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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코너는 근간 예정인 이진경 선생님의 [파격의 고전] 원고 중 일부를 출간 전에 미리 보내드리는 코너입니다.



<이진경의 "파격의 고전">






2장 구미호와 인간의 대결, 혹은 변신술의 유형들





이진경






두 번째 부분에 이어 계속 (첫 번째 부분 보기 / 두 번째 부분 보기)




4. 변신능력과 왕의 권력



인간과 동물의 경계지대에서 겨루는 두 인물의 힘을 이렇게 대등하게, 아니 심지어 구미호의 능력을 더 탁월한 것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금방울전>이나 <김원전>, <홍길동전> 등 ‘괴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괴물들은 대부분 주인공들의 능력 앞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무력합니다. 구미호의 능력을 빼앗아 요술을 부리는 <전우치전>에서조차 구미호는 전우치의 힘 앞에서 꼼짝 못합니다. 반면 <왕수재전>에선 괴물이나 동물이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습니다. 양자의 능력은 팽팽하게 맞서 있습니다. 아니, 실은 구미호의 힘이 용왕의 아들 혼자서는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하며, 그래서 왕수재의 도움을 받아서야 간신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며, 그렇게 끌어들인 왕수재마저 매혹시킬 정도로 탁월합니다.


싸움이 벌어지는 섬은 동물의 힘과 인간의 힘이 만나고 섞이는 경계지대입니다. 구미호도, 용왕의 아들도 모두 인간과 동물의 힘이 섞인 인물입니다. 그 경계지대에서 노인의 형상을 취한 용왕의 아들은 ‘집’이라는 인간화된 장소, 인간세계 안에 자리 잡은 공간을 지키기 위해 왕수재라는 인간의 힘을 빕니다. 그 ‘집’은 단지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인간이 ‘거주하는’ 곳이고, 인간의 ‘세계’입니다. 인간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인간화된 동물(용)과 인간(왕수재)의 동맹에 의해, ‘외부’에서 온 동물을 물리치려는 것입니다. 왕수재가 선택된 것은 그가 활 쏘는 능력으로 인간의 최대치에 이른 탁월한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용왕이란 ‘통치자’와 손을 잡고, 주어진 동물의 자리에서 이탈하여 인간의 세계로 밀고들어오려는 자를 징치하고 죽입니다. 훗날 왕수재의 아들(왕건)이 인간세계의 ‘통치자’인 왕이 되는 것은 이러한 그의 역할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습니다. 통치자란 주어진 자리에서 이탈하는 자를 징치하여 자리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관리하는 자입니다. 용왕이 동물의 세계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자라면, 왕은 인간의 세계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자입니다. 


용왕의 아들이 그 경계지대에 있는 것은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하고 훈련(‘수련’)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왕이 되기 직전의 인간(왕이 될 자의 아버지)인 왕수재가 거기 불려 들어가는 것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동물이나 인간을 주어진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동물인지 인간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의 형상이나 위치를 ‘명료하고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변신이란 통상적인 구별능력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변신한 자들의 대결이 펼쳐지는 저 섬은 바로 그 구별능력을 시험하는 장입니다.



하나의 파도가 다른 파도와 구분되는가? 뚜렷하게(distinct) 구분하기 어렵다. 변신까지 갈 것도 없이, 자연에는 이런 애매한 것들 천지다. 그리고 권력이란, 이런 애매한 것들을 구분하고 자리를 매기는 힘이다. (사진 출처: http://magdeleine.co/photo-by-folkert-gorter-n-273/)



거기서 왕수재는 뚜렷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려는 자이고, 그런 만큼 상이한 세계에 속한 것이 섞일 수 없다고 믿는 자입니다. 활을 쏘아 구미호를 죽여준다면 딸을 주겠다는 노인의 말에 왕수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속세의 천한 사람이고 따님은 용궁의 귀인이신데, 어찌 감히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겠습니까? 또 물속 세계와 땅 위 세계가 다르고 사람과 용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이니, 비록 선생의 허락이 있다 한들 제 생각엔 인연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178) 그는 주어진 인식과 지각의 틀 안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할 뿐입니다. 말을 해봐야 소용없음을 알고 노인은 말합니다. “수재는 그런 걱정 말고 우선 내 골칫거리부터 없애주시오. 베풀어준 은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답하겠소.”(178)


