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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의 신경생물학적 접근, 스피노자 뇌 1,2장 후기 

노민화

 최초의 신경과학자로 불리우는 프랑스의 장-마리텡 사르코 교수는 뇌의 특별한 영역에 입은 해부학적 손상과 함께 임상적으로 변하는 정신기능과의 체계적인 상관관계를 밝혔다. 약 150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 생각이나 감정 같은 정신 작용은 모두 뇌를 통해서 발현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피니아스 게이즈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뇌 내부적인 손상은 마음도 성격도 변하게 되어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게도 한다. 마음과 연결된 특별한 어떤 것이 있다는 깨달음을 쉽게 준다.

 그렇다면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뇌가 어떻게 마음을 만들어 낼까? 무뇌아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까? 한때 포유류의 감정은 외부에서 전달되는 감각과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대뇌피질에서 해석해서 감정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오류였다. 선천적으로 대뇌가 없는 무뇌아의 경우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 뇌다’라든지 ‘나는 뇌다’라는 주장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기쁨, 슬픔, 기억, 의식 등이 실제로 신경세포라는 물질로부터 어떻게 출현하는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날 마음의 기능을 구획하고 각 기능은 뇌의 단일 영역에서 관장한다는 골상학적(Phrenological) 인식 대신 모든 복잡한 정신적 기능은 중추 신경계의 다양한 수준에 걸쳐 있는 뇌의 수많은 영역의 조화로운 참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인지신경과학의 연구결과로 심신문제(Mind-body problem)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은 강화되었다.

  우리 세미나에서 다마지오에 주목하는 이유는 신경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정상인 모두를 대상으로 임상사례와 실험을 통해 감정, 정서, 느낌, 의사결정과정 등의 정신적 현상의 발생과 그것들끼리의 상호 관련성에 대한 일련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학자요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과학적 담론 경계 바깥에 있다고 믿어져왔던 것들이다. 그는 철학적 난문(難問)에 대해 과학이 답변을 피했던 담론을 신경생물학의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롭게 접근한 것이다. 이것은 그의 말을 빌어 인간 존재에 대한 종교적 해석과 세속적 해석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긴장을 다루는 방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는 심신문제의 현상을 과학의 적극적인 탐구 대상으로 삼아 인간 존재에 대한 견해, 즉 사회과학과 인지과학과 생물학의 진보를 반영한 새로운 인간관이 구성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은 인간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하는 원리와 정책을 만들어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피니어스게이지.png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미국의 한 철도 공사 회사의 감독관이었던 게이지는 1843년 9월 13일 공사중 다이너마이트 폭파사고로 철 막대기가 왼쪽 눈밑에서 오른쪽 머리로 관통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사고 후 성격과 행동이 크게 변했다. 그의 불행은 그가 사고로 상실한 복내측전전두피질(vmPFC)이 도덕적 사회적 행동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 되었다.

1. 마음의 주요 주제로서의 정서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공포, 분노, 슬픔, 또는 기쁨을 느끼고 이를 몸짓, 말 또는 행위로 표현한다.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조절은 쉽지 않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통제하기가 매우 힘들다. 분노, 공포, 슬픔 또는 기쁨에 관여하는 뇌와 신체의 신경생리과정들을 잘 이해할 때 우리의 마음과 행동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될 수 있다.

  마음과 관련해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감정’이나 ‘감성’이란 용어를 심리학이나 인지과학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감정이나 감성 혹은 느낌이란 용어는, 영어에서는 ‘emotion, feeling, affect 의 세 가지가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우리말로 쓰는 감정에 상응하는 영어단어는 affect라 할 수 있고, 감정 혹은 정동으로 번역된다. 일상적 감정에 대한 학술적 번역어가 정서이며, 해당하는 영어단어는 emotion이라 할 수 있다. 어원적 분석으로 e-motion은 외부를 향한 움직임을 지칭하는 것처럼, 신체활동과 함께 감정을 드러내는 마음의 기능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feeling은 의식화된 감정의 측면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생리적, 심리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이다. 학자들에 따라 이 세 용어의 정의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감정이라는 용어는 학술적으로 기피되는 것 같다. 이런 학술적인 관행에 따라 우리 세미나에서도 정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마음의 감정적 측면을 기술하려고 한다.

