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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통계학] 돈은 행복을 위한 합리적 전략인가?

수유너머웹진 2015.07.13 13:45 조회 수 : 15

돈은 행복을 위한 합리적 전략인가?

 -Daniel Kahneman and Angus Deaton,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조원광 / 수유너머N 회원




 

1. 돈이 영향을 미치는 행복의 두 측면

 

오늘은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과 앵거스 디튼(Angus Deaton)“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높은 소득은 삶에 대한 평가를 개선하기는 하지만 정서적 안녕감을 개선하지는 않는다”) 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특히 다니엘 카네만은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다방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저자들은 이 논문에서 45만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석은 과연 돈을 버는데 집중하는 것이 행복을 향한 합리적인 전략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룰 논문은 http://www.pnas.org/content/107/38/16489 로 접속하시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소득의 증가가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혹시 돈을 벌면 기분이 나빠지는 분 계십니까?^^;; 옳고 그름을 떠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은 확실히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건 굳이 연구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그렇다면 논문은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자들이 논문에서 우리의 상식을 깨는, 혹은 보충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행복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소득이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소득의 증감을 비율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첫 번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행복이란 뭘까요? 많이 쓰는 단어이기는 합니다만, 막상 정의하려고 하면 난감합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많은 경우 행복을 두 가지 구성요소로 나눕니다. 하나는 정서적인 측면입니다. 즉 기쁨이나 환희 같은 감정은 많이 느끼고, 슬픔이나 스트레스는 적게 느끼는 상태를 행복이라 정의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정서적 안녕감”(emotional well-being)이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인지적인 측면입니다.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를 의미합니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를 삶에 대한 만족도”(life satisfaction)라고 부릅니다. 학자들은 이 둘이 합쳐져 행복 수준이 결정된다고 봅니다.

 

카네만과 디튼의 핵심 주장은, 소득의 증가가 정서적 안녕감보다는 삶에 대한 만족도에 좀 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서적 안녕감도 소득 증가에 영향을 받습니다. 돈이 많으면 기쁨을 느낄 일도 많을테니까요. 그냥 그 자체로도 기분이 좀 좋을 것이고, 친구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사먹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사줄 수 있으니 기쁠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돈의 증가가 정서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은 금세 포화됩니다. ,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반면 삶의 만족감은 계속해서 돈이 늘어남에 따라 늘어납니다. 그들의 논문에서 사용된 아래의 표를 보시죠.

 



그래프를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맨 앞에 X축은 연간 가계 소득을 나타냅니다. 오른쪽으로 갈 수록 증가하죠. Y축에는 다양한 행복의 결과치들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모두 설문을 통해 조사한 것인데요, positive affect(긍정 정서), not blue(우울하지 않음), stress free(스트레스 없음) 등은 각각 그 전날 충분한 정도로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에서 차지하는 비율, 우울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입니다. 왼쪽에 있는 Y축의 수치를 읽으시면 됩니다. ladder(사다리) 라고 표기된 것이 삶의 만족도(life satisfation) 수치를 의미하는데, 이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설문 문항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질문은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맨 아래 0부터 맨 위 10까지 매 단계마다 표시가 되어 있는 사다리를 상상해보십시오. 사다리의 맨 꼭대기는 당신이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의미하며, 맨 바닥은 당신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지금 당신은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Please imagine a ladder with steps numbered from 0 at the bottom to 10 at the top. The top of the ladder represents the best possible life for you, and the bottom of the ladder represents the worst possible life for you. On which step of the ladder would you say you personally feel you stand at this time?”) 오른쪽의 수치는 응답자들의 평균 수치입니다.

 

보시다시피, 정서적 안녕감과 관련된 수치는 일정 수준이 지나면 소득에 영향을 받지 않는 포화현상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은 동일한 자극에는 적응하기 마련이니까요. 우유를 한 컵 먹으면 맛있고 큰 기쁨을 주지만, 10컵 넘어가면 별로 기쁨을 주지 못하듯, 돈으로 정서적 행복을 느끼는 것도 포화되기 마련입니다. 사실 어떤 자극이든 이렇게 그 효과가 포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데, 삶에 대한 만족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에 비례하여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저는 이런 결과를 보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돈에 비례해서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말을 들으니, 우리 인간들은 삶의 가치를 자신이 가진 화폐의 양으로 평가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회의 이데올로기나 교육에 큰 영향을 받는 행복의 인지적 측면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의미심장했습니다. 혹시, 이는 우리 사회가 돈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그것에서만 삶의 성공과 성취를 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통상적으로 나타나야 할 포화 현상을 덮을 정도로 그 정도가 과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 결과는 여러 사람의 설문조사에 근거한 것이고 한 사람이 소득 증가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경험하는지 확증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로 이런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을 거두기 힘들었습니다.