따라서 왕수재는 아름다운 여인이 구미호라는 말을 들어도 믿지 못합니다. 그가 활을 쏘아야 할 대상은 자신이 식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존재인 것입니다.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에 한해서만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인물이기에, 왕수재는 우직하고 미련스럽게 자신이 식별할 수 있는 바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그의 눈은 불행히도 그 여인이 구미호임을 식별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쏘지 못합니다. “저건 사람입니다. 여우가 둔갑을 한다고 어찌 저리 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사람을 쏴 죽여서야 되겠급니까?”(177) 노인이 알려주었지만, 그것은 노인의 말일 뿐이요, 그의 눈을 대신하진 못합니다. 


그냥은 섬에서 살아나가지 못할 거라는 위협과 딸을 주겠다는 회유의 말에 포섭되어 활을 쏘아 구미호를 죽였을 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던 나머지 무리는 모두 새끼 여우로 바뀝니다. 인간 세계 안에 침투해 들어온 것들이, 구미호의 변신능력을 제거하자 인간세계 바깥으로, 그 바깥에 주어져 있던 동물의 자리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인간의 관념 속의 격자들을 이탈하며 가로지르기를 중단하고, 격자 안의 범주들 속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이는 활을 쏘는 왕수재의 능력이 서게 될 자리를 역으로 비추어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왕의 능력은 변신능력은 아니지만, 변신능력 근방에서 옵니다. 변신능력을 포착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그것을 통제할 수 없고, 변신능력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 능력에 노출되어 있는 세계를 통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우치전>이나 <홍길동전>에서의 왕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모두 변신술의 조롱대상이 됩니다. 그 점에서 왕의 자리는 변신능력이 작동하는 지점, 인간의 관념이나 지각과 그 외부적인 것이 만나는 점을 ‘기원’으로 합니다. 많은 신화에서 왕의 탄생이 다른 인간과 다른 이적(異蹟)의 형태를 취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왕의 위치란 통상적인 구별의 선이 와해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음을 통해 그가 갖는 남다른 능력이나 ‘자격’을 설득하려는 것입니다. 변신한 곰의 아들로 태어나는 단군이나, 새가 낳은 건지 인간이 낳은 건지 알 수 없는 난생의 박혁거세나 고주몽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곳은 인간의 능력의 한계지점이란 점에서 인간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지대와 만나는 곳이고, 그 외부적 힘을 내부화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곰이 인간이 되어 애를 낳아서 왕이 되는 것과, 구미호가 인간이 되어 애를 낳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난점입니다. 왕은 구별불가능성의 지대에서 탄생해야 하는데, 그곳은 동물이 인간으로 변신하여 침투하는 곳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거기는 비슷해 보이는 것의 엄격한 식별을 둘러싸고 각축을 벌이는 격전장입니다. 용왕의 아들과 구미호가 그렇게 팽팽하게 오랫동안 싸웠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왕이란 그 구별불가능한 지점에서, 인간세계에 침투하려는 동물을 제거하고, 그들과 자신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자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언제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와 변신의 지대에서, 구별하고 다시 구별하기를 반복하며 인간의 관념과 지각으로 반복하여 포섭하는 것, 그게 왕이 하는 역할입니다. 왕수재가 구미호를 쉽게 쏘지 못하는 것은 그런 구별의 근본적 불가능성 때문이지만(구미호에 대한 노인의 말은 증명될 수 없으며 단지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의 말을 따르는 것은 협박과 유혹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구별하려는 그의 신중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왕은 동물적 기원을 갖지만 동물이어선 안되고, 변신술을 장악해야 하지만 직접 변신술을 사용해선 안됩니다. 경계선을 확고히 하고 각자가 주어진 자리를 지키게 해야 하는 인물 자신이 경계선을 흐리고 자리를 이탈하는 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왕수재도 그렇고 고주몽도, 변신술을 자신이 직접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변신능력을 가진 동물들의 도움을 받을 뿐입니다. 역으로 그들이 갖는 탁월한 능력인 활쏘기는 동물들을 잡는 능력입니다. 동물들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 것입니다. <왕수재전>에서는 그가 변신술을 장악해 자신의 휘하에 거느리고 있도록 하기 위해 용왕의 아들은 자기 딸을 그에게 아내로 줍니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주몽의 포스터. 주몽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졌다. 이런 왕을 둘러싼 난생 설화는 흔한 편이다.(박혁거세-신라, 김수로-가야 등) 주몽은 동물적 기원을 가지지만, 동물을 제압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사진 출처: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06122021273525274&type=1&outlink=1)



