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테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애욕 탐식 탐욕 분노의 부절제를 저질렀던 자들이 겪어야 하는 지옥을 여행하였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영혼들을 할퀴고 물어뜯어 갈기갈기 찢어놓는 머리 셋 달린 케르베로스, 비와 우박 속에 땅에 뒹굴고 있는 영혼들, 육중한 짐들을 가슴으로 굴리며 상대를 욕하는 영혼들, 스틱스 늪 속에서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 알몸으로 허우적거리는 영혼들… 상상하기도 싫은 지옥의 고통들을 보았다. 그런데 이 정도는 지옥의 초입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내려가야 할 지옥이 많이 남아있다.
단테가 물었다. 이들의 고통이 최후의 심판 이후에 더 커질지 작아질지 아니면 지금과 같을지를. 베르길리우스가 대답했다. 모든 것이 완전할수록 더 뚜렷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후의 심판 후에는 기쁜 일에는 더더욱 희열을 느낄 것이요, 괴로운 일에는 고통스러움이 한층 가혹해질 것이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대답이다. 과거 어느 날 나의 탐욕때문에 누군가에게 했던 미안한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일단 회개부터 해야겠다.
단테는 잡히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형을 받았기에, 억울한 마음을 간직한 채 서사시를 썼을 것이다. 신곡을 통해 끔찍하고 가혹한 지옥을 창조하였다. 자신이 죽음 이후에 갈 곳은 지옥은 아니라고 확신한 것 같다. 이기적이다. 단테는 왜 신곡을 썼을까? 물론 이유는 있을 것이다. 여기에 보태어 자신을 벌 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고통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성공이다. 멋진 복수다.
이제 겨우 책의 1/10을 읽은 상태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지금의 생각이 더 확고해질지, 산산히 부서질지 궁금하다.
번역의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이 신곡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은 알지만, 6강좌가 모두 끝나기 전에 한번 정도는 오류를 무시한 채, 단테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읽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는 탐욕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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