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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공간탐방기 - 서문

장한길 2017.11.06 21:00 조회 수 :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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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hching Hsieh. One Year Performance. 1980-1. (위) 당시 Sam이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활동했던 대만출신 예술가 테칭 시에는 1년단위의 퍼포먼스를 여럿 펼쳤다.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고, 노숙을 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과 줄로 묶여 1년을 보내기도 했으며, 예술계와 연을 끊고 1년을 보내기도 했다. 2009년에 시에의 작업들을 기록/편집한 책 Out of Now가 출간되었다. Adrian Heathfield. Out of Now. 2009 (아래)

 자본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 또다른 상품논리로 환원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존 케이지의 4’33”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곡으로 0.99$에 팔리고 있고, 잉크젯으로 뽑아낸 웨이드 가이튼의 까만 캔버스가 크리스티에서 백만달러를 넘나드는 고가에 경매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의 손아귀는 크고, 그 악력은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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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Bas Jan Ader. In Search of the Miraculous. 1975. 네덜란드 작가 바스 잔 아더의 “최후의 퍼포먼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작업에서, 작가는 쪽배를 타고 태평양으로 나간 후 실종되었다. (아래) I am Too Sad to Tell You. (1971). 작가가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만 계속 울음만 나온다.

 

 자본의 매서운 손아귀에 맞추든, 맞서든, 예술지형도 변화해왔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작에 대한 기대가 형성하는 작품위주의 패러다임에서, 작가의 일관성에 보다 관점을 두는 시도가 많아졌다. 후원인과 경매 혹은 갤러리를 통한 작품판매 위주로 돌아가던 경제구조도 점점 공공기금과 프로젝트성 운영으로 변화하였다. 무엇보다 작품중심의 예술형태는 소모적이고,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바그너가 추구하던 Gesamtkunstwerk와 같이 어마어마한 자원을 빨아들여 생산되는 대작중심의 예술은 소수 사회구성원에게만 허락된 형태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형태의 예술은 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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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Burden. Shoot. 1971. 작가는 어시스턴트를 통해 왼팔에 .22구경 소총으로 사격을 당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속가능한 삶의 한 형태로써의 예술은 제도권 안팎으로 많은 예술인들이 선택하는 생존적 전략이다. 매체가 무엇이든, 크든 작든, 전통을 고수하든 전복하든, 개념적이든 공예적이든, 어쨌든 지속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이다 (혹은 그러해야 한다)라고 떠들던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이나 철학가의 공허한 구호와 질적으로 결을 달리한다. 몇개의 파트타임 알바를 뛰건, 얼마만큼의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의 돈을 가져오건, 이들은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지속가능한 삶의 한 형태로써의 예술활동을 지속한다. 활동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공간이다. 지속가능한 삶의 형태로써 예술을 행하는 이들은 일단 발 디딜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러한 공간들을 운영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예술은 삶이고 삶이 예술임을, 텅 빈 구호가 아닌 온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소개하려 공간탐방기 코너를 기획하게 되었다. 한국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으며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크고 작은 예술 및 전시공간들을 찾아, 그들의 모습, 생존전략,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매달 소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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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Alÿs. Paradox of Praxis I. 1993. 멕시코시티에서 큰 얼음조각을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한 벨기에 출신 작가 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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