왕수재가 그러하듯, 왕이란 그런 변신의 능력이 갖는 매력을 알아보는 자인 동시에 그런 만큼 누구보다 그 능력에 대한 두려움을 잘 아는 자입니다. 왕수재가 구미호라는 말을 들어 알고 있음에도 활을 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구미호의 미모나 자태, 그리고 음악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힘은 인간 세계의 범주 안에 들어온 뒤라고 해도,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기도 한 자신의 아내처럼, 사실은 항상-이미 구별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기에, 명료하고 뚜렷하게 사물이나 사태를 구별하려는 인간에게 그것은 곤혹스럽고 두려운 힘입니다. 자신을 등지는 순간을 상상하면 식은땀이 나는 두려운 존재인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휘하에 있지만 그에 대해선 근본적인 불신이 있습니다. 심지어 아내인 경우에조차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왕수재는 자신의 아내가 원래 ‘용’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아내에게 안 볼 때는 용으로 변신하고 있으라고 말한 바 있음에도 그것을 직접 보았을 때에는 겁을 먹게 되됩니다. 정이 떨어지게 됩니다. 두려움과 거부감이 일어난 이상, 더는 그 변신의 힘을 즐길 수 없게 됩니다. 이를 잘 아는 용녀는 남편을 떠납니다. 



“이제 변신한 모습을 보셨으니 마음속으로 겁을 먹고 정이 이미 멀어졌을 겁니다. 지난날의 즐거움을 계속하기 어려워졌으니 저는 떠나겠습니다. 아들 딸 모두 데리고 가야겠지만 그건 너무 심한 일인 것 같아 아들은 남겨두고 가겠어요. 잘 기르고 가르치시면 한 나라의 군주가 될 겁니다.”(185~186)




이는 변신의 세계로부터 확고한 인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됨을 뜻합니다. 왕수재가 아니라 그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은 왕수재가 너무 동물적 변신의 세계에 가까이 잇기 때문일 겁니다. 변신의 세계와 거리가 충분하지 못한 겁니다. 왕이란 변신의 힘에 인접해 있지만 그 위험을 잘 알기에 거리를 충분히 두는 인물이고, 이런 모호한 기원을 갖지만 충훈히 인간의 세계로 들어선 인물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변신이 갖는 더 큰 힘을 잃는 것입니다. 변신으로부터 물러섬에 따라 왕수재는 더 큰 능력의 아들을, 새로운 왕을 낳을 가능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앞의 인용문에 이어지는 용녀의 말입니다: “[아쉬운 것은] 제가 3년만 더 있었더라면 반드시 성스러운 아들을 낳아 중국을 쓸어버리고 9주를 평정해 삼대의 정치를 펼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186)


