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워크숍] 최초의 시쓰기 <3강 : 진술> (19. 1. 16)
선언과 독백적 진술에 대해 배우는 것으로 시작 되었다. 간단한 예와 함께 적어보자면,
선언적 성격의 언술은 나의 입장을 드러내는, 선언으로 압도해버리는 것이고,
(예로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를 여는 첫 문장. “나는 나 자신을 찬양한다,”)
독백적 진술은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형태이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시는 감정의 절제를 통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것이다.
“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며 T.S. 엘리엇은 넋두리를 비판했다.
넋두리가 되지 않으려면 묘사가 받쳐줘야 하는데,
예를 들면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진술, 독백)
마른 빵에 핀 곰팡이 ---------- (이하 묘사)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그에 더해 질문이 있어야 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 (내가 살아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나온)
(최승자, <일찌기 나는> 부분 발췌)
상투성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사물을, 구체적 대상을 깊이 오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상투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보는 것이고 다르게 보는 것이라는 것.
글은 있는 그대로 쓰기여야 하고, 그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합평을 하면서 필자는 대상을 어디까지 보았나? 시적 대상을 상투적으로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질문이 오갔다.
사물에 대해 공부할 것, 공부한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공부한 뒤에 모르는 지점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지난 시간에 인상 깊게 배운 부분이 질문으로 열 걸음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지점에서의 글쓰기인데, 그것과 맥이 닿는 부분인 것 같다.)
시는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고, 그건 곧 시인이 다르게 봤다는 것이 선행된다. 상투성에서 벗어나려면, 릴케가 말했듯 다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미 있던 것에서 영향 받은 것을 갖고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상투적인 시는, 쓰는 자도 읽는 자도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그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삶은 새로운 언어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에 이어서, 어떤 문장을 지워야 하는지도 배웠다.
아무런 설명없이 나는 이 시에 감화되는가?
아니면 설명으로 나를 이해시키려 하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 묘사냐 진술이냐 하는 기준을 두고 문장을 보아야 한다.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모두 “설명”이고, 그건 지워야 한다.
음절 하나도 “설명”이 될 수 있는데,
조사 – 은, 는, 이, 가를 어떻게 쓰느냐에 더해 부사, 구두점, 느낌표 하나까지도 예민하게 써야 한다. 시제와 문장 배열도 마찬가지다. 그것의 사용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장이 조사로 끝나는 것과 명사로 끝나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시 쓰는 것을 배우면서 그동안 내가 무심코 써왔던 말과 글, 글의 귀퉁이까지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고, 그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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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다시 수업시간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래진님. 잘 읽었어요.
"넋두리가 되지 않으려면 묘사가 받쳐줘야" 이 부분 지금 시쓰는데 찔리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