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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힘 자크데리다, 진태원옮김, 문학과 지성사 〈발제; 왕진희〉

 

데리다하면 자동으로 ‘해체’가 생각난다. 얼핏 난해하기로만 알려진 그의 사상 이면에는 의외로 매우 소박하고 정감어린 면이 많아서 이것에 반해 그를 사랑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 데리다의 텍스트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답이란 것에 대해서 항상 조심스레 침잠해서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늘 인식론적 겸허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 답에 대해 무수한 어떤 커다란 답의 총체가 있고, 자신의 답은 그것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내가 믿는 답이라고 하는 게 절대적으로 맞다’고 하는 것이 하나의 진리의 ‘테러주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나의 주장이 어쩌면 부분적이고 특정한 정황에 맞는 것이고 잠정적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숙고한다면, 조금 안다고 독선을 부리거나, 자기 자신을 남들이 몰라줘서 속상해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생각을 해 본다.

 

데리다는 법의 힘이라는 이 책에서 법의 기원이나 법을 유지하는 토대를 밝히려 하다. 혹은 법이 더는 기능하지 않은 지점을 지적하려고 하며 해체와 정의, 법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렇다면 해체와 정의란 무엇인가? 법이란 무엇인가? 데리다 철학의 법과 해체와 정의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해체가 정의의 가능성을 보증하고 허락하고 허가하는가? 해체가 정의를, 정의 및 정의의 가능성의 조건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담론을 가능하게 해주는가? 안타깝게도 법과 정의가 확실한 기준이 없기에, 이러한 법과 정의 사이의 애매한 미끄러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데리다는 법의로서의 정의 개념 자체에, 법이 되는 것으로서의 정의, 법으로서의 법 개념자체에 본질적으로 법의 힘이라는 것이 함축되어있으며, ‘힘이 없이는 법도 없다’고 언급한 칸트를 매우 엄밀하게 환기시켰다. 법에 이러한 강제성이 본질적으로 함축되어있음에도, 정당하고 적법한 것으로 판단되는 힘과, 이와는 반대로 항상 부당한 것으로 간주되는 폭력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정당한 힘, 비폭력적 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게발트라는 독일어 단어는 독일 사람들에게는 적법한 권력과 권위, 공적인 힘을 의미하기도 하고, 영어와 불어에서는 대게 ‘폭력’으로 번역이 되고 있는데, 따라서 게발트는 폭력과 적법한 권력, 정당화된 권위 모두를 뜻한다.

 

법은, 혹은 법이라는 의미의 정의는 단순히 목적에 봉사하는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다. 법을 세울 때,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려고 법을 세울 때도 있지만, 그런 목적이나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법을 세울 때도 있다.

 

법이라는 의미의 정의는, 이 정의의 외부에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존재하며 이 정의가 유용성에 따라 순응하거나 일치해야 하는 힘이나 사회적 권력, 예컨대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권력에 단순히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것의 정초나 설립의 계기 차체는 결코 어떤 역사의 동질적 소재 속에 기입되어 있는 한 계기는 아닌데, 왜냐하면 이 계기는 어떤 결정을 통해 이 역사를 절단하기 때문이다. 법을 정초하고 창설하고 정당화하는 작용, 법을 만드는 작용은 어떤 힘의 발동, 곧 그 자체로는 정당하지도 부당하지도 않은 폭력으로, 이전에 정초되어 있는 어떤 선행하는 정의, 어떤 법, 미리 존재하는 어떤 토대도 정의상 보증하거나 반박할 수 없는 또는 취소할 수 없는, 수행적이며 따라서 해석적인 폭력으로 이루어져있다.(p,31)

 

권위의 기원이나 법의 기초, 토대 또는 정립은 정의상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들에게만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토대를 지니고 있지 않은 폭력들이다. 이는 그것들이 ‘불법적’이거나 ‘비 적법’하다는 의미에서 그 차체로 부당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자신들의 정초의 순간에는 불법적이지도 비 적법하지도 않다. 법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해체 가능한데, 이는 이 구조가 해석 가능하고 변혁 가능한 텍스트의 층들 위에 정초되어, 곧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 구조의 궁극적 토대가 정의상 정초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법으로서의 정의의 이러한 해체 가능한 구조는 해체의 가능성을 보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법 바깥에 또는 법 너머에 있는 정의 그 자체, 만약 이런 것이 실존한다면 이는 해체 불가능하다. 해체는 정의다. 이는 아마도 법이 관습과 자연의 대립을 넘어서는 의미에서 구성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며, 이것이 구성 가능하고 따라서 해체 가능한 것은, 그리고 더 나아가 이것이 해체 일반 또는 적어도 항상 근본적으로 법과 법적 주체의 문제들을 취급하는 어떤 해체의 실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아마도 이것이 이러한 대립을 넘어서는 한에서일 것이다.

1. 법의 해체 가능성은 해체를 가능하게 한다.

2. 정의의 해체 불가능성 역시 해체를 가능하게 하며, 심지어 그 것과 혼합된다.

3. 해체는 정의의 해체 불가능성과 법의 해체 가능성을 분리시키는 간극에서 발생한다. (...) 곧, 해체 불가능한 X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에서, 따라서 해체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는 그 경우에 한에서, 해체는 불가능으로서 가능하다.

 

법은 정의가 아니다. 법은 계산의 요소이며, 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당하지만, 정의는 계산 불가능한 것이며, 정의는 우리가 계산 불가능한 것과 함께 계산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아포아리아적인 경험들은 정의에 대한, 곧 정당한 것과 부당한 것 사이의 결정이 결코 어떤 규칙에 의해 보증되지 않는 순간들에 대한 있을 법하지 않으면서도 필연적인 경험들이다.

 

해체는 왜 하는가?

 

정의를 둘러싼 이론적이거나 규범적인 우리의 개념 장치의 기원과 토대들 및 한계들에 대해 계속적으로 질문해 나가는 것은 엄밀한 해체의 관점에서 볼 때는 정의에 대한 관심을 중립화하는 것이 아니고, 불의에 둔감한 것도 아니다. 반대로 이는 정의의 요구의 극단적 강화이며, 정의의 요구 속에 초과와 불일치를 기입시켜야 하는 일종의 본질적 불균형(법과 정의, 또는 보편성과 독특성 사이에 존재하는)에 대한 감수성이다. 결국 해체는 규정된 맥락에서 정의, 정의의 가능성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기존의 규정들을 넘어서 있는, 항상 충족되지 않는 이러한 호소에서만 자신의 힘과 운동, 자신의 동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정의의 이름으로 실행된다고 주장하고, 정의는 작동되어야(구성되고 적용되어야, 곧 힘에 의해 ‘강제되어야’)하는 법 안에 자기 자신을 설립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해체는 항상 이 양자 사이에 놓여 있으며, 이 사이에서 자신을 전위시킨다.

 

법과 정의 사이의 아포아리아, 3개의 아포리아(49~62쪽)은 다음 발제로 계속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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