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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화폐의 미래 혹은 종말(2)

수유너머웹진 2015.05.20 13:55 조회 수 : 28

비트코인, 화폐의 미래 혹은 종말





최영철 / 수유너머 N 회원

 





(전편에 이어 계속) / (전편 보기 클릭)




비트코인의 작동방식


비트코인은 2008, 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을 통해 세상에 제안되었다. 곧이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등록되어 소스코드가 모두 공개되었으며, 이듬해인 20091월 비트코인이 발행되었다. 2010년에는 법정화폐와 비트코인 간의 환전 거래가 시작되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화폐이다. 더 정확히 말해 비트코인은 그저 소스코드이다. 금이나 은은 물론이고 명목화폐인 지폐 수준의 물질성마저도 비트코인에는 없다. 이 소스코드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발행되고 거래는 어떻게 일어나며 거래정보는 어떻게 저장되는지에 대한 규칙들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완전히 가상의 시스템이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애플페이나 구글월렛 등과 같은 전자결제시스템과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애플페이나 구글월렛은 법정화폐와 금융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들과의 연결을 통해서만 작동한다. 반면 완전한 가상 시스템인 비트코인은 금융제도와 공유하는 것이 없으며 금융제도를 필요조건으로 갖지도 않는다. 비트코인은 이들 전자결제시스템과는 유전자가 다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소스코드일 뿐이고 가상의 시스템일 뿐이라면 신용이 생명인 금융거래가 어떻게 이를 통해 가능할까?  가상시스템의 거래규칙 속으로 좀더 들어가보자.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디지털화폐이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려면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지갑을 생성한다. 금융기관이 없는 비트코인에서는 통장을 개설한다는 비유보다는 각자 은행을 하나씩 차린다는 비유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갑을 생성하는 과정은 그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월렛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뿐이다. 사용자는 자기 지갑 안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계좌번호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의 주소)들을 이용해 다른 계좌번호와 거래하게 된다. 전자금융거래에서는 디지털 정보의 변동만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조작의 위험을 안고 있다. 정당한 거래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 보내는 사람 A 2) 받는 사람 B에게 3) 금액 M을 지불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이라면 각 은행이 마련한 보안 인증 시스템이 이를 확인하고 거래의 정당성을 보증해준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신용을 제공하는 은행 등의 제3자가 없다는 점이다. 은행과 같은 중심 기관을 배제하는 비트코인은 이를 전자 서명으로 대체한다. 비트코인 계좌를 생성하면 나만 쓰는 비밀키 private key 와 다른 사람도 다 쓸 수 있는 공개키 public key 가 한 쌍으로 부여된다. 이 두개의 키는 모두 거래내용을 암호화하는데 사용된다. <그림2>는 비트코인의 거래가 성립되는 절차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비트코인의 거래에서 전달되는 것은 이전 거래기록들이 누적된 데이터들이다. 보내는 사람(소유자1)은 이전 거래기록 hash 을 갖고 있다. Hash는 거래기록의 암호화된 요약본이다. 소유자1은 받는 사람(소유자2)의 공개키를 덧붙여서 새로운 hash를 계산한 후 여기에 자신의 비밀키를 이용하여 디지털 서명을 하고 이를 코인에 추가하여 보낸다. 정확히 말하자면 받는 이에게 돈을 보낸다기 보다는 이 암호화된 거래기록을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에 공표한다. 공개키와 비밀키 한쌍을 이용하는 비트코인 암호화 방식은 공개키로 암호화한 것은 비밀키로 확인하고 비밀키로 암호화한 것은 공개키로 열어볼 수 있다. 따라서 받는 이는 자신의 비밀키와 보낸 이의 공개키를 이용해서 거래의 내역과 보낸 이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비트코인 거래는 이렇듯 디지털 서명된 거래기록의 누적에 다름 아니다.




