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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는 패러디다] / 1장 왜 [젠더 트러블'인가                            ▪2018-0704(수) 오 라 클

1장 왜 [젠더 트러블]인가 

 

          1.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1. 이전의 페미니즘 프레임에 문제제기하는 지금의 젠더의 패러다임 

[1] 문제설정 :: 여성이라는 일관된 집단으로서 페미니즘의 정치주체(일관된 주체로서 여성)가 반드시 필요한가? 알파걸과 골드미스가 대중문화의 이상적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대에도 페미니즘의 정치성(억압받는 존재로서 여성, 예쁜-부드러운-감성적인 여성성의 강요)은 여전히 유효한가? 

[2] 현실상황 :: ① (분석) 우리는 생물학적 남/녀의 대립구도가 문화적 남성성/여성성의 양상과 호응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② (예시) 여자보다 예쁜 꽃미남과 남자보다 힘센 여전사는 스크린 속에서 현실의 층위로 넘어와,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감성적인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남성, 능력있고 강인하며 지성적인 ‘콘트라섹슈얼contrasexual’ 여성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남성은 원래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던 최신 유행의 패션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도시metro’적 향취를 발산하는 반면, 여성은 전통적 여성상과는 ‘반대로contra’ 데이트나 결혼보다는 사회적 성공과 고소득 직동을 중시하는 알파걸과 골드미스의 모습을 구현한다. ③ (정리) 섹스와 젠더는 상호간의 안정된 비례적 호응을 상실했고, 페미니즘의 정치주체(여성)도 일관된 집합으로서의 안정성에 위기를 맞았다. 

 

2. 섹스/젠더/섹슈얼리티에 대한 버틀러의 문제의식

[1] 섹스/젠더/섹슈얼리티 = 젠더 :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 젠더 양상으로 수렴되는
①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관련성 반대) 버틀러는 섹스/젠더/섹슈얼리티가 자연스러운 상호관련성을 가진다는 가정에 반대한다. (*통념적 구분: 생물학적으로 결정된_섹스, 문화적으로 구성된_젠더, 본능적 욕망의_섹슈얼리티) 생물학적 여성이라면(섹스), 여성적인 특성을 가졌을 것이며(젠더), 이성애적 규범에서 남성을 욕망할 것(섹슈얼리티)이라는 전제를 거부한다. ②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버틀러에게 섹스/젠더/섹슈얼리티, 몸/정체성/욕망 사이에 필연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제도담론의 2차적 구성물이라는 면에서 공통적인 젠더의 양상으로 수렴된다. ‘몸이 하나의 상황’이라면, 문화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정체성, 사회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섹스는 존재할 수 없다. 버틀러에 따르면, 섹스는 해부학적 사실이 아니라, 젠더만큼이나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섹스는 언제나 이미 젠더였다. ③ (젠더 양상으로 수렴되는) 섹스/젠더/섹슈얼리티가 모두 ‘자유롭게 떠다니는 인공물’이자 ‘언제나 생성되는 구성물’이라는 점에서 모두 젠더와 같다. 젠더는 어떤 본질적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면서 맥락화하는 현상이다. 문화와 정치의 접점에서 구성되는 제도권력의 담론효과인 젠더는 이제 섹스/젠더/섹슈얼리티를 포괄하는 개념이 된다. 

[2] 버틀러의 젠더 계보학 : 반복된 ‘몸의 양식화’와 수행적인 ‘일단의 행위’
그런데도 젠더는 제도권력의 담론효과로서 자신의 기원을 감추고, 자연스러운 것ㆍ본질적인 것인 양 자신의 겉모습을 꾸미게 된다. 젠더는 반복된 ‘몸의 양식화’이자, 수행적인 ‘일단의 행위’로 나타는데, 버틀러는 이를 통해 젠더에 대한 계보학적 방법론을 시도한다. 젠더 외관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규범이 장려하여 반복된 구성적 행위이다. 반복된 구성적 행위는 애초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며, 제도권력의 담론효과(어떤 외양을 띠어야 한다는 규범을 만들고 그 규범에 맞게 젠더를 구성하는지 감시하는)이다. (*제도권력의 담론효과····> 주체의 반복된 구성적 행위····> 젠더의 형성/재형성, 복종/전복)

