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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맞이하는 4월 이야기

 

 

 


 

김 유 미/노들 장애인야학 교사

 

 

 

 

4월이면장애인은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한다 기업이 장애인시설에 후원금을 전달한다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들을 초청해 축하 행사를 연다성공했거나 덕망을 쌓은 장애인들에게 상이 수여된다장애인들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다시민 불편이 초래되고 도심 교통이 마비된다.

 

 

4 20장애인의 


1981유엔은 ‘세계 장애인의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한다이에 한국 정부는 ‘세계 장애인의  한국 사업추진위원회 구성하고 당시 보건사회부 주최로 4 20일에 ‘1 장애인의 ’ 행사가 열린다이듬해부터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장애인재활대회라는 이름의 기념식이 열리게 된다. 1991년이 되어 장애인복지법에 “국가는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하여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주관을 설정한다.”라는 문구가 명시되고, 4 20일은 ‘장애인의 이라는 이름의 법정기념일이 된다. 하필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 된 것은,그날이 1년 중 비가 내리지 않는 날로 꼽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름 장애인의 이동과 나들이를 고려해 정해진 날인 것이다. 외출이 쉽지 않은, 집구석과 장애인생활시설 수용자들을 위한 이벤트 날.  


정부는 여전히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행사를 연다한동안 "장애인을 동원해 체육관 행사를 연다"라는 이유로 비난 받고 최근 들어 행사의 상이 다소 바뀌었지만여전히 영부인이나 장관이 참석하는 관제 행사 중심이다. "장애극복상"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으로 이름이 바뀐 시상제도도 여전하다. 올해의 장애인상은 경제사회문화체육   분야에서 장애를 극복하여 사회에 모범이 되는 장애인에게 매년 수여하고 있다.”(한국장애인개발원의 올해의 장애인상 소개) 

1 장애인의  행사가 열린 1981년은 전두환 정권이 집권한 해이다전두환  대통령은 장애인을 위한다며 세계 흐름에 맞춰 장애인의 해 기념사업을 추진했지만같은  그가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서는 장애인을 대하는 다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총리 귀하

근간 신체장애자 구걸행각이 늘어나고 있다는바실태 파악을 하여 관계부처 협조 하에 일절 단속 보호조치하고 대책과 결과를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의 이러한 요청에 따라 전국의 복지원 수용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장애인과 걸인은 단속과 보호조치의 대상이 되고, 사회복지법인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이들을 수용하게 된다. 이 과정이 폭압적으로 이뤄지면서 장애인과 걸인이 아닌, 그저 "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이 시설에 수용되기도 했다. 시설 안에서는 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정권의 폭력성을 이어받기라도 한듯 돌아보기에도 끔찍한 인권유린들. 이는 복지의 이름을 활용한 일종의 인종청소였다. 이른바 정상인의 관점에서 이뤄진 비정상인에 대한 제거 그리고 은폐 조치였다. 지난해 발간된 "살아남은 아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종청소 명령에 따라 철처히 운영된 "형제복지원"에 관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형제복지원의 폭력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 씨는 어른이 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상처와 가족의 비참함에 대해 말한다. 

 

 

결국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1981년 한 해에 벌어진 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어딘가 모순돼 있다.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하는 척 세계적인 추세에 신경쓰면서도 다른 한 편에선 장애인을 끊임없이 가두고 있다. 장애인을 사회구성원으로 고려하지 않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장애인은 일상적인 외출마저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인데, 이 정부는 이에 대한 개선을 말하기 보다 장애인 개인의 장애극복 의지를 치하하며 문제의 원인으로부터 도피한다. 이 상황에서 이뤄지는 장애인의 날, 올해의 장애인상, 단 하루 동안 이뤄지는 각종 행사며 유희는 모순을 넘어 기만이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사회 모순에 대해 적극적으로-공격적으로 문제제기하며,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다. 3월 중순부터 노동절까지를 주요 활동기간으로 삼는 이들은 "장애인의 날"을 만든 정권이 보여주듯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의 시선 그리고 그 안에 은폐된 장애인과 비정상인에 대한 권력 구조를 문제 삼는다. "동정과 시혜"라는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 공격을 가하며 장애인이 이 사회의 일원임을, 권리의 주체임을 집단적 실천 행동으로 드러낸다. 지난 2005년 420투쟁 때는 서울의 마포대교를 8시간 동안 행진(?)해 수많은 "시민 불편", "도로 교통 마비"를 초래했다. 바로 지난해에는 종로 한복판을 장애인 당사자들이 휠체어에서 아스팔트 위로 내려와 기어 행진하며 자본의 속도와 장애인의 속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이 없이, 누군가의 불편이 없이 이 사회가 바뀔 것인가? 당신이 내게 폐를 끼친다는 손가락질 없이, 이를 감당하는 투쟁 없이 이 사회가 과연 바뀔 것인가? 수많은-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장애인은 그 존재 자체로 안타깝고, 편안한 삶을 위해 시설에 가라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이야기한다. 장애인이 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 상황이 왜 개선되지 않는지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왜 시설에 갇혀 지내야 하는지, 시설이라는 것이 과연 온당한 삶인지. 달라져야 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 시선은 여전히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올해로 열두 번째 420공투단이 꾸려졌다. 올해 420공투단은 박근혜 정부 취임과 광화문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농성을 고려해 예년보다 일찍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200일이 된 날이자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에 420공투단 출범식이 열렸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은 뻥 소리가 나는 뻥튀기 기계를 가져다놓고 강냉이를 튀겼다. 박근혜 정권이 약속한 복지공약들 그거 "뻥 아니야?"라고 물으며. 이미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같은 과제들을 "장애등급제 단계적 개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검토"로 후퇴시켰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다 다쳐도 사과조차 쉬 하지 않는 사회, 집에서 홀로 잠자던 장애인이 불타죽어도 너 참 불쌍하다고 말하고 잊어버리는 사회에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권리를 요구하면 생떼 쓴다고 막말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장애인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게 정치하겠다고 뻥치는 이 사회에 무엇을 바랄 것인가. 기만적인 장애인의 날, 1년 내도록 기만적인 이 사회에 울화가 치미는 자들과 함께하는 것 외에 어디 다른 희망이 있었던가.

 


 

※ 이 글은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이 내는 기관지 <함께하는 품>에 2013년에 기재되었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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