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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_1학기 인사원 <아감벤의 정치철학>
김용진 20180409


< 초현실주의> (1929) by 발터 벤야민

 

1.

초현실주의 운동에 대한 평가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인 사이에는 낙차가 있다. 그 차이에서 비평가(벤야민 본인)는 발전소를 세운다. 프랑스의 ‘전문가’들이 초현실주의 운동을 전후 권태와 데카당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데 반해, 독일인 벤야민은 칼슈미트가 근대 자유주의자에 대해 비판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낙차에서 터빈을 돌릴 수 있다. 초현실주의는 단순히 문예운동이 아니다. 정치운동이다. “시적인 삶을 가능한 것의 극단적 한계까지 추구함으로써 시의 영역이 내부로부터 폭파됐다” -> 결국 벤야민의 초현실주의 비평은 헤겔식 역사철학을 공유하는 사회민주주의자 등을 공격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방점을 둔다. 바로 초현실주의 운동을 통해.

2.

벤야민의 초현실주의 운동 비평의 핵심은 초현실주의 운동이 일종의 보편성을 바탕으로 완결성을 지닌다는 관점을 문제 삼는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계속되는 변증법적 운동 속에 있다. 랭보가 표현한 것에 그 핵심이 있다. “대양과 극 지역에서 피는 꽃들의 비단에서- 그런 건 없다.” 초현실주의적인 것이 일종의 보편성을 획득하여 과학의 자리에 초현실주의를 놓고 모든 것을 통합하려는 태도는 성급한 것이다. “초현실주의가 접촉한 것은 모두 그것에 융합되었다.”

초현실주의의 이해에서 소리(기표)와 이미지(기의)는 자동기계적으로 결합(무의식에 의해)되어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언어는 의미보다, 자아보다 먼저이다. 그리고 무의식은 이 언어의 연쇄이기 때문에 꿈에의 도취를 통해 무의식과 접속하여 자본주의에의 도취(꿈에서 깬 상태, 의식적 상태)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사물규정에 대한 자본주의의 지휘권을 초현실주의가 단순히 찬탈한 것 뿐. 즉 초현실주의자는 기존의 도덕 규칙을 뒤엎지만, 꿈에 안주한다.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있어 변증법은 여기서 멈춘다. (그리고 이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러시아로의 정향과 관계를 맺는다)

초현실주의적 경험을 위한 ‘범속한 각성’은 앙드레 부르통의 <나자>와 같은 문학에서 그 전범을 발견할 수 있다. “<파리의 농부>나 <나자>에는 매우 혼란스러운 결손현상”이 있다. 범속한 각성은 초현실주의의 절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증법적 운동 속에서 연속적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3.

<나자>에는 범속한 각성의 몇 가지 특성이 드러난다. “유리로 된 집”에 사는 것은 최고의 혁명적 미덕이다. 도덕적 노출증은 자신이 몸 담은 기존의 도덕적 질서를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해체되길 기다리는 자세다. 또한 나자의 ‘프로방스적인 기사도적 사랑’은 범속한 각성의 혁명적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의 사랑에서 연인은 가장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보다 그에 가까이에 있는 사물들과 사랑한다. 즉, 낡아버린 것에서 나타나는 혁명적 에너지를 감지하는 것. “최초의 철 구조물, 최초의 공장건물, 초초의 사진들, 사멸하기 시작하는 대상들, 살롱의 그랜드 피아노들” 등. “사회적 빈곤뿐만 아니라 건축상의 빈곤, 실내장식의 빈곤, 노예화된 사물들과 노예화시키는 사물들이 혁명적 니힐리즘으로 반전한다.” 자본주의적 도덕규칙에 의해 규정된 사물세계를 극복하는 것은 저런 사물들에 대한 초현실주의적인 태도를 통해 “과거를 향한 역사적 시선을 정치적 시선으로 맞바꾸는 데 있다.”

4.