 

          2. 버틀러의 논점: 젠더계보학에서 정치윤리학으로          

 

1. 버틀러의 맥락 :: 전기의 이론적 젠더계보학 

[1] 젠더계보학 :: ① (계보학) 계보학은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의 논의를 계승한 푸코의 비평적 방법론으로, 담론의 구성물을 근본전제인 양 조작하려고 보이지 않는 배타적 실천을 해온 정치적 사법주체를 밝히려는 논의양식이다. ② (젠더계보학) 버틀러는 여기에 젠더 관점을 부가하면서 이성애적 토대 위에서 페미니즘의 법적 주체인 여성을 생산한 뒤, 생산사실을 은폐해온 정치적 작용을 ‘페미니즘 계보학’의 이름으로 추적한다. 
[2] 기존 페미니즘과 트러블 :: 페미니즘 계보학은 여성을 하나의 정치주체 집단으로 범주화하려는 페미니즘의 노력에 저항하기 때문에, 기존의 페미니즘과 트러블을 일으킨다. 기존의 이분법적 구조(*남/여)는 해체되어야 하고, 단일한 의미범주(*여성)는 새로운 의미로 열려야 하고, 원인과 결과(*근친애 욕망······>근친애 금기)는 뒤집혀야 한다. 

2. 버틀러의 맥락 :: 후기의 실천적 정치윤리학

[1] 여성 ······> 소수자 :: 911사건이 있었던 2001년 이래로 버틀러의 관심은 현실정치에 대한 윤리성으로 선회했다. ‘나’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우리’라를 맥락을 중시하면서 ‘우리 속에 허물어지는 나’를 강조하고, 여성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 문제(성적 소수자, 전쟁포로, 장애인, 유대인 지식인 등)로 논의를 넓힌다. 
[2] 주체에 앞서 있는 타자 :: 현실의 정치적 맥락에서 윤리적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또한 윤리라는 이름으로 수용되는 일반화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주체에 앞서 있는 타자’의 가능성을 고민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는 우리, 주체보다는 타자로 논의의 중요성이 이동한다. 

 

          3. [젠더 트러블]의 입장          

 

1. [젠더 트러블] :: 정치성 vs 재현 (페미니즘의 정치성 vs 여성이라는 재현주체)
[젠더 트러블]은 ‘정치성’과 ‘재현’이 함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는 페미니즘이라는 정치성에는 보편여성이라는 일관된 재현주체가 필요하다는 페미니즘 논의에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다.

[1] 페미니즘의 정치성 (*권력의 생산적 기능 – 권력은 주체를 생산한다) :: 사법적 권력은 자신이 그저 재현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필연적으로 생산한다. 정치학의 사법주체들은 보이지 않는 어떤 배타적 실천을 통해서 생산되므로, 주체의 정체성은 그 정체성을 근본적 전제인 양 조작하려는 정치성을 피해갈 수 없다. 

[2] 여성이라는 재현주체 (*여성을 페미니즘의 주체로 재현하는 것) :: ① (여성에 대한 재현도 정치문화의 맥락 속에) “여성이란 무엇인가?” ‘여성’이라는 재현대상은 안정된 기표가 아니라 문제적 용어이다. 젠더는 담론적으로 구성된 정체성의 성ㆍ인종ㆍ계급뿐 아니라, 민족ㆍ지역ㆍ국가의 양상과도 교차되므로, 여성에 대한 재현도 정치문화를 떠나서는 불가능하다. ② (여성 없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정치성을 위해서 여성주체로 재현되는 여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여성에 대한 재현은 여성주체가 가정되지 않을 때 의의가 있다. 여성을 페미니즘의 주체로 ‘재현’하는 언어ㆍ정치의 사법적 구성은 담론적 구성물에 불과하며, ‘재현정치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③ (비정체성의 정치학) 이것이 버틀러가 ‘정체성의 정치학’에 일으키는 트러블이며, ‘범주로서의 여성’이 없는 페미니즘의 정치학, 여성이라는 일관되거나 공통된 범주로서의 주체가 없는 ‘비정체성의 정치학’이 탄생하는 배경이다. 

