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스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강 네 번째 강의

녹취 및 정리: 황호연 / 수유너머N 세미나 회원 

*정화스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강의는 총 5회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한 강 한 강이 한 편의 글이 되기에는 매우 긴 편이라, 독자분들이 보기 편하시도록 세분하여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정화스님 강좌 2강의 네 번째 부분임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이 코너의 앞에 업로드된 첫번째 ~ 다섯번째 강의는 1강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올린 것 입니다. 

(2강 2부 시작)

 (Ⅰ:47, Ⅱ:46)‘한때 나 짜라두짜 역시 인간을 넘어 헛된 상상 속에 산 적이 있지."라고 합니다. 인간을 넘어 이야기하면 언뜻 보면 초인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우리는 인간이면서 인간적인 삶을 제대로 못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을 넘어’라는 말을 두 가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삶을 제대로 사는 것-초인-을 보고 "인간을 넘어서"라고 하고 있고 두 번째는 땅에 살면서 하늘만 바라보며 있는 것을 "인간을 넘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발을 보지 못하고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책에서는 "헛된 상상 속에, 속아 산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으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하는 것, 그것에 의해서 마치 거기에 좋은 것이 있는 양 정신이 취해버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넘어서 있는 곳에 가장 강력한 이름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뭐라고 하냐면, "아 형제들, 내가 만들어냈던 이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것은 실은 인간의 작품. 인간의 광기, 다른 모든 신들처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어떤 분들이 듣기에는 정말 힘들 것이고, 그래서 이 책이 그렇게 잘 읽혔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한다는 것들은 사실상 의식이 발생했을 때 ‘나는 무엇을 생각한다’고 하고 있는데, 실제 그 생각이 만들어진 것들을 보면 몸 안에서 대단히 희한하게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뭔가 이미지를 구성해 내는 겁니다. 그래서 ‘안다’라는 말은 자기가 이전까지 살아왔던 정보들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해서 표상 이미지로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안다는 사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알게 되는 것은 내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이 과정들이 한군데만 거치는 게 아니고 다양한 곳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논에 들어온 신호를 해석할 때 우리 뇌의 작용점만 해도 현재 밝혀진 곳만 서른 세 곳 이상이 서로 협력을 해서 최종적으로 ‘아 저것은 10m 밖에 있는 무엇이다."라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언뜻 보면 정신이 무엇을 아는 것처럼 보이는데, 눈이 색을 분별할 때 우리는, 색을 분별하는 색 분자가 우리 눈 안에 따로 있기에 분별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분자중의 하나로 ‘옵신’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의 눈은 보통 470~700나노미터 정도의 파장에 맞춰져 있는데, 이 4백 몇 나노미터 부분을 감지하는 옵신은 푸른색을 본다거나 하는 쪽으로 이렇게 분자가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바다 밑 100m쯤으로 깊이 들어가면 이 파랑색조차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 옵신이 4백 몇 십 나노미터의 파장들을 전혀 분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옵신은 자기 분자적 성질을 그렇게 가만히 맞춰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변합니다. 그래서 옵신이 파악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을 370이나 350으로 자기를 바꿉니다. 그러면 드디어 파란색 보다 더 짧은 빛, 자외선을 봅니다. 그래서 바닷속 100m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들은 자외선을 보면서 다른 양상으로 사물을 보는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우리 눈에 있는 옵신이라는 하나의 분자를 가지고도 이 안에서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겁니다. 만일 그 분자가 우리 눈에서 사라진다면 지금처럼 ‘본다’라는 세계가 없어질 겁니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귀는 소리를 잘 번역을 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어떤 사건을 표상해냅니다.

 지난번에 말했듯이 0.2초나 0.5초 걸린 다음에 최종적으로 재구성된 이미지가 우리 생각 앞에 떠오릅니다. 사실상 생각 앞에 떠오른다고 하기 보다는 그것 자체가 생각이지요. 다만 이때의 생각은 ‘그 생각을 아는 것’과, ‘그 생각을 벗어난 듯 있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보이는데, 뒤에 나온 것처럼 자아나 에고라는 것이 내부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조금 다른 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만, 책을 쓴 이때만 하더라도 자아는 내부에서 에고를 비춰주고 있는 어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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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서는 "무아"라는 것을 자꾸 이야기합니다. 나라는 것은 없다고요. 여기 있는 모든 분들 각자가 다 "나"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가? 라고 하면서 허무적인 생각이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아는 실재하는 게 아니고, 인식 수용체의 공통된 주파수의 ‘대역"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요즘 말하는 광대역이라고 하듯이, 그런 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 안에 들어있는 면역세포라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다른 세포들을 공격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밖에서 온 것인지 면역세포가 알아야 하지요. 그 방법은 내 몸에 있는 세포가 신호를 보내서 "나는 너하고 똑같은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어."라는 것을 계속 보내는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면역세포가 ‘아, 너는 내가 공격할 대상이 아니구나."하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다른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는 놈이 오면 ’아 이상한 놈이 왔네."하고 순식간에 공격을 하고, 또 만일 아까 공격할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세포에 의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서 공격하게 됩니다. 우리 몸의 60조개의 세포는 이처럼 "우리는 다 하나야"라는 신호체계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我"라는 건 뭡니까? 동일한 신호체계의 관계망입니다. 이 신호체계가 다르면 다른 자아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생명인데, 부모의 정자와 난자는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여성의 난자는 일생동안 약 5백여 개가 만들어진답니다. 이 500개의 모든 정보체계는 다 약간씩 다릅니다. 남자가 만들어낸 정보인 정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그 모든 것들이 약간씩 다릅니다. 바꿔 말하면, 부모가 만들어준 형제도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름이 만들어질 때, 다르게 만들어지는 것마다 각각 동일한 신호체계를 만들어서 항상 "나"라고들 합니다.