 

  2. 데카르트에서 스피노자까지

데카르트오류.png  스피노자뇌.png레인스부르흐의방.png

                                                                            스피노자가 1660~63년까지 살았던 레인스부르흐의 방


 대체로 심신문제에 대해 신경과학자들의 입장은 '유물론적 일원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음과 뇌가 궁극적으로는 단 한 가지 종류의 재료로 환원될 수 있고 그 재료는 물질적인 것이며, 특히 뉴런의 어떤 특성(혹은 뉴런들의 집합체나 부분집합)을 갖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심신문제와 관련한 철학적 접근 방법들 중 가장 기본적인 구별이 ‘유물론과 관념론’이며 '일원론과 이원론' 사이의 이분법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 오류’에서 정서와 느낌이 의사결정을 얼마나 좌우하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임상사례를 통해 이원론의 견해를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다. 데카르트는 Res extensa(신체와 그것을 들러 싼 환경을 포함하는 육체적 영역)과 Res cogitans(비육체적인 영혼)이 서로 분리되어 있고, 뇌의 송과체(pineal gland)에 비육체적인 영혼이 갇혀있다고 한때 믿었다. 이원론자의 결정적 오류는 어떤 신체적 특성도 포함하지 않는 한 가지 ‘생각’이 어떻게 뉴런이란 신체적 재료를 점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를 찾아 헤이그를 방문한다. 저자가 데카르트를 떠나 스피노자를 찾아간 까닭은 오직 스피노자만이 현대의 신경생물학에서의 발견에 근접하는 통찰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생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피노자를 참조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마지오는 현대 생물학의 영향 아래에서 싹트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개념이 그것에 대한 스피노자의 개념과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겹친다고 보았다.

 첫째, 그는 정서와 느낌의 본질,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 오늘날의 연구와 같은 해답을 이미 17세기에 예측했던 철학자로 스피노자를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마음과 몸이 동일한 실체의 평행하는 속성들(표현들)이라는 스피노자의 '심신평행론'과 ‘인간의 마음이 몸의 관념’이란 견해는 심적 절차가 뇌 속의 지도, 즉 정서와 느낌을 만들어 내는 사건에 대한 반응을 신경 패턴의 집합체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보는 자신의 확신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스피노자가 제시한 코나투수(conatus) - ‘각각의 개체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 경우에 자신의 존재를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한다.(에티카 3부의 명제 6,7,8)’ - 를 다마지오는 현대 생물학 용어로 생명체가 신체 내부의 조건이나 외부 환경의 조건에 직면했을 때 생존과 안녕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생물의 뇌 회로에 자리 잡고 있는 경향의 총합으로 해석하였다. 혈액으로 운반된 화학 분자와 신경 통로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화학적 신호에 따라 코나투스는 신체와 뇌속에서 수행되고 있으며 이것을 항상성이라고 풀이하면서, 스피노자와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일맥상통하다고 여긴다.

 

3. 마음에서 몸으로

나 떨고 있니?

  “나 떨고 있니?” 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명대사이다. 극중 태수(최민수 분)가 사형집행 직전 “나 두려워 하고 있니” 대신에 친구 우석(박상원 분)에게 한 말이었다. 겉으로 나타난 신체의 떨림 현상은 보이지 않는 공포의 그림자일 뿐임을 보여주는 이 대사야말로 신경과학적으로 공포에 대해 제대로 표현한 것으로 재해석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상상을 해보자. 심장은 뛰고, 피부는 상기되며, 얼굴 근육은 입주변과 눈주위를 중심으로 누가 봐도 즐겁다는 표정을 만들게 되고, 다른 근육들은 이완된다. 이렇게 마음은 신체화되어있다. 신체는 정서를 위한 극장으로서, 많은 상황에서 정서와 느낌은 마음-뇌로부터 몸으로, 다시 마음-뇌로 돌아간다. 신체가 없으면 마음도 없다. 신체 따로 마음 따로는 불가능하다. 정서는 신체고유의 영역을 항해 결과적으로 정서적인 신체상태를 유발할 뿐만아니라, 뇌자체를 향해 결과적으로 부가적인 정신적 변화를 야기시킨다. 그리고, 느낌은 이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이 뇌와 신체, 정서와 신체와의 상호작용을 신체표지(Somatic marker) 가설을 바탕으로 설명한 전작 ‘데카르트 오류’의 주요 내용이다. 아래 왼쪽 그림은 '사회적 정서' 흐름을 정서에 관여하는 뇌 부위들끼리의 '의존-우위' 관계로 보여주고 있다. 자연은 새로운 기전을 창조하고 새로운 결과를 얻기 위해 오래된 구조와 기전들을 이용한다는 것 또한 파악할 수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스피노자의 뇌’에서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견해를 차용하여, 느낌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정서와의 관련 속에서 찾아가려고 한다. 스피노자는 현대 과학이 입증해 낸 기능적 배열을 설명했다. 즉 살아있는 생물은 서로 다른 사물과 사건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느낌의 패턴이 이 반응을 뒤따르고 쾌락과 통증 및 그 변이체들이 느낌의 필수요소라고 하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 신경생물학에 의하면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동으로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즉 항상성(homeostasis)은 진화 과정에서 선천적이고 자동적인 생명 관리 장치기구이다.