2. 버틀러의 젠더계보학 3가지 방법론 (버틀러의 젠더계보학 – 여성 없는 페미니즘, 비정체성의 정치학)

[1] 섹스 (남/여 이분법의 해체) :: 섹스/젠더/섹슈얼리티는 생물학적 결정물/문화적 구성물/본능적 욕망으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모두 제도담론의 2차적 결과물이다. ① 갓 태어난 아이를 ‘씩씩한 왕자님, 예쁜 공주님’으로 호명하는 것 자체가 탄생의 순간, 이미 생물학적 성과 동시에 발생하는 문화적(젠더적) 의미화의 양상이다. ② 또한 꽃미남/여전사, 메트로섹슈얼/콘트라섹슈얼은 남성성/여성성의 범주가 자신을 구성하는 동시에, 이미 자신 안에 대립항의 양상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③ 여기에 이성복장 전환자transvestite, 성정체성 환자transgender, 성별 전환자transsexual의 논의까지 더해지면, 이들 관계는 복합적으로 겹쳐져 더 이상 선행하는 본질과 후행하는 현상이라는 논의가 불가능해진다. 

[2] 젠더 (단일한 정체성의 부정) :: 단일한 정체성을 부정하고, 일관된 동일자를 의심하는 방식이다. ① (트랜스의 영역) 섹스/젠더/섹슈얼리티는 단일하고 통일된 일관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트랜스의 영역에 걸쳐있다. 19C 양성인간 에르퀼린 바르뱅은 여성과 남성으로 동시에 살았고, 20C 데이비드 페이지 박사는 성염색체의 10%는 기존 성염색체의 분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② (젠더, 섹스는 구성물) 섹스가 이미 젠더(*문화적 구성물)라면, 젠더는 결정된 내적 본질이 아니라 형성 중인 구성물이며,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이다.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결정되고 완결된 속성이나 고유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가변적이고 모순적으로 구성되면서 담론적으로 성립되는 과정 중의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젠더는 맥락화된 현상이자 문화적ㆍ역사적으로 특수한 일련관계를 둘러싼 상호수렴점이 된다. ③ (사례) 옷 바꿔입기, 이성과의 동일시, 성전환 수술은 각각 섹스/젠더/섹슈얼리티 상의 접점을 형성하면서, 생물학적 몸과 문화적인 동일시, 본능적인 욕망의 영역이 서로 복합적으로 교직된다. 따라서 젠더의 ‘통일성’은 강제적 이성애 중심주의를 통해서 젠더정체성에 통일성을 부여하려는 제도적 실천의 결과이다. 

[3] 섹슈얼리티 (욕망/금기 인과론의 전도) :: ① (욕망/금기 인과론의 전도) 구조주의나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이성애로 전제하고, 근친애 금기법을 주장했다. 그러나 근친애 욕망을 근친애 금기법으로 생산한 것도, 제도규범의 반복된 규율적 실천이다. 태초에 욕망이 있어서 금지법이 있는 게 아니라, 법이 금지해야 할 욕망을 전제해두어서 특정한 욕망을 금지해야 할 대상으로 생산한 것이다. 예컨대 근친애 욕망이 있어서 근친애 금지법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근친애 금지법이 근친애 욕망을 인간의 근원적 욕망으로 생산한다. (*근친애 욕망이 근친애 금기법을 만든 게 아니라, 근친애 금기법이 근친애 욕망을 생산한다. 욕망이 금기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금기가 욕망을 생산한다.) ② (이성애 중심주의 :: 근친애, 동성애) 남녀의 성차(섹스), 통일되고 안정된 범주로서 여성(젠더), 근친애 금기에 전제된 이성애 중심주의(섹슈얼리티)는 지배이데올로기가 생산해낸 사법권력의 결과물이다. 그 기저에는 이성애자만이 인식가능한 주체이고, 동성애자는 인식불가능한 비체라고 선언하는 가부장적 이성애 중심주의가 있다. 정신분석학이 금지대상으로 규범화한 욕망(*근친애)은 강제적 이성애라는 모태에 근간한 근친애 욕망을 근원적 욕망으로 전제하면서 다른 욕망(*동성애)의 가능성은 배제한다. 동성애 욕망은 억압되기에 앞서 애초에 배제되어 욕망으로 인정되지 못한 것이다. (*이성애 중심주의는 근친애 욕망은 근원적으로 전제하지만, 동성애 욕망은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4] 결론적으로 :: 버틀러의 젠더계보학! :: ① 페미니즘이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문제를 포괄하는 급진적 젠더정치학으로서의 젠더계보학이 되려면, (섹스) 이미 섹스 안에 들어있는 문화적ㆍ제도적 규제를 인식해야 하고, (젠더) 젠더 내부의 다양성과 변화가능성을 인정해야 하고, (섹슈얼리티) 특정 섹슈얼리티를 비체의 기준으로 삼는 규율권력의 지식생산체계에 대해서도 비판적 거리를 가져야 한다. ②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원인/결과의 전도를 통해 담론을 구성하는 ‘역사적 현재’를 밝히려는 것이 버틀러가 말하는 계보학적 잡업이다. 실천적 층위에서는 근친애적 욕망 이전에 원천적으로 배제된 동성애적 욕망을 밝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4. 젠더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 패러디, 수행성, 반복복종, 우울증          
Q. 젠더가 문화적 구성물이라면, 젠더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A. 젠더(정체성)는 패러디ㆍ수행성ㆍ반복 복종ㆍ우울증을 통해 구성된다.