<그림2> 비트코인의 거래성립 절차, 출처: Satoshi Nakamoto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보낸 이와 전송된 비트코인이 확인되었다고 해도 이 거래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는 없다. 이를 이중지불 double spending 문제라 한다. 복제가 가능한 전자금융은 거래기록 또한 복사하여 복수의 송금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거래 보증에 의지하지 않는 비트코인은 이중지불 문제의 해답을 거래기록의 누적과 공개에서 찾고 있다. 비트코인은 공개거래장부 public ledger 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기록은 10분 단위로 하나의 블록에 모아진다. 그리고 네트워크 상의 모든 컴퓨터에게 보내진다. 10분간의 거래기록을 모두 포함한 데이터는 블록 block 이라는 형태로 생성되는데 새로 만들어진 블록은 이전 거래기록들의 블록에 붙어서 사슬 block chain 을 형성한다. 블록체인이 바로 비트코인의 공개거래장부이며 네트워크의 모든 컴퓨터에게 공개되어 있다. 그런데 블록을 생성하는 과정은 어려운 수학문제의 해답을 구하는 컨테스트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수학 컨테스트의 참여자(컴퓨터)는 우선 이전 거래기록이 포함된 블록체인에 지난 10분간의 새로운 거래기록을 조합한다. 이 조합을 통해 생성된 새로운 블록은 어떤 주어진 수학적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조합에 임의의 숫자 Nonce 가 첨가되어야 한다. 그 임의의 숫자를 찾아내는 것이 수학 컨테스트가 요구하는 작업이다. 10분간의 거래기록을 전송 받은 노드들은 이 값을 찾아내서 새로운 블록을 만들기 위해 계산에 돌입한다. <그림3>은 블록체인이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여기서 hash 는 블록의 내용을 암호화한 요약본이다.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1) 이전 블록의 해쉬 Prev Hash + 2) 지난 10분간의 거래기록들 Tx + 3) 임의의 값 Nonce 을 조합되어야 한다. 이 임의의 값을 구하여 신규 블록을 생성하고 그 해쉬값을 네트워크에 제출하는 노드가 컨테스트의 승자가 된다.  이 문제의 답을 계산하는 과정은 우아한 논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지하게 많은 임의의 값을 하나 씩 대입해 정답을 찾아내는 노가다 방식이다. 때문에 이 작업은 아주 많은 자원을 소모한다. 컴퓨팅 파워도 출중해야 하고 전기도 많이 소모하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또한 이 과정은 해답을 예측 predict 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해답이 맞는지 확인 reproduce 하기는 아주 쉽다.