 다마지오는 항상성기구를 설명하기 위해 진화의 역사를 나무의 큰 줄기에서 수많은 가지들이 뻗어 나오고 또다시 가지들이 뻗어 나와 뿌리와 쌍방향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커다란 나무의 이미지를 제시하였다. 여러 개의 가지를 가진 거대한 나무처럼, 가장 낮은 단계에서는 단순한 반응을 보이다, 올라가면서 경쟁적 반응이나 협동적 반응 등 복합한 반응을 보인다. 위로 올라갈수록 정교해지는데, 각 가지들은 자동으로 생명을 조절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사회적정서.png

항상성나무.png

사회적 정서의 메커니즘(데카르트오류,p130)

단순에서 복잡단계까지의 자동적 항상성 조절 p58

 

 

 가장 아래에 있는 가지들은 대사 작용(The process of metabolism), 기본 반사(Basic reflexes), 면역 반응(The immune system)이다. 중간단계의 가지들은 쾌락 및 통증 행동(pain and pleasure behaviors)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은 다양한 충동 및 동기(A number of drives and motivations)이다. 맨 위 단계에 가까운 것은 협의의 정서(emotion-proper)이다. 여기에는 배경 정서(Background emotion), 일차적 정서(Primary emotion), 그리고 사회적 정서(Social emotion)가 포함된다. 이것은 자동화된 생명조절 현상의 주인공과도 같은 것으로 기쁨, 슬픔 및 공포에서 자랑스러움, 부끄러움 및 공감에 이르기까지 좁은 의미의 정서를 말한다. 그리고 맨 위에는 바로 “느낌(feelings)”이 자리하고 있다. 화학적 항상성에서부터 협의의 정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모든 반응은 직간접적으로 생명 활동을 조절하고 생존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항상성의 목표는 건강(wellness) 또는 안녕(well-being)이다.

  이 체계는 단순한 것을 복잡한 것 속에 포개 넣는 식(Nesting principle)이다. 즉, 면역 기구와 대사 조절 기구의 일부는 통증 및 쾌락 행동 기구에 포함된다. 이렇게 모든 이전 단계-반사, 면역반응, 대사조절, 통증 및 쾌락행동, 충동- 기구의 일부는 협의의 정서 기구에 편입되어 있다. 그러나, 각 반응은 좀 더 단순한 하부 절차의 부분들과 조각들을 땜질하여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반응들은 동일한 전체 목표-생존과 안녕-을 추구하고 있으니 새로 땜질해 만들어진 반응은 부차적으로 생존과 안녕에 필수적인 새로운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포개넣기 원리는 정서가 뇌의 창발적(emergency) 특성이라는 견해로 읽혀진다. 이것은 하위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서와 뇌는 자체의 변별적 특성을 갖고 실제 하지만, 다양한 수준의 복잡성 위에 존재한다. 마치, 숲은 나무 하나 하나로 이루어져있지만 나무와 숲은 다른 특성과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정서 역시 뇌의 뉴런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연결되거나 활성화되어 나타난다. 숲이 구성요소 나무들의 구조의 더 높은 수준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서의 각 단계는 뉴런들의 구조의 더 높은 수준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각각의 신경세포로부터 정서로 넘어가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정서의 기구(machinery of emotion)-정서의 촉발과 실행

  대체로 정서와 느낌을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둘의 구성요소들은 다르다. 또한, 흔히 느낌이 먼저 일어나고 그 뒤를 이어 정서가 표현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 역시 오류이다. 그렇다면 왜 정서가 느낌보다 앞설까? 이유는 간단하다. 진화 과정에서 정서가 먼저 생겨났고 그 다음 느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1) 정서의 정의

