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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요약정리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아래 후기 올려주신 분이 친절하게 잘 써주셨네요.^^ 전 그냥 내 맘대로 후기 올려요~

 

‘페미니즘이라는 벡터와 한국문학의 도전’ 3강 후기

(이방인과 내부자들 - 한국문학의 호모내셔널리티와 젠더)

 

- 저는 뒤늦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요즘 들어 이걸 계속 해야 하나 마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 고민의 한 축이 이 강의와 맞닿아 있을 것 같더라구요. 미처 생각지 못한 관점과 선생님의 열변을 접할 때면 뭔가 막혀있던 속이 조금씩 뚫리는 기분입니다.

 

- 10분이나 지각한데다 우산을 버스에 두고 내려온 것을 뒤늦게 깨닫고 좀 정신없이 강의에 참석했는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복사기 소리에 산만한 분위기였음에도 집중도가 무척 높았어요. 강의 듣고 나서 『그런 남자는 없다』에 실린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라는 글도 찾아 읽었습니다. 고백컨대 저는 김훈 작가 같은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항상 무언가를 부연해야만 하고 언어 속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여성 혹은 소수자가 부딪히는 벽임을 절감하면서도 그것은 언어가 가진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하므로 언어 그 자체, 문체 그 자체보다는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김훈 작가의 이미지는 제게 ‘미래의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초라한 과거를 한없이 들여다보는 남자사람어르신이었는데요, 그 정도가 어디냐는 생각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어떤 대중강연회 자리에서 한 여성 청중이 김훈 작가에게 ‘당신 글에는 왜 여성이 없습니까?’하고 따져 물었더니 “나는 정말 (여성을) 모르겠어요. 모르는데 어떻게 써요.”하고는 껄껄 웃더라구요. 『칼의 노래』의 유일한 여성인 여진도 일찌감치 죽여 버리니 글이 아주 잘 써지더라고(작가가 붙인 원제는 ‘광화문 그 사내’였다죠)... 어이는 없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으로 점철된 여성 주체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낫다 싶기도 했죠. 하지만 『공터에서』를 읽고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기력이 쇠했다는 느낌도 강했지만 ‘그래서 미래의 희망은 뭐냐’는 물음에 ‘새하얀 눈이 덮인 날, 여자가 낳은 여자아기, 누니의 탄생’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대답을 듣고 나서 이분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하나 싶었던 적이 있어요. 강의를 들으면서 그 이유가 보다 명쾌해졌던 것 같아요. 현대사의 폭력성이나 비극을 ‘수컷 인간들의 비루함’으로 치환하고 여성은 ‘생물학적 이물’(작가는 그걸 생명의 자연스러운 상징으로 묘사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그것은 여성을 동물적 존재로 강등하는 것이기도 하고 특히 그 허무주의는 그 누구에게도 건강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로 신비화 혹은 대상화 아니 아예 배제하는 태도는 어렴풋이 불편했던 것을 넘어선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영향력 있는 작가가 기나긴 역사를 회고하매 이 정도에 머물렀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런 점에서 1강에서 지적하신 ‘K-문학’이 뭔가 하는 반문이 다시 드네요. 오혜진 선생님 관점 같은 비평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방인을 그리는 한국문학과 영화의 태도에 관해서도 무척 공감하며 잘 들었습니다. (물론 이주자, 혼혈 등 이질적인 ‘이방인’에 대해 지독하게 이용하는 한편 편견과 차별을 일삼는 나라여서 <다문화고부열전>, <아빠 찾아 삼만리> 같은 티비프로그램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만은) ‘남성 이방인’은 성실한과 선량함을 체크하는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포섭’의 방식을 취한다면 ‘여성 이방인’에게는 시민권을 주지 않는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거나 오렴, 타락의 징후로 낙인찍고 추방해버리는 현실인데 여기도 ‘나중에vs지금당장’ 논란이 재현될 수 있는 쟁점이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개해주신 금희 작가의 소설은 무척 흥미로웠어요. 「옥화」를 읽으며 오히려 성장과 개발을 기치로 사람들을 몰아치면서 ‘평등’이나 ‘상호부조’의 개념을 완전히 날려먹은 한국사회보다 조선족사회가 정말 복잡한 문제들을 떠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탈북자의 눈에 비친 자본주의 물이 꽤나 든 조선족 사회(남한에 가서 일하는 가족 구성원이 많다는 점도 한몫 한 것이 아닐까...)는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인상적인 소설이었는데, 『세상에 없는 집』에 실린 다른 단편도 몇 편 읽으며 호기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조선족(저는 여전히 이 표현이 올바른 건지도 확신이 없어요)조차 언어와 문화의 차이 속에서 부유하는데 그 어마어마한 언어와 생활양식의 간극을 모두 삭제한 ‘다문화’ 소설-영화는 문제적이라는 선생님의 지적에 깊이깊이 공감합니다.

 

- 너무 길어졌네요. 관심이 많은 분야인데다 요새 글도 잘 안 써지고 그래서 후기를 정말 열심히 써보려고 했지만 후기는 후기일 뿐... 급 마칩니다. 강의들을 때 막연하거나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좀 선명하게 다가와 속으로 ‘아하’하며 속으로 무릎을 치게 될 때가 있어요. 오혜진 선생님 열정적인 강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비평, 집필 작업 이어가시길 바라고요. 응원할게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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