 

 

2. 얼마나 돈을 벌어야 하는가?

 

하지만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만약 정말 소득이 삶의 만족에 포화 없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돈을 벌기 위해 온 힘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행복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겠지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두 번째 포인트가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스럽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두 번째 포인트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소득의 증가를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비율적 증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소득의 절대적인 양이 얼마나 늘어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득이 현재 소득에 대비해서 몇 퍼센트나 늘어나느냐 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게 대체 어떻게 돈이 합리적 전략임을 의심하게 만드냐고요? 조금 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자들이 소득의 비율적 증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은 간단한 논리입니다. 100만원 벌던 사람이 200만원을 벌게 되면 기분이 몹시 좋아질 것입니다. 전 부분에서 큰 변화를 낳겠지요. 그런데 5000만원을 벌던 사람이 5100만원을 버는 것은 큰 변화를 낳지 못합니다. 아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만약 5000만원을 벌던 사람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증가한 감정을 느끼려면, 5100만원이 아니라 1억을 벌어야 할 것입니다.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증가한 것은, 소득이 100% 증가했음을, 즉 두 배로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이를 5000만원에 적용하면 1억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는 소득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자극에 대한 우리의 반응, 예를 들어 소리나 빛을 느끼는 정도에도 적용되는 원리라는 점에서, 그리 무리한 가정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잘 살펴보시면 위의 그래프에서 X축은 이처럼 비율적 증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소득이 10000에서 20000으로, 그리고 40000, 80000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배수로 증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십시오. 이 그래프가 실제로 뜻하는 바가 뭘까요? 이는 비록 소득의 증가가 삶의 만족도에 포화현상 없이 계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그 그래프를 실제 내 인생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 소득이 계속 두 배로 증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이는 굉장히 힘든 일이며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누가 자신의 소득을 계속 두 배로 증가시킬 수 있겠습니까? 연봉 1500만원을 3000만원으로 올리는 것보다, 3000만원을 6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훨씬 힘들고, 6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극히 일부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X축의 소득 증가를 정해진 절대적 양의 증가로 바꾼다면, 정서적 안녕감의 여러 수치들은 지금보다 더 빨리 포화현상을 나타낼 것이고, 삶의 만족도도 포화 현상을 나타낼 것입니다. 지금 그래프에 표기된 것보다 X축의 수치가 늘어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셈이니까요.(1000, 2000, 4000, 8000 -> 1000, 2000, 3000, 4000) 그리고, 실제 우리 인생에서 소득 증가는 비율적 증가가 아니라 정해진 양으로 늘어날 공산이 더 큽니다. 계속해서 자기 소득을 늘릴 수 있다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해도 말이지요. 꼬박 꼬박 비율적으로 오르는 것은 물가이지, 우리 소득이 아니지 않습니까?^^;; 카네만과 디튼의 그래프를 인생에서 구현하려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훨씬 더 빨리 벌어야 합니다.

 


돈으로 행복을 사려면, 나중에는 위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더 빨리, 많이 벌어야 합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셈이지요. 

출처: "RIAN archive 978776 Printing paper money at Goznak factory in Perm" by RIA Novosti archive, image #978776 / Alexey Kudenko / CC-BY-SA 3.0.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IAN_archive_978776_Printing_paper_money_at_Goznak_factory_in_Perm.jpg#/media/File:RIAN_archive_978776_Printing_paper_money_at_Goznak_factory_in_Perm.jpg



이렇게 보면, 과연 돈을 벌어서 삶의 만족도를 올리려는 구상이 합리적인 전략인지 의문이 듭니다. 계속해서 두 배로 소득을 늘려나가려면, 다른 일에 전혀 집중할 수 없을 텐데, 그것 자체가 분명 제 인생과 행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더라도, 효율적인 일은 아니겠지요. 소득을 계속해서 두 배로 불리려고 노력하는 대신, 좋은 친구를 만나고 건강한 몸을 위해 즐겁게 운동을 하는 편이 차라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요컨대, 경제적 성취에 집착하는 태도는, 그것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체감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시간을 행복을 위해 투자하는 관점에서 경제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카네만과 디튼의 연구는 돈에 대한 우리의 상식이 그리 합리적인 믿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돈은 행복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격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비쌉니다. 내가 이미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비쌉니다.^^;; 인생의 행복을 바란다면, 다른 것으로 그것을 사려하는 것이, 아니 정확히 말해 다른 경험과 관계로 행복을 누리려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태도일지도 모릅니다.

 

 

ps. 카네만과 디튼이 돈 버는게 행복 증가에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 그게 논문의 주 관심사는 아닙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주 관심사는 소득이 삶의 만족과 정서적 안녕감에 다른 형태의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다만 그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고민해보면 이런 형태의 결론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라는 정도의 이야기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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