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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후기] 『즐거운 학문』 3부

떠도는 별 2019.03.15 11:24 조회 수 : 66

 이제 니체의 『즐거운 학문』이 중반을 넘어 총 5부 중 제3부를 마쳤다.

 제3부에서 니체는 과학적 세계관에 입각한 기존의 인식론이 가진 모순과 약점을 지적하고 니체적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가져야 할 가치기준과 인식의 자세들에 대해 얘기하고, 개인에 내재해 있는 무리본능이 개인의 가치나 행동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정론적이고 과학적인 세계관이 절대적이었던 시대에 니체는 그 주류적인 인식론에 회의를 가지고 이에 철저한 반격을 가한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무리본능에 의해서 습관처럼 기존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고 입법자로서 늘 새롭게 가치를 정립하며 살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발제자의 제안에 따라 무리에서 이탈되는 두려움으로 자기의 입법을 포기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어 보기도 했다.

- 자기입법자로서의 위대한 개인은 남들이 “노”라고 말할 때, 혼자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규칙이나 규범으로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 아직까지 옷차림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 우리는 무리 속에서 단독으로 행동한 내부고발자의 고립을 감당할 수 있는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의 모순은 우리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과학이라는 올가미 속에서 그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근대적 세계관이 절대적이었던 시대에 과학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새로운 인식론을 제시한 니체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더라도 대단하다.

- 어린시절 책가방은 책은 담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비닐봉지에 책을 넣어 등교한 경험에서, 방과후 다른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이 가져온 독특한(?) 책가방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무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무리에서 자신을 분리시킬 수도 있다는 무서운 공포감을 느꼈다.

- 자신이 선택한 비혼과 조기퇴직에 대해 사람들의 부정적인 개입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무리속에서 거리의 파토스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가? 무리와 거리의 파토스를 지키는 것이 무리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인식의 주체자이며 가치의 입법자로서의 건강한 모습일 것이다.

- 니체가 의미하는 위버멘쉬로서의 개인은 무리와 대립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무리 속에서 새롭게 가치를 발견하고 창조해나가는 모습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개인을 발견하고 무리속에서 변화하는 개인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 10대에 동년배와는 다른 감수성과 사고방식으로 힘들어하다 학교를 자퇴하면서 무서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꼈고, 이후에는 자신의 독특함을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왔다. 그러나 니체적 인간은 무리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예술가로서 자신은 남다른 다른 감각을 잃지 않고 새로운 가치의 입법자로서 부단히 결단하는 혁명가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다른 사람에게 마땅한 것이 나에게도 과연 올바른가? 나에게 쾌락으로 느껴지는 것들은 언제부터 나에게 쾌락이 되었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불편함이나 부조리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국가가 원하는 가치에 나의 가치를 맞춘 것은 아닌가? 우리는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을 마주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인식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구체적인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어 보니 상대방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 같았고 책의 내용을 위주로 진행했던 것보다 니체가 원하는 인식의 태도나 개인의 모습을 좀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니체와의 만남이 이제 2달이 되어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예술가들의 배경에 늘 따라다고 있는 니체는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분방한 호기심으로 이 세미나에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니체는 책 제목에서처럼 그의 독자들에게 학문이 즐거운 대상이고, 그것을 즐거운 과정으로 즐기라고 말하지만 아직 나는 그와의 만남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니체는 격정적인 어조로 말하고 있고 때로 그가 가진 속도감은 놀이기구를 탄 듯한 아찔함을 주기도 한다. 그는 내게 끊임없이 “이거 정말 신나지 않니?” 라고 말하지만, 나의 보폭은 고려하지 않은 그의 속도를 따라가려 헐떡거리다 보면 나는 그의 유쾌함이 때때로 짜증나기도 한다.

  나는 저 고대의 서사시를 읊는 것 같는 그의 극적인 어조에 이끌려 시시때때로 정신이 혼미해져 맥락을 놓쳤고, 헤매고 있었고, 어느덧 혼자 엉뚱한 지점에 이르러 결론을 짓고 그를 기다리고 있기 일쑤였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혼자 웃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타인들에게서 공감을 받지 못한 나의 사고방식과 가치들에 나를 위한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아주 오랜 동안 내가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 애매하게 입장을 취해왔던 것의 두껍게 덧입혀진 옷을 벗겨 실체를 드러나게 해주는 경이로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요즘 니체에게 빠져있기는 한 모양이다. 길을 걷다가 혹은 일상적은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를 생각하게 된다. 그가 내게 건네었던 말들을 떠올리고 이를 되새기기도 한다. “니체이즘?“ 하하하!!!

   아직은 니체에게 가까워지고 그와 친밀한 언어로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 그의 유머를 다 이해하기엔 아직은 많이 경직되어 있는 내가 보인다. 매번 미궁에 빠지고 그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들을 머릿속에 새겨진 평가기준에 따라 채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바보, 니체가 원하는 것을 그게 아니잖아. 정신차려!“ 이런 각성도 잠시 뿐, 나는 또다시 미궁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당분간은 이런 나의 어설픈 방황도 즐겁게 봐주어야겠다. 우스꽝스럽고 때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니체를 포기하기엔 그가 너무 매력적이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니체와 친하려면 이런 것쯤은 너그럽게 보아주자.

  항상 우리의 동반자들 안에 - 자연과 역사 안에서 나와 같은 類의 모든 것들은 내게 말을 걸고, 나를 찬양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위로한다. 다른 것들은 들으려 하지 않거나 즉시 잊어버린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동반자들 안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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