*젠더가 구성되는 방식 :: 패러디ㆍ수행성ㆍ반복 복종ㆍ우울증
⓪ 버틀러의 계보학적 입장은 젠더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보다 구체화된다. 젠더가 본질ㆍ핵ㆍ근원으로 존재하지 않으면서 무한히 변화하며 자유롭게 떠도는 인공물이라면, 젠더가 구성되는 방식은 패러디ㆍ수행성ㆍ반복 복종ㆍ우울증으로 설명될 수 있다. ① (패러디) 본질의 진정성이나 원본의 진품성을 허무는 회화적 모방으로, ② (수행성) 새로운 행위로 나를 연출하면서 과정 중의 주체를 보여주는 수행성으로, ③ (반복 복종) 규범에 복종하지만 반복된 복종의 실천을 통해 다른 의미를 창출할 규범 내부의 전복가능성으로, ④ (우울증) 상실했지만 떠나보내지 못한 애정의 대상이 나의 자아를 만드는 우울증적 에고로, 젠더의 구성방식은 복잡하게 열려있다. 

패러디 (*젠더의 정체성은 젠더 주체의 패러디적 방식으로 구성된다)

[1] 패러디 vs 젠더가 구성되는 패러디적 정체성 :: (*젠더가 구성되는) 패러디적 정체성은 원본에 대한 모방이 아니라, 원본이라 가정되는 복사본에 대한 모방으로 얻어지는 정체성이기 때문에, 원본의 권위를 부정한다. 패러디가 원본의 희화화ㆍ조롱을 목적으로 원본을 모방하는 행위ㆍ결과물이라면, 이것은(젠더가 구성되는 패러디적 정체성) 원본의 권위와 본질을 전제하지 않는 모방이다. 

[2] 젠더의 모방적 구조 (드랙의 사례) :: ① (여성 자체 vs 인공적인 이상) 여장남성이 여성을 모방한다면, 모방되는 여성은 여성 자체가 아니라, 여성이 지니고 있다고 가정되는 이상적 관념이다. 여장남성이 대표하는 짙고 풍성한 속눈썹, 길고 부풀려진 헤어스타일, 화려한 메이크업, 과잉노출과 과장된 에스라인은 평범한 일상의 여성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가장 여성다운 이상화된 인공적 자질을 모방한 결과이다. ② (원본으로서의 여성 vs 모방본으로서의 여장남성) 여장남성만 아니라, 여성도 자신을 여성적으로 연출하고 싶을 때는 인공적 이상을 모방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본으로서의 여성과 모방본으로서의 여장남성 간에는 차이가 없다. 모방하는 것은 여성 자체가 아니라 이상적인 여성성으로 간주되는 문화적이고 인공적인 이상이기 때문에, “드랙은 젠더를 모방하면서 은연중에 젠더 자체의 우연성(*젠더는 필연적인 무엇이 아니라 우연적인 것이다)뿐 아니라 모방적인 구조도 드러낸다.” 

