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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 감독에 대한 발제를 해오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 나는 그가 쓴 책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을 읽고 질문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은 브레송 감독의 짧은 글을 묶은 아포리즘 책이다. 주머니에 넣고 틈틈이 읽기 좋은 책이라고 들었다. 얇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고, 반복해서 읽을 때 특히 좋은 책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통장의 잔고가 부족해서 책을 살 수가 없었다. 책은 나중에 기회 되면 사기로 하고, 일단 서점에 가서 빠르게 읽은 다음 수집해온 문장을 토대로 집에 가서 쓰기로 했다.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을 읽으며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펼쳐놓은 채로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읽다가 잠깐 잤다가 읽기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읽은 문장을 오랫동안 소화하고 싶은 책이었다. 좋은 문장이 많았기에 그걸 간추리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요즘의 내 화두와 가까운 문장,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문장들만 골라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다소 추상적이나, 감독으로서의 자의식을 말하는 문장들로 적당히 간추려졌다. 카메라 뒤에서 어떤 자세로 서있을지 고민하는 문장들.

 

"촬영은 인상과 감각에만 머물러야 한다.

이 인상과 감각들에 무관한 지성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

 

"낚시꾼이 자기 낚싯대 끝에 뭐가 걸릴지 모르듯이

너 역시 네가 잡게 될 것에 대해 무지하라."

 

그렇게 제출한 발제문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거나, 내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멀리 나아가진 못했으나 그간 수업을 들으며 품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직 나는 브레송을 잘 모르니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테니까, 발제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명미쌤께서 발표하신 발제문 또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셨다. 지난 강의에 본 <당나귀 발타자르>에 대한 언급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당나귀 발타자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발타자르가 서커스단의 동물들과 시선을 교환하는 장면이었는데, 명미쌤을 포함한 다른 분들 또한 그 장면이 좋았다고 하셨다. 발타자르의 눈이야말로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가 지향하는 '영화적 순간'일 것이다. 브레송의 카메라는 사물이나 사람의 손, 동물의 눈과 같이 작은 정물을 응시할 때 묘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 자체로는 영혼을 지녔다고 보기 힘든 것들에 영혼을 부여하는 것 같다. 아니, 영혼을 발견하는 것 같다. 나는 영화 초중반에 휴대용 라디오를 다루는 컷들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당나귀와 어린이들, 당나귀와 연인, 당나귀와 자동차, 당나귀와 떠돌이, 당나귀와 고통 받는 여인 등은 브레송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해서 스웨터 짜듯이 서로 엮인다. 개별적인 이미지보다는 그것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당나귀 발타자르>는 아직 내게 어렵고 낯선 작품이지만, 감각하기 어려운 만큼 낯선 감각으로 나를 데려가는 작품이었다.

 

5강에서 주요하게 다루었던 '윤리적 주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거나 와닿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브레송의 <시골사제의 일기>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정리되지 않기에 흥미롭다. "동물은 그저 침묵할 뿐이다."라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

평소 좋아하던 소설인 <필경사 바틀비>의 거부하는 존재 '바틀비', 그리고 평소 좋아하던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이들의 심연 속에 존재하는 악.' 이것들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겠다.

다음 영화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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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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