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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미나] 송승환 시집 독후감상

숨숨숨 2019.05.23 14:39 조회 수 :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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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시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무)의식의흐름을따라가는(반)자동기술감상문, 오독의 슬픔은 시를 쓴 자에게로?

 

시를 쓰는 동안, 그 긴장의 순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시인이 말한다, 이 시집은 시를 읽는 동안, 빈 공간에서

호흡하는 동안 누구나 시인이 될 것이다. 시어와 시어 사이에 있어야 할 성분은 사라지고, 숫자 밑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다면 사이에서 독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비어 있는 5 혹은 9 밑에서 서성거리며 독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시를 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제목만으로도 독자는 몇 행의 시를 쓰고서야 이 시를 읽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시가 시인을 떠나서 당신에게로 왔다. 당신은 있는가 묻는다.

이화장 梨華莊

심우장 尋牛裝

부사어는 대단하다. 거기에 역동적인 시간과 공간이 있고,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있고,

나타남과 사라짐이 있다. ‘하지만’과 ‘실은’ 사이에는 부정과 고해를, ‘실은’과 ‘어쩌면’

사이에는 사실과 가정을, ‘어쩌면’과 ‘그러나’ 사이에는 망설임의 번복을.

한 줄 묘사 없는 이화장이 그려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낡아가는 비극의 앞마당이

읽어지기도 한다. 부사어 사이에 말하지 않는 언어들이 나름의 의미로 태어나고,

그 사이의 공간에서 이화장과 심우장이 순식간에 떠오르다 사라지고를 한다

어떤 목소리

또 하나의 목소리

다른 목소리

자정의 거울 앞에 마주선 그림자, 목소리인가, 믿지 못할 것이 밤의 계단이 아니겠는가, 보고 만지고 맡고

더듬고 감각한다, 그래도 믿을 것인가, 어쩌면 믿어 볼 것인가.

본다 마신다 만진다 맡는다 듣는다 믿는다

감각한다, 그렇다면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믿어 보는 것인가.

병풍

어머니가 없다 어머니가 있다 부를것인가

나는 읽는다 어머니를 따라 걷는다 나는 멈춘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읽는다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가 없다 나는 읽을 것인가

어머니는 누구인가, 어머니는 무엇인가. 병풍 뒤에 있지만 무덤은 비었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걷지만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다

읽을 것인가 부를 것인가, 목적어가 없다

플라스틱

욕조

있다

플라스틱은 모든 것이 되어 가고 있다. 플라스틱은 욕조가 되고, 욕조는 내가 되고, 어머니는 물 속에 있다.

어머니는 어디에 있다, 나는 욕조가 된다

나는 무엇이든 되어 가고 있지만 아무 이름도 아니다

에스컬레이터

B101

B102

B103

얼음을 깨고 두 개의 물통을 지고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침상에서 어머니를 끌어 내리고

땅을 파고 말과 어머니를 묻는다. 얼음을 깰 수 없다. 짐을 싣고 지나간 길은 검다.

죽은 자만이 나의 가족이다. 나는 아들과 다시 있다

시인은 아르튀르 랭보와 함께 기어이 어디까지 가는가.

검은 돌 흰 돌

부러진 나무를 연필 삼아 찢어진 옷깃을 종이 삼아 밤의 페이지에 쓴다.

게속 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가라앉은 배의 키를 놓지 않는 것

시는 어둠 속으로 읽는 이는 단어의 우물 속으로 자꾸만 빠진다.

 

부사어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당혹감과 익숙한 언어를 새롭게 경험하는 놀라움과 

말하지 않은 것을 읽고 싶은 수고로움이 함께한 읽기였습니다.

 

경축 1

송승환 선생님, 세 번째 시집, 오래 기다렸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경축 2

책 한 권이 끝날 때마다 대한민국 1퍼센트의 독자임을 자부하면서

항상 새로움에 닿게 해준 수유너머104 문학세미나 1주년을 자축합니다.

한결같은(!) 유머로 세미나 이끌어주신 송반장님과

다다익선의 다정한 회원님들 덕분에 설레는 월요일, 행복한 1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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