[3] 젠더의 구현방식 - 기원 없는 모방 (부치와 팸의 사례) :: 부치와 팸의 경우, 부치는 여성이면서 남성성이라는 이상적 인공물을 모방할 수도 있고, 여성성이라는 이상적 관념을 모방할 수도 있다. 이때 부치와 팸은 레즈비언 안에서 이성애적 남녀구도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내부에서 여성적 여성/남성적 여성이 분리될 가능성 그리고 섹스와 상관없이 다양한 젠더교차적 동일시가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젠더패러디는 젠더 자체가 ‘기원 없는 모방’을 통해서만 구현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4] 패러디의 전복적 웃음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관계) :: 동성애자/이성애자의 관계도 복사본/원본의 관계가 아니라, 복사본/복사본의 관계로 설명된다. ‘원본’이라는 관념의 패러디적 반복은, 원본조차 자연스럽거나 본래적이라는 관념의 패러디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레드릭 제임슨는 원본과의 공감을 유지하는 ‘패러디’와 원본의 존재를 반박하는 ‘패스티시’를 구분하는데, 이것이 버틀러가 말하는 패러디적 웃음의 패스티시 효과다. (*패스티시 :: 패러디가 풍자적 충동ㆍ희극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는 반면, 패스티시는 모방을 긍정적으로 수행하며 풍자ㆍ희극적인 요소가 배제된다)


수행성 (*젠더의 정체성은 제도담론의 수행적 방식으로 구성된다)

[1] 행위주체성 개념 :: ① (행위주체성) 버틀러의 행위주체성 개념은 행위주체의 젠더 또한 어떤 사람의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핵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현재 행위와 관련된 수행적 젠더의 구성방식과 유사하다. 행위라는 표면 뒤에 행위자라는 심층이 가정되지 않는 것처럼, 젠더도 자신을 명명하면서 그것을 존재로 만드는 제도담론의 반복된 실천의 결과물로만 존재한다. (*제도담론의) 명명행위나 (젠더주체의) 반복된 몸의 양식화가 문화적 의미를 생산하는 방식이 수행적이라면, 행위나 속성이 가늠될 수 있는 선재하는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젠더정체성은 담론의 결과라고 가정되는 젠더의 ‘표현물들’에 의해 수행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② (수행성의 효과) 겉과 속, 행위와 행위자, 외양과 본질, 연기와 연기자라는 이분법은 와해되고, 이들 간에는 본질적이거나 왜곡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젠더가 행위 중에 가변적으로 구성되는 일시적으로 잠정적인 양상에 불과하다면, 젠더정체성에 대한 모든 가정은 허구이다. 

[2] 수행성의 반복성과 전복성 :: ① (수행의 반복성) 수행성은 반복적 규범의 실천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이런 반복은 주체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를 가능하게 하면서 그 주체의 일시적 조건을 구성한다. 이 반복성은 수행이 단일한 행동ㆍ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의례화된 생산물(규약하에서 반복된 의례적 행위)라는 뜻이다. ② (수행의 전복성) 이런 반복적 수행은 규범ㆍ규제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동시에, 새로운 미시적 가능성이다. 그것이 반복을 통한 제도규범의 수행이 가져올 전복성이다. 

[3] 연극적 수행성, 언어적 수행성 :: 수행성은 연극적 수행성과 언어적 수행성으로 구분된다. ① (*젠더주체의 연극적 수행성) 연극적 수행성은 어떤 주체란 구체적 시간/공간의 맥락에 있는 행위를 통해 구성되며, 그 행위 안에 어떤 본질적 정체성도 갖고 있지 않다. 즉 연기자가 무대 위에서 연극행위를 하는 것처럼, 인간은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늘 다르게 반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간다. ② (제도담론의 언어적 수행성) 언어적 수행성은 진술문과 달리 수행문이 전하는 ‘말이 행위가 되는 효과’에 주목한다. 언어에는 행위를 수행하는 힘이 있고, 언어적 수행력이 인간을 구성한다. 예컨대, 신랑 신부의 결혼을 선언하는 목사의 말, 아기에게 세례성사를 행하는 신부의 말은, 그 말 자체가 행위를 형성해서 결혼 당사자나 성사 당사자의 정체성을 구성하게 되고, 그 수행문의 발화시점부터 발화효과를 유효하게 작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언어가 남녀를 부부로 만들고, 아기를 신자로 만든다. 

