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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째 정치신학 혹은 정치철학 글들을 읽어오면서 이 공동체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텍스트들이 내게 낯설기만 했던 시간도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갑작스럽게 닥친 혼란 때문에 나를 위로하기 위해 선택한 이 공동체에서의 공부가 나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성장시키는 것 같다. 텍스트를 정밀하게 읽어나가기에 급급했던 시간들을 딛고, 이제는 조금씩 내 생각이 텍스트의 행간을 자꾸 비집고 들어온다.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이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인다.(텍스트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가능한 꼼꼼히 정리하면서 읽는다. 그것이 내겐 1차 자료다. ‘좋은’ 텍스트를 ‘정밀히’ 읽을수록 그 촘촘한 논리의 작은 틈을 비집고 내 사유의 싹이 자라나니까 말이다.)

 

***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서문과 1장 ‘주권의 역설’까지 정리하며 읽었다. (책의 전체구성이 궁금해서 서문을 읽으며 책의 구성을 짚어보기는 했지만 꼼꼼히 읽지는 못했다.) 서문은 이 책 전체에 대한 개관이자 아감벤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아감벤에 접어드니 점점 흥미로워진다. 아감벤이 1995년 ‘호모사케르’ 3부작을 처음 출간한 이래 매권 간행될 때마다 현대정치철학의 중요한 저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문학 비평가이자 미학자로만 알려졌던 아감벤이 정치철학분야의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더욱 흥미롭다.

 

2001년 9.11테러이후 <호모 사케르>시리즈가 세계 철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자는 조르조 아감벤의 책이 ‘시운을 타고난’ 작품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마치 9.11테러 이후 예외가 규칙으로 바뀌고 상시적인 예외상태가 실현된 세계의 모습을 예언하고 이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사명을 갖고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책 <호모사케르>는 1995년 쓰여 졌고 2008년 처음 번역되었다.)

 

역자 서문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대테러’ 전쟁 중에 설치된 미군의 포로수용소가 2차 대전 중 나치 수용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은 지젝(관타나모 수감자들이 우리시대의 ‘호모 사케르’다)이나 안토니오 네그리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전 지구적 테러사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소식을 전하는 시간동안 예외상태와 수용소의 ‘법적 기초’에 대해 치밀하게 탐구하는 이 책은 오늘도 불법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호모 사케르들이 곳곳에서 출현하는 우리시대의 존재론적 위상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담은 책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지젝의 <새로운 계급투쟁>도 글로벌 자본주의와 군사개입과정에서 발생한 ‘난민의 정치경제학’을 다룬 글이고, 데보라 코웬의 <로지스틱스>도 글로벌 자본주의가 로지스틱스 정치를 통해 로지스틱스 공간시대를 열어가며 어떻게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을 보여주었다. 이들 모두는 ‘호모사케르’라는 이 주제와 깊은 연관을 지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개인적 경험 때문에 ‘난민’의 문제와 그들을 만들어낸 ‘폭력’의 근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론 내가 가진 관심은 글로벌 자본주의와 서구가 주도하는 ‘신세계질서’가 낳은 난민의 정치경제학이라는 거창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개인적 관심사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 삶(생명)의 난민, 포함과 배제, 한 개인의 삶에서 예외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삶의 파괴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텍스트를 읽다보니 내게 문제의식을 던져 준 우리시대의 ‘평범한 사람들’(벌거벗은 생명)에게 발생하는 예외상태의 일상화, 그로 인한 삶(생명)의 파탄, 돈과 권력, 다수와 소수자 사이의 포함과 배제의 역학은 동시대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경제학과 철학의 중심이슈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의 동시대 정치철학의 핵심 문제들이 평범한 개인들의 삶에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관심사는 나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오늘날 통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벌거벗은 생명’(평범한 사람들)이 처한 위기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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