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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엔 맑스!

봄날엔 새싹들이 단단한 땅을 뚫고 쑥쑥 올라옵니다. 우리들의 맑스도 딱딱한 사유를 뚫고 터집니다. 앞으로 이 새싹들이 무엇이 될지 모릅니다. 쭉정이가 될 수도, 덩치 큰 수박이 될 수도, 천년동안 자랄 주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것들도 봄날에는 여리여리한 새싹이었죠. 우리들의 맑스도 봄날의 새싹들처럼 나 있는 길에서, 버려진 땅에서, 엉뚱한 변기통에서 마구마구 터지길 바래봅니다. 

- [봄날엔 맑스팀] 일동



꿈꿔라,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것을!

 _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문화/수유너머N 회원





맑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독일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에 따르면 독일인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 종교가 제공하는 환상 없이는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왜 이렇게 됐나? 맑스에 따르면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현대라는 새로운 체제 발전의 현실적 투쟁에 참여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이유는 철학적 이유인데 독일의 관념론 전통에 따라 새로운 체제를 ‘철학’속에서만 ‘체험’하게 된 것이다. 맑스의 독일 철학 비판이 겨냥하는 것은 헤겔이다. 맑스에 따르면 헤겔의 법철학이야 말로 관념 속에서 국가를 성취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이 글에서 헤겔의 법철학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발라내어 씹는다. 이러한 맑스의 헤겔 비판을 따라가다보면 맑스 역시 형식적으로는 매우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것으로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맑스에 따른다면 이는 오해다.


이론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닌 것. 헤겔의 법철학과 같은 ‘철학’은 현실 국가나 사회에 대해 구체적 현실이 아니라 환영만 제공할 뿐이다. 맑스가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때문에 헤겔의 글을 이론적으로 비판하고 글을 쓰는 맑스는? 괜찮다. 그가 행한 것은 독일 현실이라는 구체적 대상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이며 이론 작업이므로! 다시 헤겔 비판을 하는 맑스로 돌아가자. 그렇다면 우리는 헤겔의 사변철학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단순히 ‘철학’을 외면하고 ‘이론’을 폐기하면 될 것인가. 맑스에 따르면 이는 본질적인 해결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



이론이 실천이고 실천이 곧 이론이다. 


문제는 ‘철학’이나 ‘이론’ 그 자체가 아니다. 독일 철학이 현실을 외면한 것은 그들의 시야의 협소함 때문이지 철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외면해야 할 것은 현실을 구체화하지 못한 ‘철학’이다. 오히려 맑스는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다. 이때의 ‘이론’은 현실이나 실천과 괴리된 것이나 대립쌍이 아니다. 철저히 인간 자신에서 시작할 것이며 사태를 그 뿌리, 즉 사태가 일어난 인간 자신에게서 파악하는 ‘이론’이다.


이렇게 ‘이론’이 인간에 대한 것일 때, ‘이론’은 대중을 사로잡는 ‘물질적인 힘’이 된다. 이러한 맑스의 말대로라면 ‘이론’은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당위를 설명하거나 실현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현실 그 자체가 스스로를 밀고 간 결과물이 이론이 될 때 이론적 요구는 직접적으로 실천적 요구가 된다.


따라서 맑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론과 실천은 이항대립이 될 수 없다. 이론은 구체적 현실이 밀고 나간 결과물이어야지 현실과 동떨어진 초월적인 것이나 거짓 보편이 될 순 없다. 그렇다면 이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기존의 관념철학을 부정하는 것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맑스가 생각하는 이론이나 실천, 그리고 혁명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급진적 혁명은 전제들과 탄생 근거를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급진적 욕구들의 혁명일 수밖에 없다.’ -칼 맑스, 강유원 역, 『헤겔 법철학 비판』, 이론과 실천, 2011, p.22-




결국 진정한 이론은 ‘어떤 전제들과 탄생 근거를 가지지 않은 급진적 욕구’를 밀고 나갈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이며, 동시에 이를 추동하는 힘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한다. 맑스가 지적하고 있듯이 역사적 변화는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급진적 욕구들의 요구 결과였다. 독일의 종교 개혁이나 프랑스가 봉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모두 급진적 욕구들이 현실을 밀고 나간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국면이 왔다. 맑스는 묻는다. 정말 변화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먼저 ‘급진적 욕구’를 발명하여라. 변화는 추상적 관념이나 당위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급진적 욕구를 발명할 때, 그것을 밀고 나갈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무수한 전제들이 덕지덕지 붙은 욕구 해결에만 충실한 우리에게 맑스의 이 한 문장은 엄청난 숙제처럼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욕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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