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문학과 증언의 도정 

 드디어 문학이다. 첫 강의(1강) 때 윤영실 선생님의 강의에서 던져 준 물음들 중에서 역사적 사실이 문학으로 재현되었을 때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 때문에 네 번째 강의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했던 강의였다. 단지 문학은 다른 어떤 기억의 형식 즉 학문, 담론 또는 운동 등의 형태보다 훨씬 논쟁적 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머리보다는 가슴이 필요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했었는데.. 학문, 담론 그리고 운동의 형식은 일단 실제의 삶에 비하여 ‘제한(주체, 대상, 한정 등)‘이라는 거리가 있어 논리적으로 이해 가능한 지점까지만 간다면 문학은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서 문학의 사건들에 내재한 다양한 모순들이 엉켜들며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들어간다. 여기가 문학으로 역사를 접하는 독자의 무한한 해석과 가능성이 열리는 시점이다. 도입으로 설정한 배봉기 할머니의 삶은 문학 그 자체였다. 자신은 살아온 세월을 있는 그대로 구술 할 따름이지만 할머니를 취재한가와타 후미코는 오랜 시간을 배봉기 할머니의 삶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에는 할머니의 삶을 거대한 역사에 편입시켜 배봉기 할머니의 삶을 자신의 주석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흥분으로, 나중에는 위장병을 동반한 심각한 고민으로 이지은강사의 삶과 함께하고 있는 배봉기 할머니를 나는 이지은 강사의 열정을 통해 만났으며 이로써 일제 강점기를 읽어내는 또 다른 단서와 직면하게 되었다.

  문학으로 만나게 되는 할머니들의 삶은 불편한 마음을 넘어서 고통스럽다. 차라리 공식화된 기억에 동승하여 비극의 역사 중의 하나로 머릿속에 정리해버렸으면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문학을 통해 들여다보는 위안부문제는 하나의 기준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기에는 너무나 많은 층과 선들이 있어 입장을 내세우기도 힘들고 간단히 정리하지도 못하게한다.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강사가 실패로 규정한 윤정모 소설의 ‘조센삐의 순이되기’는 실패로서 오히려 나에게 의미가 있다. 위안부 피해자로 제한되어있는 순이가 가진 모순을 실패 속에서 수직적으로 수평적으로 더욱 잘 드러내게 하기 때문이다. 하층민으로 태어나(신분), 가난해서(계급), 여성이어서(성차별),힘이 없어서(물리적 우열관계), 엄마라서(정형화된 모성상), 자신이 당한 과거의 피해에 도덕적 잣대(성의 대상화)를 들이대는 사회를 향해 말 할 수 없다가 결국은 가부장 문화의 사회 인식 틀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존재의 인정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순이가 극복하지 못한 모순을 실패 속에서 독자들은 진실을 알아챈다. 윤정모라는 작가의 한계까지 느끼는 것도 독자의 몫이 된다.

  비극의 역사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문학을 선택할 때 사회적 역할로서의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어떻게 정리할까? 작가는 의무감을 가지고 문학 속에 작가의 목소리를 내어야하는가? 그렇지 못하면 증언이 문학이라는 형태로 보존되는 일로 그치는 것일까? 정 반대의 모순된 힘이 벌려놓은 공간에 존재하는 진실을 풀어내는 것은 역설의 언어이며 허구적 진실임을 생각한다면...그 것이 문학이라면...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문학 속의 주인공이 말하게 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증언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기보다 문학 속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에게 독자가 직접 질문하게 함으로써 주인공과 독자의 접속을 방해하지 않는 것, 접속이 후 독자에게 예측 불가능한 새 삶의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중언을 통한 문학의 자세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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