용녀는 일이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인간화된 범주 안에, 인간화된 세게 안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변신하는 자입니다. 그래서 그는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남편의 말에, “못 볼 거야 없지만, 부부간에는 보여드릴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이는 두려움이나 거부감이란 관념을 초과한 감정이고 의식을 넘어선 무의식에 속하는 것이기에 용녀는 남편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지속하려 합니다. 종(鍾)을 통해 미리 알리고 출입하는 방법으로 그런 거리를 확보하려 합니다. 이런 거리화 방식은 역으로 매력에 이끌리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해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는, 변신에 대한 태도의 양면성의 표현입니다.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본질적으로 내가 아는 것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인간이 할당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인간의 지각이나 판단의 범주를 이탈하거나 횡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인간의 감각이나 인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이나 행동, 변화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변신에 이끌리는 매력은 역으로 그러한 것들에서 느끼는 매력입니다. 왕수재가 처음 보자마자 용녀에게 이끌렸던 것은 알지 못해도 감지되는 그 매력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매력의 힘에 끌려 왕수재는 딸을 주겠다는 노인의 요청에 따라 활을 쏩니다. 그러나 잘 알고 있었으며 이미 몸을 섞고 자식을 둘이나 낳은 관계임에도 용이 된 아내를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정이 떨어진 것은, 그 변신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그 두려움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변신능력의 크기를 제한합니다. 


용녀는 자신의 아버지(‘노인’)와 마찬가지로 그 경계지대 안에서 변신의 힘을 인간의 힘/권력으로 변환시키는 지점에 있지만, 그건 동물적 힘이나 경계를 범람하는 능력을 인간의 틀 안에 가두는 것이기에 힘들고 피곤한 일입니다. 그런 피곤함으로 인해 병들고 지쳐 다시 변신의 힘을 풀어놓으려 합니다. 물론 왕수재의 허락 아래서. 하지만 인간의 외부를 뜻하는 그 힘의 드러남을 왕수재는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용녀는 다시 인간 세상의 바깥으로 나가버리게 됩니다. 변신능력을 인간의 힘으로 바꾸는 것, 그것은 변신에 대한 통제고, 본질적으로 변신능력을 지치게 하는 권력입니다. 그것은 변신에 대한 두려움을 그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통치나 통제의 의지가 지배하는 곳에서 변신능력은 함부로 사용되어선 안됩니다. 그렇기에 용녀는 왕수재와 결혼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살지만, 그것은 용이 갖는 본질적인 힘이 억압되고 정지된 상태로 사는 것입니다. 이제 변신능력이란 사용되지 못한 채 억압된 잠재력 능력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잠재적인 능력도 쓰지 않고 그냥 둔다면 축소되고 무력화됩니다. 변신능력을 잠재적인 것으로 가두어 놓고 그저 인간의 모습으로만 있다는 것은, 인간세계의 틀과 범주 안에 갇혀 사는 것을 뜻합니다. 변신하는 자에게 그것은 자신의 본성에 반하는 삶이고, 자신의 힘을 무력화(無力化)하는 방식의 삶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어떤 틀과 범주 안에 가두는 것이란 점에서 일종의 내부적인 감옥 안에 가두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었지만 그 감금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몸은 병들고 무력화되게 됩니다. 그에게 다가온 죽음, 그것은 그의 본질이기도 한 변신능력의 죽음입니다. 그가 살기 위해선 다시금 인간의 관념이나 지각이 만들어 놓은 감옥(범주적 감옥)을 벗어나야 합니다. 변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변신은 남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따라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죽거나 떠나거나’입니다. 잠정적으로 거리화의 방법을 취했으나 그것이 실패하자마자 그는 결국 남편을 떠납니다. 인간세계를 떠납니다. 고정된 강력한 격자의 감옥을 벗어납니다. 그래도 아들을 남겨두고 가는 것은, 자신의 잠재화된 능력이 남편과 함께 산출한 씨를 두고 가는 것입니다. 변신을 감당하고 통제하는 잠재적 통치자를. 데려가는 것은 딸입니다. 딸 역시 남편과 함께 산출한 것이지만, 여성에게 통치자의 지위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에서, 변신능력을 가진 여자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처럼 고정된 범주의 통치에 갇혀 무력해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 아니면, 범주들을 횡단하다 구미호처럼 일종의 ‘마녀’로 단번에 죽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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