반복 복종 (*젠더의 정체성은 젠더 주체의 반복 복종을 통해 복종/전복의 간능성을 연다)

[1] 젠더 주체의 몸 (규제에 복종하면서, 규제를 파괴하는) :: 세 번째로 수행문의 호명에 의해 탄생하는 젠더 주체는 법에 대한 반복 복종을 통해 법의 재의미화ㆍ재발화를 모색한다. 알튀세르에게 주체는 이데올로기가 호명할 때 그에 응답함으로써 탄생하는 것이라면, 버틀러에게 주체는 그 호명에 완전히 복종하지 않는 잉여를 남겨둠으로써 완전한 복종도/완전한 저항도 아닌 복종하는 주체이다. 즉 규범 속 주체의 몸은 몸에 규제를 가하는 동시에, 반복된 규제복종 행위 속에 자기도 모르게 규제를 파괴하는 이중적 역할을 하게 된다. 

[2] 법의 호명 (정체성의 침해를 통해서만, 정체성을 구성하는) :: 주체에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호명은 법의 무의식이 반복적으로 주체를 호명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침해를 통해서만 정체성을 구성하게 된다. 반복된 법의 호명과 주체의 응대는 재의미화ㆍ재발화의 가능성을 연다. 다시말해 주체를 형성하는 동시에 재형성하고, 주체를 복종하게 하는 동시에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복종의 무의식은 알튀세르의 호명론과 프로이트의 무의식론을, 버틀러가 독창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법 안에서 주체가 재의미화ㆍ재발화될 미시적 가능성으로 주장된다. 

우울증 (*젠더의 정체성은 우울증의 형성구조를 가진다)

[1] 프로이트의 우울증과 버틀러의 우울증 :: 우울증의 형성구조를 가진 젠더정체성은 사랑했던 대상을 자신의 에고에 ‘합체’하는 방식을 중시한다. 프로이트는 [애도와 우울증]에서 애정의 대상을 상실했을 때,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2가지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무의식적 대상 상실, 나르시즘 단계로의 퇴행, 사랑의 양가감정의 발산이라는 특징을 갖는 우울증은, 프로이트에게는 자기파괴적ㆍ자별적 병리양상이었지만, 버틀러에게는 젠더화된 몸의 에고를 구성하는 일반적 방식으로 설명된다. 

[2] 젠더동일시와 근친애 금지, 동성애 금지 :: 사랑했던 애정의 대상을 상실한 결과 이 대상관계는 동일시로 대체되므로, 젠더 동일시는 금지된 대상의 성이 하나의 금지로서 주체에 내면화되는 일종의 우울증이 된다. 이때 근친애 금지와 동성애 금지는 젠더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동성의 애정대상은 주체의 에고로 동일시되며, 동성애적 성향과 애정대상은 둘다 주체의 에고로 내면화된다. 

[3] 우울증과 이중부정 :: 이에 따라 주체 안에는 사랑했지만 상실한 대상, 적절한 애도가 불가능해서 무의식적으로 합체한 대상이 들어있다. 여자아이의 에고에는 동성애 금기 때문에 부정했던 어머니, 근친애 금지 때문에 부정했던 아버지가 ‘이중부정’의 방식으로 합체되어 있다. 이제 여자아이는 여성대상과 남성대상을, 동성애와 이성애를 금기로서 자신의 내부에 합체하고 있기 때문에, 자아 안에는 부정의 방식으로 선취된 타자가 이미 존재한다. 따라서 엄격한 이성애자야말로 진정한 동성애자의 알레고리이며, 드랙이야말로 진정한 이성애자의 알레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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