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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 30주기 추모 기획세미나’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언제 시간이 지나갔나싶게 훌쩍 건너왔다. 그동안 시(미발표작 포함)와 산문을 통해 시인의 흔적을 좀 더 세밀하게 감지해보는 시간이었다. 8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다보면 정치적 시류 앞에 놓인 청춘의 고뇌가 다가왔고, 유난히 자의식이 강한 시인의 내면(가끔은 윤동주 시인과 겹쳐지기도 하면서)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파 왔다. 특히 죽은 누이와의 추억은 형용할 수 없는 연민을 남기며 내게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의 전집 곳곳을 훑는 시간, 우리는 남겨진 ‘소설(7편)’을 따라 또 다른 공간 속으로 진입해 보았다.(각자 한 편씩 담당해서 읽어 오라는 튜터님의 지시에 따라)

<간단 요약>

  첫 번째로 배치된 단편소설 「영하의 바람」은 󰡔연세춘추󰡕에서 제정.시상하는 ‘박영준문학상’을 입선(19790)한 작품이다. 식물인간처럼 방에만 누워있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가족들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 설정이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둘째 누나와 함께 고아원으로 가게 되고, 다시 ‘나’만 집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기형도 시인의 실제 이야기와 맞물려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뭉클했다고나 할까?

  「겨울의 끝」은 윤국→한강변 한 사내 동사에 대한 신문기사→자살에 대한 윤국의 반응→교통사고로 반죽음 상태에 놓였던 형에 대한 기억과 죽음의 순간에 살고 싶다고 말했던 삶 자체의 존엄을 생각→승후라는 인물 등장→승후는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윤국은 죽은 형을 떠올리며 감상주의자라고 치부→승후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승후 아버지의 비애(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로 자식에게 ‘희생의 씨앗’인 백혈병, 그리고 형제들의 죽음)→한강변에서 마지막 남은 승후 형의 자살→한강교의 안개 이미지→승후를 설득하는 윤국→“인간에게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무엇이 있어.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끝까지 의연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보다 아름다운 행위는 없다고 생각해. 아무리 커다란 절망으로 파국이 온다 해도 사랑의 순간 그 시간의 아름다움은 끝까지 소멸되지 않아.”라고 말하는 윤국(기형도 시인이 삶을 바라보는 자세인 듯함)→그러나 승후는 조용히 안개 속으로 사라짐→윤국은 승후의 얼굴에서 죽은 ‘윤석’ 형의 얼굴을 발견→안개가 가득 찬 공중전화 박스로 가는 윤국은 정혜(승후의 애인)의 전화번호를 돌리기 시작했다. ‘죽음’에 대한 예감과 80년대의 사회 전반적 분위기를 ‘안개’ 이미지로 포착하고 있다.

   「환상일지」는 기형도 시인이 대학교 3학년 때 쓴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자살한 친구를 찾으러 기차를 타고 C읍을 찾아가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생의 무게가 침잠해 있다.

  언제나 해박한 지식으로 대화의 끝이 없으신 namu님은 이날도 ‘환상일지’를 읽고 다른 작품들을 소개해 주셨다. 󰡔깡통 따개가 없는 마을󰡕이라는 구효서 작가의 작품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언급하는데 까지 이어졌다.

  「미로」는 기형도 시의 ‘소리’가 왜 중요하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귀’가 곧 ‘미로’로 상징하며 소리(공간으로 형상화)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날의 물망초」는 내가 담당한 부분이라 더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음직도 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나’가 일병 시절, 이 병장 이정식은 제대를 1개월 남기고 권태로운 군대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한 아가씨를 알게 된다. ‘나’의 신상명세서에 적힌 문학회 활동이라는 취미를 보고 자신의 연애편지 대필을 지시한다. ‘나’는 그들 만남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아야 한다며 이 병장의 연애 진도를 함께 공유해 나간다. 그러나 제대를 3,4일 남겨두고 갑자기 이병장이 그녀와의 결별 결심을 알려준다. 이유는 제대 이후 “스스로의 새로운 사회인으로서의 출발에 대한 불안과 그녀와의 사량을 병행할 자신이 없고, 그녀가 어쩌면 자신을 구속하는 어떤 끈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와의 이별을 선언하는 편지를 써서 이 병장에게 주게 되고, 그는 조그만 물망초 모양의 금속 액세서리를 보여주면서 그녀에게 줄 이별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렇게 믿고 있었던 ‘나’는 제대 이후 다시 이 병장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형의 새로운 애인은 물망초 모양의 금속 액서서리를 원피스 상단에 붙이고 나온 그날의 그 여자였던 것이다.

'물망초’의 상징성을 배치시키면서 결말에서 반전을 이룩하는 기법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어떤 신춘문예」에서 문화부 기자인 ‘나’는 12월 맞아 신춘문예 응모자들의 원고를 분류 작업해서 예심 위원들에게 통보해야 하는 일을 맞고 있다. 오늘이 마감일인 오후 5시쯤, 한 사내가 두툼한 봉투를 건네며 당선자 결정 연락이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선생님이 당선되시길 바랍니다 ”라고 말하자 얼굴이 확 밝아지는 사내.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다. 그러나 서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헤어진다. 벌써 20년째 신춘문예 낙방을 기록하고 있는 사내는 올해 이도엽이라는 필명으로 응모를 한다. 아내의 대필 도움을 받으면서도 계속 낙방하고 있으니 면목이 없을 만도 하다. 더하여 사내는 초등학교 선생 20년이 넘도록 교감 자리를 못 따고 있는 형편이다. 그때 갑자기 섬광처럼 머리를 훑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까 그 젊은 문화부 기자……그는 사내가 20년 전 처음 교편을 잡던 해 5학년 학급 반장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면서 반전의 결말을 맺는다.

  「노마네 마을의 개」는 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namu님의 정보를 토대로 이 작품은 집단의 광기를 다루고 있다. 아주 짧은 단편소설인데 전체적인 문장 구조가 탄탄한 구성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에 대해서 각자가 담당한 내용을 간단하게 다루고 나자 튜터님은 기형도의 시집『입 속의 검은 잎』에서 해설을 쓴 ‘김현’ 평론가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한 것에 대한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그것이 『거울 밖으로 나온 기형도』에 들어있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바흐찐의 그로테스크에 대한 연원을 살펴 나가는 동안 우리는 튜터님의 논리에 세뇌 당했다며 우스갯말을 하기도 했다.

  튜터님~~~감사 드려요^^

  기형도 기획세미나의 마지막 시간을 남겨 두고 있다. 현장 답사로 죽음의 장소인 ‘파고다 극장’에 들려 29살 기형도 시인의 마지막 숨결을 느껴보고, 뒤풀이 장소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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