다마지오는 이러한 오류를 과학적 추적을 통해 규명하고자 내면의 정서의 기구(machinery of emotion)에 초점을 맞춰 정서를 촉발하고 수행하는 뇌와 신체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그는 협의의 정서에 대한 연구 가설을 정의의 형태로 제시한다. 다섯가지 가설에는 심적요소(정서적으로 유효한 자극의 평가와 제시), 신경 및 신체, 생리학적 요소, 진화론적 관점, 기능적 목적에 대한 서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1.행복, 슬픔, 부끄러움, 공감과 같은 협의의 정서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유형을 형성하는 화학적, 신경적 반응의 복합체이다.

2.정상적인 뇌가 정서적으로 유효한 자극(emotionally competent stimulus, ECS)을 감지하면 반응이 생성된다. ECS는 실제로 존재하거나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사물이나 사건이 정서를 촉발하는 반응이며, 자동적이다.

3.뇌는 특정 ECS에 특정 활동 레퍼토리로 반응하도록 진화되어왔고, 이것은 진화와 학습 자극 모두 포함된다.

4.이와 같은 반응의 즉각적인 결과는 몸의 상태의 일시적인 변화이면서 몸의 상태를 지도로 나타내고 사고를 지지하는 뇌 구조 상태의 변화이다.

5. 반응의 직간접적 목표, 궁극적인 목표는 생명체 자신의 생존과 안녕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2)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기구-정서의 촉발과 실행

   (The Brain Machinery of Emotion -Triggering and Executing Emotions)

 다마지오는 위의 가설을 파킨슨병, 뇌졸증환자, 간질 환자 등 다양한 임상사례와 동료 연구자들과의 실험 및 감정에 대한 선행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기구를 밝힌다.

그에 의하면 정서는 뇌와 마음이 생명체 내부와 외부의 환경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자연적 도구를 제공한다. 우리 내부에서의 정서 생성은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출현(presentation)-촉발(trigger)-실행(execution)-정서상태(emotional state)에 머무름이다.

 출현단계에서 정서적으로 유효한 자극 및 대상에 대한 이미지는 시각 또는 청각 등 하나 이상의 뇌의 감각 처리 시스템에 나타나야 한다. 자극과 관련된 신호는 정서 촉발 뇌 부위에 전달된다. 이 부위들은 딱 맞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자물쇠와 같다. 열쇠라는 정서적으로 유효한 자극은 반응이라는 자물쇠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자물쇠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자물쇠를 찾는다. 즉, 뇌는 행동하기 전에 기존의 정보(기억, 경험)를 90% 다시 사용한다.

 이어서 열쇠가 자물쇠에 딱 맞으면 뇌의 다른 부분에 있는 많은 정서 실행 부위가 활성화한다. 이 부위들은 몸, 정서-느낌의 절차를 지탱해주는 뇌의 정서적 상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 부위들이 뇌의 다른 부위로 신호 전달을 개시하고, 그 결과 일어나는 단계적 사건들이 정서가 된다.

정서촉발뇌영역.png

공포촉발실행단계.png

<정서 촉발과 실행의 뇌 구조>(P75)

<공포 정서 촉발 및 실행의 주요 단계>(P80)

 측두엽(Temporal lobe)의 편도(Amydala)나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 일부(VMP,Ventromedial prefrontal),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 일부(DPF, Dorsoal prefrontal), 보조운동영역(SMC,Supplementary motor cortex)과 대상피질(CC, Cingulate Cortex)등 정서 촉발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스스로 정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드시 전뇌 기저부(Basal Forbrain), 시상하부((Hypothalamus), 뇌간 핵(brain stem)과 소뇌(cerebellum) 등의 활성화에 의한 정서 실행 작용이 따라야한다.

 특히 중뇌(Midbrain)의 VTA(Ventral tegmental area, 복측피개영역)나 NA(Accumbens nucleus, 중격의지핵), 중뇌의 흑질(Substantia nigra), 중뇌 수도관 주변에 위치한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ay), 교뇌(Pons)의 솔기핵(Raphe nuclei)과 연수(Medulla oblongata)의 청반핵((Locus Ceruleus) 등이 위치하고 있는 뇌간(Brain stem) 핵 등에서 정서나 기분을 좌우하는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각종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그 결과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한 얼굴근육, 사지 및 근골격계의 변화를 일으켜 표정과 행동이 바뀌게 된다.

