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자료 :: 강좌의 발제ㆍ후기 게시판입니다. 첨부파일보다 텍스트로 올려주세요!


[전각 워크샵] 5주차 후기

wldus 2019.02.02 20:01 조회 수 : 115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서’ 사물은 시작되는 걸까요?

사물은 이 세계와 더불어 시작됩니다.

사물은 곧 이 세계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로댕론} 중에서---------

 

전각 5주차 수업

문득 목요일 “바깥의 문학” 강의에서 들었던 '로댕론'이 생각났다.

내가 전각과 마주 앉아 있는 것도 한 세계가 시작된거구나.

한 세계를 만나면서 나는 왜 조급증을 냈던가?

그 세계가 나에게 살며시 스며들도록 기다려주지 않고,

왜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냐고 속으로 나를 다그쳤을까?

내가 모르던 낯선 세계와 마주하여 새로운 관계가 펼쳐진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원하는 물건 하나 만들어 본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쓸모 있고 아름다운 도장 하나 얻을 수 있다는 생각.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어쩌면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에서 우월한 한 인간만이 있었는 지도 모른다.

"사물은 이 세계와 더불어 시작된다"

우월한 나를 지우고 사물로서 다가갈 때 나는 아름다운 도장 하나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습득” 할 수 있다.

 

돌에 새겨질 내 이름 석자를 종이 위에 그려본다.

 

전각을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내 이름 석자만 또렷하게 파면 되는 줄 알았다.

도장을 팔 때 원고 역할을 해주는 글씨 도안 과정을 '인고'라고 한다.

인고 작업을 하면서 내 이름 석자는 지워지고

선의 간격과 두께, 기울어짐고 꺽임, 표면을 차지하는 변화가 보였다.

 

날 다치게 할 지도 모른다고 묘한 두려움을 주던 칼은

표면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습득하게 해준다.

 

유현당 최순 샘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전각들에서

표면의 변화들이 보이시나요?

매번 싫증내지도 않고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습득하신 듯 합니다.

 

BFC14345-FD66-4CF9-B046-093357BB4582.jpe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8 [철학, 개념의 성좌] 5강 후기 이시스 2023.05.10 60
667 [철학, 개념의 성좌] 4강 후기 [1] 이희옥 2023.05.03 76
666 철학, 개념의 성좌 3강 후기 [1] sprezzatura 2023.04.25 89
665 [불*미 2강 후기] 이상, 윤동주, 백석, 김광균, 고정희, 김진완 태준건 2023.04.22 88
664 철학,개념의 성좌 2강 후기 (2) [1] 장정아 2023.04.18 89
663 [불교를 미학하다 1강 후기] 조지훈, 그리고 박목월 [2] 태준건 2023.04.15 93
662 [철학, 개념의 성좌] 2강 후기 [1] file 생강 2023.04.14 87
661 불교를 미학하다 - 1강 후기 모든 2023.04.14 113
660 철학 - 개념의 성좌 제 1강 쪽글 [1] 초보(신정수) 2023.04.08 87
659 [다시,자본_후기] 7강 자본주의 운명과 노동의 종말 [3] 드넓은 2023.03.04 110
658 [다시, 자본 후기] 7강 자본주의 운명과 노동의 종말 [2] Siri 2023.03.04 82
657 <정화스님의 반야심경> 제 6강 후기_공空의 깨달음과 지금 여기의 삶 [2] 최영미 2023.02.22 118
656 정화스님 반야심경 5강 후기 민선정 2023.02.17 80
655 [정화스님의 반야심경] 5강 후기 김은진(2) 2023.02.17 102
654 [들뢰즈의 영원회귀] 간단후기 오나의고양이 2023.02.17 238
653 [들뢰즈와 영원회귀] 4강 후기입니다. 태준건 2023.02.16 126
652 [정화스님의 반야심경] 5강 후기 : 중생인 부처, 부처인 중생 file 유택 2023.02.16 116
651 사건의 윤리학과 이터널션샤인(들뢰즈와 영원회귀 4강후기) 안영갑 2023.02.15 80
650 [선불교를 철학하다] 5강 후기 노은석 2023.02.15 53
649 [다시,자본_후기] 5강 정보자본주의와 고용없는 착취 [2] file punctum 2023.02.14 73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