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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세미나_잡편 33.천하편 - 조정현

수유너머웹진 2019.01.16 23:04 조회 수 : 102

[장자세미나-세미나후기] 잡편 33.천하편





조정현(장자세미나 회원)





장자는 도(道)를 이야기 한다.
장자가 말하는 도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무엇을 가리키는가 아니면 개별적이고 특수한 무엇을 가리키는가.
어떤 대상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인지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인지 구별하기 위해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다음은 논어 선진편의 한 대목이다.

子路問 聞斯行諸. 子曰 有父兄在 如之何其聞斯行之.
자로가 여쭈었다. 들으면 곧 실천하리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형이 살아 계신데 어찌 들은 대로 실천하겠느냐?
冉有問 聞斯行諸. 子曰 聞斯行之.
염유가 여쭈었다. 들으면 곧 실천하리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들으면 곧 실천해야지!

"들으면 곧 실천해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공자에게 이 명제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명제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이 명제는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다. 선진편의 대목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명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럼, 도(道) 역시 일반적이고 보편적이기 보다 개별적인 것일까?
도가 일반적이라면, 너의 도와 나의 도가 동일할 것이다.
도가 개별적이라만 나의 도가 있고 너의 도가 있으며, 이 도는 서로 다를 것이다.

논어 이인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吾道,  一以貫之 (나의 도는 하나로 꿰뚫는다)

여기서 공자는 "도"에 나(吾)라는 수식어를 붙여 "나의 도"라 이야기 하였다. 
"나의 도"라고 이야기 했을 떄, 너와 내가 그리고 다른사람이 동일한 "도"를 공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다른 이와 다른 나만의 개별적인 "도"가 있다는 말이다.  

공자는 자기가 가진 개별적인 "도"를 진리로 봤을까?
진리로 봤다면, 도는 당위의 문제를 즉 마땅히 그래야 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있는것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을 이야기 하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 할 것이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人能弘道 (사람이 도를 넓힌다.)

"도"가 진리라면 사람은 "도"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도"가 규범이 된다.
사람이 도를 넓힌다라고 말하였다면 "도"는 마땅히 지켜야할 규범이고, 진리가 아니다.
도는 꾸준히 넓히고 확장해야할 대상이다. 

공자가 가진 도에 대한 관점은 장자와 동일하다. 공자와 장자가 갈리는 부분은 "도"가 아니라 "명(名)" 이다.

천하편에서 장자는 "도"를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설정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한다.
"도"는 개별적인 데, "도"를 일반화하고 보편화하여 사람을 억압하는 예가 나온다. (노래를 부르지 말게 하는 묵가 등등)
그리고 "명"에 옭아매져 있는 사람을 비난한다.

道可道, 非常道
도덕경에 나오는 대목이다.
간략히 의역해 본다.
도가 도가 되려면, 상도(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도)가 아니어야 한다. 장자가 가닌 "도"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편성은 없다.

장자에게 "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른 개별적이고 특수한 대상이다.
그럼 개개인이 가진 "도" 사이에는 우열성이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도"가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도"보다 우월할 수 있는가?
장자는 개별적인 "도" 사이에 우열성은 없다고 본다. 개별적인 "도"가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한다고 보지 않는다.

장자가 가진 관점을 야구선수로 비유해 본다.
빠른 직구에 유리한 스윙을 하는 선수 A가 있다.
변화구에 유리한 스윙을 하는 선수 B가 있다.

A선수가 추구하는 "도"는 강속구를 떄려 안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B선수가 추구하는 "도"는 변화구를 때려 안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A선수는 강속구에는 강하지만, 변화구에는 약하다.
B선수는 변화구에는 강하지만, 강속구에는 약하다.

C라는 선수가 나와서 새로운 "도"를 추구한다.
"난 강속구에도 강하고, 변화구에도 강한 스윙을 연습할 것이다."
C 선수는 번트 전문 선수가 된다.

A선수, B선수, C선수는 야구 타격에 있어서 자기 다름대로의 도를 추구한다.
A선수와 B선수가 추구하는 "도"는 다르다. 그리고 어느 선수가 추구하는 "도"가 우수한지 판별하기 힘들다.
여기서, 진정한 야구선수는 어때야 하는 지 생각해 보자.

진정한 야구선수는 변화구가 왔을 떄, 변화구에 맞는 스윙을 하고, 강속구가 왔을 떄 강속구에 맞는 스윙을 하는 선수다.
경우에 따라 번트를 댈 경우에는 정확히 번트를 대는 선수이다.

진정한 야구선수는 "도"를 추구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도"를 바꾸어 버린다.
그래서 진정한 야구선수이고, 장자는 이를 진인이라 불렀다.  

자기만의 "도"가 있어야 하지만, "도"에 목숨걸지 말아라..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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