감각영역.png

    감각 및 운동 뇌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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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뇌 및 뇌간 영역

 정서의 촉발과 실행의 메커니즘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특히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정서적 정보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우회’ 경로 시스템이었다. 정서적으로 유효한 자극(화난 얼굴이나 행복한 얼굴)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후두엽이나 두정엽 손상에도 불구하고, 자극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질의 시각정보처리는 망막에서 시작하여 후두엽에 위치한 일차시각피질(Primary visual cortex,V1)에서 비롯된다. 이 영역은 시상(Thalamus)에서 들어오는 시각 신호를 처리하고 다른 피질 영역으로 처리한 정보를 재분배한다. 시각 정보 처리는 두 가지 주요 뇌 회로로 설명이 되는데, 하나는 두정엽을 통하는 등쪽 흐름(Dorsal stream)으로 자극이 ‘무엇(WHAT system)’인가를 처리하는 회로와 또 다른 하나는 측두엽을 통하는 배쪽 흐름(Ventral stream)으로 자극이 ‘어디(WHERE system)’에 있는가를 판단하는 회로로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든 기울이지 않든 정서적으로 유효한 자극은 감지될 수 있다. 시각장애 환자들은 눈이 멀어서 인지력이 없는 자극의 속성에 대해 정확한 추측을 할 수 있다. 후두엽 장애로(Occipital lobe disturbances) 의식적인 시각 정보 인식은 전혀 되지 않으나 밝기나 움직임 정도는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는 맹시야(blindsight) 현상이 그 예이다. 맹시야 현상은 V1 영역을 거치지 않고 상구(Superior colliculus)와 시상베게(Pulvinar)를 통하는 대체시각경로를 통하여 나타난다고 하며, 정서적 정보의 무의식적인 처리를 맡고 있다. 이런 대체 시각 경로를 거쳐 무의식적인 표정 인식이 가능한 것이다. 이를 통해 주의 또는 적절한 사고는 자극의 유도가 있은 후에 가능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3) 정서는 느낌에 선행한다.

  최초의 자극에 대한 정서적 상태의 지속과 그 강도는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인지 절차(작업기억과 주의력)에 달려있다. 마음의 내용에 따라서 정서적 반응이 추가로 촉발될 수도 있고 제거될 수도 있다. 진화는 정서와 느낌이라는 뇌의 기구를 순차적으로 조립한 듯하다. 첫 번째 정서의 기구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반응을 만들어 낸다. 정서는 삶에 이로운 혹은 해로운 상황과 결과에 대해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별로 창의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대처하도록 한다. 두 번째가 반응에 대한 또는 반응의 결과인 생명체의 상태에 대한 뇌의 지도, 뒤를 이어 심상을 생성해 내는 기구, 즉 느낌이라는 기구이다. 느낌은 이롭거나 해로운 상황에 대한 심적 경계를 발하고 주의 및 기억에 지속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정서의 영향을 연장시킨다.

 느낌을 구성하는 심적 내용, 성분, 재료 등을 신경 지도화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다음 장의 주제이다. 느낌을 가지려면 신경계를 가질 정도로 진화해야한다. 신경계는 느낌을 갖기 위한 첫 번째 필요 조건이다. 그 외에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다음 3장을 기대하게 한다.

*주의:

‘스피노자의 뇌’ 번역본에서 한 가지 심각한 오역을 주의해서 읽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94쪽 웃음의 경우 최초의 촉발 부위는 내측 및 복측 전두엽 영역쪽(ventral prefrontal region) 에 있다는 부분은 내측 및 배측 전전두엽 영역medial and ventral prefrontal region으로 정정되어야합니다. 아래 원텍스트 참고하세요. 번역본에 의하면 웃음과 울음이 모두 내측 및 복측 전두엽 영역쪽(ventral prefrontal region)에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웃음과 울음(내측 및 복측전전두엽)의 유발부위가 같을 수도 없겠지요.

In the case of laughter, it appears that the initial triggering sites are in the medial and dorsal prefrontal region in regions such as the SMA and the anterior cingulate cortex. In the case of crying, the critical triggering sites are more likely to be in the medial and ventral prefrontal re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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