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스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강 세 번째 강의

녹취 및 정리: 황호연 /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정화스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의는 총 5회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한 강 한 강이 한 편의 글이 되기에는 매우 긴 편이라, 독자분들이 보기 편하시도록 세분하여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정화스님의 2강 원고의 세 번째 부분임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이 코너의 앞에 업로드된 첫번째 ~ 다섯번째 강의는 1강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올린 것 입니다. 

(계속)

그래서 사자가 되고 어린아이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자유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누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이 자유를 뭐라고 했습니까? 자기 스스로가 그 상태로 존재의 이유가 확실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강남에 가면 우리의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이 얼굴이 존재의 이유가 못되지요. 성형외과 의사분들이 딱 오셔가지고 ‘여기 좀 고치셔야겠네요."하는 순간 우리의 얼굴은 드디어 존재의 이유를 갖지 못합니다. 성형외과가 만들어준 존재의 이유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성형외과 의사에게 "당신이야말로 얼굴을 고쳐야할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면 내가 자유롭게 됩니다. 즉, 의무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내재적 힘을 가지는 것. 이것을 사자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게 돼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자기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만 가졌다면 부모에게 ‘아닙니다’하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그 말을 할 수 없지요.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사실상 사회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고, 집 안에서도 그렇게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강남 청담동에 유행하는 바지가 정말 짧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바지만을 가지고는 자기의 개체성을 잘 드러낼 수 없어서 다시 10cm를 자른다고 합니다. 그러면 주머니가 치마 밖으로 나오는 옷이 됩니다. 주머니가 바지 밖으로 나오는 게 가장 최신의 트렌드인데, 부모를 의사로 둔 열여덟 살 먹은 딸이 그렇게 하고 싶답니다. 그런데 엄마는 딸의 마음을 이해해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는데 아버지께서 너무나 완고하셔서 계속해서 딸과 부딪히고 계셔서, 그 사연을 말하는 어머니가 눈물을 흘립니다. 아버지한테 어머니도 아니라고 하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는데 자식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이처럼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삼강오륜입니다. 삼강오륜의 첫 번째는 군위신강(君爲臣綱)입니다. 이때 강綱은 벼리 강이라고 하는데, 옷깃 강이라고도 읽습니다. 옷깃은 그걸 잡고 사람을 들면 가장 잘 들리는 곳입니다. 군위, 임금이 신하의 벼리가 된다는 겁니다. 신하의 목줄기를 임금이 딱 잡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는 부모가 자식의 벼리가 되는 겁니다. 네 번째는 남편이 아내의 벼리가 되는 겁니다. 중국의 고대 어느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이분이 결혼을 해서 잘 살다가 남편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여성분께서 얼굴이 잘생기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그 고을의 군주가 지나가다가 일하고 있는 여성을 딱 보고 한눈에 뿅 갔습니다. 허허. 그래서 ‘나한테 와서 함께 살자"고 말하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 나는 전의 남편을 따라가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화가 난 군주가 그 여성을 데려다가 얼굴을 대패로 깎아버립니다. 그래서 죽습니다. 이게 교과서에 실립니다. 천하의 모든 여성들이여, 이렇게 살라고요. 그것이 부위부강(夫爲婦綱)입니다. 남편이 아내의 벼리가 되는 겁니다. 여성분들께서 그렇게 사실 겁니까? 허허.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요.

