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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외출 후기

 

 지금 살고 있는 시대에 현기증이 난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 불현듯 찾아오는 과거가 현실을 압도한다. 제자리 걸음같은 도돌이표가 삶을 옭아맨다. 후기 자본주의의 전략이 착취와 비착취의 관계를 교묘히 은폐시키는데 국가보안법은 세월에 여전하다. 사그러들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지도 모르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첨단의 시대에 인간이 인간을 시험하는 법은 끝이 안 보인다.  

 어른들은 좋은 사람을 평할 때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나쁜 짓을 할 지도 모르고 사람들한테 폐 하나 끼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윤기진, 황선 부부도 이에 속할 것이다. 지나치게 착해서 북한까지 너그럽게 보는 시선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국가보안법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국가체제를 영원히 지키기 위한 무한 의심 속에서 최소의 법이 극대화 된다. 국가의 구속이 엄습한 가족은 감옥같은 삶을 반복한다. 한 가족의 불행으로만 보기에는 동시대적인 고통이 크다. 다수의 외면 속에 국가의 폭력이 힘없는 소수의 자유를 유린한다.  

 마지막 운동권 학생회장 출신 윤기진씨는 자신을 투사로 만든 건 국가라고 말한다. 출소 후 공개 성명에서 지나친 국가의 권한 남용을 지적했다. 아버지와의 사적인 대화에서는 자신은 영웅심으로 학생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가 되는 발언의 궤적을 따라 영화를 보면 학생운동시절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한 소신과 동료에 대한 긍정이 느껴진다. 순수한 마음에서 세상의 선의를 믿고 지키고 싶은 착한 마음이 보인다. 북한도 우리의 다른 가족으로서 적이라고 보는 제도권의 인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운동권의 수장으로 단체를 대변하는 신분까지 올라갔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그의 선의를 그처럼 바라봐 주고자 하는 영화의 마음이 보인다. 

 불안한 외출 중에 딸과의 따뜻한 에피소드가 희망을 보게 한다. 큰 딸이 여동생이 없는 사이 누가 더 좋냐고 아빠의 애정을 비교한다. 주인공 아빠는 주저없이 큰 딸아이에게 귓속말로 네가 제일 좋다고 말해준다. 누구도 상처주지 않고 내 앞에 상대를 최대한 품어 주는 너그러움이라는 보물이 그에게 있다. 엄마까지 연루되는 가족의 수난사는 계속되지만 사랑스러운 두딸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그 가족이 대립만을 위해 살지는 않을 거 같다고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의 선처가 먼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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