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오데트의 과거(진짜 크레시 부인이었다는)를 통해서는 한 인간 안에 잠재될 수 있는 인격 층위의 다채로움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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