자, 이처럼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하는데, 이것은 부모나 어른들께서 그 아이로 하여금 그런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다 낙타를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신선한 뇌,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그런 것을 탁 볼 수 있는 "신선한 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니체는 이 시대에 어디에 계셨냐 하면,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이 무렵 짜라두짜는 얼룩암소라고 불리는 마을에 머물고 있었지."라고 합니다. ‘암소’는 아까 말한 대로 후생을 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창조적 상황을 말하고, ‘얼룩 암소’는 요즘 말하는 융합적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짜라두짜는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돼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서 융합적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사는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워진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사자가 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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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자로 살지 못하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 한분이 미덕을 설교하는 석좌교수입니다. 그냥 교수도 아닌 석좌교수입니다(Ⅰ:43, Ⅱ:42). 그러면서 그분이 뭐라고 합니까? ‘밤에 잠을 잘 자려면 낮에 잘 깨어있으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낮에도 자고 있고 밤에도 자고 있습니다. 자, 정신이 깨어있을 때가 깨어난 것인데, 낮에는 낙타로 잠을 자고 있고, 밤에는 낙타조차 내려놓고 잠을 자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야말로 훌륭한 상태라고 석좌교수께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낮에 깨어있으려면 하루에도 열 번 여덟 번 자기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 낮에 깨어있는 것도, 넘어서는 것도 중의적인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 낙타는 어떤 상태로 깨어있어야 합니까? ‘주인님이 나에게 무슨 의무를 주었느냐"에 대해 잘 깨어있어야 합니다. 낮에 낙타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내 등에 짐을 올린 주인의 의지에 깨어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 다음에, 열 번은 자기 자신을 넘어가야 한다고 했을 때, 내부적으로는 ‘나도 나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올라올 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나답게 올라오는 것을 넘어서는 화해가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낮에 깨어있으려면 하루에 열 번은 그래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상태가 굉장히 억울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마음 가운데 억울함을 숨기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억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이나, 심지어 대학에 가서도 신분이나 부 등등에 의해 별로 차별 없이 공부하는 것 같다가 직장에 가고 사회에 편입하는 순간, 갑자기 신분질서가 어느 틈엔가 와서 사람이 바뀌게 만듭니다.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의 포스터입니다. 

우리가 아직 완전히 살지 않은 미생인 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나 자신을 억압하는, 그런 자유롭지 못한 낙타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거기에서 다른 것에 의해 억울한 감정들을 만들어갑니다. 이 억울한 감정들이 자기 대에 그쳐서 자기 아들딸 대에서는 없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 없애고 싶은 것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입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공부를 잘해서 권력층에 편입하거나. 부모님들은 계속해서 자기 자식들에게 내부적으로 자각하거나 자각하지 못하거나, 항상 입에 달고 이야기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말 그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거지만, 내면적으로는 ‘나는 이런 억울한 삶을 살고 있는데 너라도 억울한 삶을 살지 마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그렇게 대물림해서는 절대 억울한 삶을 살지 않는 사회가 형성되지 않지요. 그 사회 자체를 억울함이 없는 사회로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데, 매일매일 낙타로서 곱디고운 피곤이 쌓이도록 낮에 깨어있는 삶을 살 때는 잘 되지 못합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영혼에 작동하는 아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넘어선다는 것은 가혹한 일입니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짐을 지워준 사람과 맞짱을 떠야하는데, 여기에서 오는 부담감은 보통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 억울함과 자기는 매일 화해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술을 한잔 걸치면서 화해를 하게 됩니다. 자식들은 그 상태를 잘 모르니까 ‘아 우리 부모가 왜 그렇지?"라고 할지 모르지만, 부모의 속내를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에도 또 넘을 수 없는 그런 간격이 있어서, 뭐라고 말합니까? ‘밤에 잠을 잘 자려면 모든 미덕을 잘 지켜라"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공무원들을 공경하고 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을 계속 하면서 부딪히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속에는 단순한 부딪힘이 아니라, ‘너라도 억울함이 없는 삶을 살아라"라고 하는 부모의 깊은 속뜻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실현되기는 대단히 어렵지요. 왜냐하면 모든 가르침은 가르침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멈추게끔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살금살금 오는 도둑놈 중 최고의 도둑놈이라고 니체는 말합니다. ‘살금살금 오지. 도둑놈 중 최고의 도둑놈이야. 그리고 내 생각을 멈추게 하지. 그러면서 여기에 놓여있는 의자처럼 나를 조용하게 만들지." 입 다물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의자처럼 입 다물고 있는 것이야 말로 석좌교수가 우리에게 말한 미덕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살 때는 결코 자기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짜라두짜가 역설적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졸음에 취해 꾸벅꾸벅 조는 이 사람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조금 지나면 녹아떨어질 테니까."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대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면서 10분간 쉬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2강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