 이런 것을 원죄라고 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앞에서 나온 것처럼 다른 양상으로 주되, 두 개가 만나기만 하면 그것들이 동일한 신호체계를 만들어내면서 "너와 나는 한 배를 탔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항상 "나"인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이 "나"가 어떻게 됩니까? 신호체계에 의해서 "나"가 됐기 때문에, 만일 전체 신호체계를 바꾼다면 다른 나가 되는 겁니다. 즉, 나라는 특정한 불변의 요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한 공동체가 마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하나의 나를 이뤄가듯이, 나라는 인식체계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어떤 불변의 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것은 수정란이 되어서 늙어 죽을 때까지 가보면 계속해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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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이란 ‘시간’이라는 이야기인데, 시간이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별로 그렇게 좋은 것으로 안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영원히 젊음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하는 것 속에는 내가 이 상태로 계속해서 존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는 자기를 계속해서 변이시켜갑니다. 즉, 변이와 불변이라고 하는 이 두 가지가, 변하고 싶어 하는 것과 불변하고 싶어 하는 것 두 개가 묘하게 맞물려서 변하지 않고 싶은데서 보면 변해가는 것이 부족한 듯 보이고, 변한데서 보면 변하지 않으려는 것이 부족한 것처럼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관계의 내용은 항상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불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질과 비물질, 생물과 비생물을 통틀어서 어떤 것도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세상은, 시간 축을 통해서 불안정적으로 이웃과 화해하면서 자기를 끊임없이 변이시켜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명과 비생명들의 활동인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놓고 우리는, ‘이것은 뭔가 부족하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성에서 봤을 때는 공간성이 부족한 것 같고, 공간성에서 봤을 때는 시간성이 부족한 것처럼 보여서, 시간과 공간이 안정적이지도 않고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완전한 것을 추구합니다. 완전한 것들이 뭐가 되냐 하면 바로 "신"들이 됩니다. 바로 이 신들에서 또 하나의 유일한 신, 신중의 신이 유일신이 되는 겁니다. 유일신이 하나님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는데, 이것은 ‘바람"이라는 사건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의 대상이긴 하지만, 철저히 허공에 대고 부르는 것이고 헛된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니체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고의 추상성, 또는 언어 일반성이라는 것은 현재를 명백히 살아내는 것에서 잠깐 비켜서있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0.2초나 0.5초 만에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이 이미지는 실제로 안의, 서른세 군데 이상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일 이 중에 어떤 한 곳만 다른 양상으로 작용하면 이 이미지는 다른 양상으로 비춰집니다.

 예를 들어 뇌에서 V3영역이 빛깔을 구별하는데, 그 빛깔을 구별하는 영역에서 오는 신호체계가 딱 사라지면 제가 여러분을 볼 때 전부 다 흑백으로만 보입니다.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바뀐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미래에도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왜냐하면 생명이 불안정한 내외부와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경험했던 경험내용들을 가지고 새로운 사건들에 부딪혀 조금씩 변주해서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버릴 수 없는 데서 보면 시간의 영원성을 사는 것처럼 보이고, 현재를 맞추려고 보면 과거의 시간이 현재에 개입되면서 현재를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이미지가 더해지는 것은 현재성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과거의 흔적들이나 미래의 추상들이 현재를 놓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작품인데 실제로는 제대로 된 작품이라기보다는, 광기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은 지난날의 흔적을 통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재"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 순간에는 온전히 그것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다음 순간에는 재로 변합니다. 이 재를 가슴의 불꽃으로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배양하지 못하면, 온전히 재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지요.

 한용운의 시에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뭐가 된다는 말처럼, 그 재에서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짜라두짜가 했던 일입니다. 만일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온전히 죽은 이미지의 연속선상에서 나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을 마음에서 표상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은 인간을 넘어선 어떤 경지나 저 먼데서 이쪽으로 오는 게 아니고, 내부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의 재속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찾아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버리려고 내가 산속에 들어가서 죽은 재속에서 빛을 가려내고 보니까 오히려 그런 것이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재에서 나온 빛으로, "저 세상이니 하느님이니 하는 망령을 내게서 도망가게 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