초현실주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예술은 이름이 아직 없는, “사람들이 신고할 수 없는 어떤 화물이 표류하는 깃발이다” 즉 비평가가 그 이름을 지어줄 때 그것은 정치적인 것이 된다. 한 예술사조가 교착에 빠졌을 때, 등장하는 비의적 문학. 그 비의적 문학의 역사 자체가 예술의 위기이자 정신사의 위기를 증명한다. 그리고 비의적 문학의 역사를 쓰여진다면, 그것은 지식인의 고백서 중의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 초현실주의의 엑스레이 사진이 있다. 초현실주의의 진정한 골격, 그것은 ‘진정한 원천’과 관계를 맺는다.

5.

칼 슈미트와 같이, 벤야민은 선의의 좌파 지식인들의 대한 문제의식을 견지한다. “이상주의적 도덕을 정치적 실천과 구제 불가능하게 연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무력한 타협”들과 초현실주의를 대비할 때 초현실주의의 혁명적 에너지가 부각된다. (물론 이 비판의식은 현실의 초현실주의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초현실주의자들과 초현실주의의 진정한 의의는 같지 않다.) 그것은 악에 대한 숭배로, 정치를 도덕화하는 딜레탕티즘에 대항하여 소독하고 격리한다. ‘악’은 기존의 도덕법칙에서의 ‘악’인 것으로, 그것은 최소한 “신으로부터의 영감”이 아니라 온전히 우리의 자발성에서 생겨난다. 또한 “웅대하진 않을지언정, 영원히 새롭다” 여기서 새로운 것은 변증법에서 핵심을 보여준다. 여러 유토피아적 기획이 역사의 종착점을 설정한 것과 달리 벤야민은 영원히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운동을 옹호한다. 기존의 도덕법칙에서 설정된 ‘선’에 대항하는 새로운 ‘악’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 “미하일 바쿠닌 이래 유럽에서는 급진적인 자유 개념이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초현실주의자들이 바로 그 개념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유주의적이고 도덕적, 휴머니즘적으로 낡아빠진 자유의 이상을 처치해버린 최초의 사람들이다.”

6.

부르주아 당들의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봄을 노래하는 열악한 시, 터질정도로 비유로 가득찬 그런 시다” 더 나은 미래, 행복한 세상 등의 유토피아적 기획이다. 나이브한 낙천주의다. 이제 초현실주의의 진정한 의의가 드러난다. 그것은 전방위적인 염세주의다. 모든것을 불신하는 것. “I.G 나염회사와 공군력의 평화적인 완성에 대해서만 전폭적으로 신뢰하기이다” -> I.G. 나염회사의 과학자들은 독일 화학과 의약 분야에 큰 기여를 했으며(훗날 나치를 도왔다),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는 미래주의가 찬양해 마지않던 기술진보의 궁극적 이미지 중 하나다. 모든 것을 불신했지만 기술진보는 찬양했던 것인지?

7.

모든 것을 불신하는 염세주의를 조직하는 것은 정치에서 그와 같은 도덕적 메타포를 추방하고 백퍼센트의 이미지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상을 무시하고 근본을 관조하는 정관적 태도로는 측정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술가에게 그런 것을 요구한다. 역사의 원리를 굽어보는 유토피아적 기획은 그 도덕적 메타포의 고귀함으로 프롤레타리아 대중들과의 접점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누리는 급진적 자유는 불신과 염세로 도덕적 메타포를 추방한다. 그리고 그 백퍼센트의 이미지 장소는 “안락한 방”과 같은 종착점이나 유토피아를 상정하지 않는 보편적이고 완전한 현재성의 세계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미지공간은 신체공간 그 자체이다. 그리하여 ‘신적폭력’의 발동조건이 도출된다.

“그 자연 속에서 신체와 이미지 공간이 서로 깊이 침투함으로써 모든 혁명적 긴장이 신체적인 집단적 신경감응이 되고 집단의 모든 신체적 신경감응이 혁명적 방전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것은 하나의 단절이며, 그 단절 이후의 ‘인간학적 유물론’(형이상학적 유물론에 대립하는)이 등장한다. 결국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전문가들’이 숙고한 뒤 초현실주의의 가능성을 저평가한 배경이 된 ‘한 원천’이란 프로이트이며, 초현실주의자가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는 ‘진정한 원천’이란 ‘공산주의자 선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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