<그림3> 해쉬체인, 출처: Satoshi Nakamoto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해답을 찾은 노드는 새로 생성된 블록을 네트워크 전체에 알린다. 이를 작업 증명 proof-of-work 이라 한다. 다른 노드들은 이 작업이 구한 해답을 승인한다. 제출된 블록에 포함된 거래기록들이 모두 진짜임을 확인한 노드들은 제출된 해쉬값을 이용해 새로운 블록 생성 작업에 돌입한다(블록생성에는 이전 블록의 해쉬값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든 거래기록들은 블록체인으로 누적되고 모두에게 공유되며 변경될 수 없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블록체인을 변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변조하고자 하는 거래기록이 포함된 블록을 생성하는 지난한 노가다를 다시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이 블록 이후에 생성되어서 이어 붙여진 블록들까지 모두 변조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기록의 누적이기 때문에 어떤 블록이든 이전 블록의 기록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 블록을 적법한 것으로 승인하고 이 블록을 이용해 새로운 블록을 계속 생성하여 이어붙이고 있는 네트워크의 노드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블록들을 생성해야만 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조작하려는 블록의 뒤에 이어 붙은 블록의 수가 늘어날수록 악한 노드가 이 속도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지수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거래의 조작은 승산이 없는 시도이다. 거래기록 조작에 참여하는 컴퓨터 자원이 전체 네트워크의 반을 넘지 못하는 한 조작의 위험은 없으며 조작을 위해 그 많은 자원을 투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블록의 생성을 통해 거래기록을 생성, 유지, 공개하는 비트코인의 작업증명체제와 블록생성을 위해 자신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노드들의 기여에 의해, 신용을 제공하는 기관이 없이도 비트코인은 안정적인 금융거래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노가다 수학문제 풀이를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매 10분마다 답을 구해낸단 말인가? 많은 자원을 투여하여 새로운 블록의 해쉬값을 네트워크에 제출한 노드는 보상을 받는다. 블록이 하나 생성될 때마다 25BTC이 신규발행되어 부여된다. 매 블록의 첫 번째 거래는 이 신규발행 비트코인이 된다. 수학문제풀이를 채굴 mining 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곡괭이를 들고 금을 캐듯이 채굴자 miner (채굴기계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은 수학문제풀이 노가다를 통해 비트코인을 캔다. 이것이 비트코인이 발행되는 유일한 원천이다. 현재 순환되고 있는 모든 비트코인은 채굴과정을 통해 발행된 것이다. 채굴자들은 새로 발행된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채굴작업을 하며 이 채굴작업은 블록을 생성하고 거래기록을 유지함으로써 결국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상호신뢰 체계를 유지시킨다. 블록 당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채굴의 난이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면서 점점 줄어든다. 금을 캐는 채굴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지고 채굴량도 줄어든다. 비트코인은 발행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약 2140년 쯤 21백만 BTC에 도달하면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금 또한 매장량의 한계로 정해진 시점 이후에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2008년의 첫 제안에서도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능성


비트코인은 소스코드이며 이 소스코드가 담고 있는 규칙체계이다. 이 규칙체계가 창조해낸 비트코인의 특성은 기존 법정화폐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가능성을 던져준다.


1. 탈중심성 - 탈중심성은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화폐의 발행과 작동방식에 있어 어떤 법적 권위나 힘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 고유한 규칙들로 이루어진 프로토콜과 네트워크 상의 상호작용만이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누구도 임의로 통화량, 이자율, 환율의 조절에 개입할 수 없다. 화폐의 총량과 발행속도는 미리 짜여진 코드에 의해 정해져 있다. 부채기반의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이자도 없다. 국가 간 차이와 장벽이 없기 때문에 환율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결국 법정화폐보다 화폐 가치의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가 훨씬 적으며 그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빠질 위험도 낮다. 법정화폐와 비트코인 간의 차이는 바로 중심성과 분산성의 차이이며 소수의 수중에 놓여 있는 화폐와 네트워크에 의해 존재하는 화폐간의 차이이다.


2. 네트워크 - 비트코인의 미덕은 중심이 없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중심을 필요 없게 만들고 중심을 대체할 수 있는 분산된 점들의 긴밀한 연결망을 만들어내는 규칙체계이다. 비트코인은 Peer-2-Peer 네트워크이다. 비트토렌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Peer-2-Peer 네트워크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토렌트에서 내가 현재 받고 있는 파일은 특정 서버에서 다운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파일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상의 여러 컴퓨터들로부터 십시일반 받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나의 컴퓨터도 동일한 파일을 다른 컴퓨터들과 협력하여 누군가에게 제공해준다. 금융거래에서 중심적이고 독점적인 매개자인 은행들은 거대한 자본만이 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 인력의 집중을 통해 신용과 안전을 제공한다.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은 공개 거래장부, 지난한 수학문제풀이를 통한 거래의 증명과 승인과정, 자원의 공여와 보상 등의 규칙체계를 통해 중심성 금융제도보다 더 견고한 신용과 안전 시스템을 창조한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특성이 네트워크 상에 있는 익명의 노드들 간에 믿음을 생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3. 국경 없는 거래 - 비트코인은 국가간 장벽이 전혀 없다. 정부도 중앙은행도 없으니 당연하다. 외국의 작가나 가수의 책과 음악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 협동작업을 하고 그에 대한 사례를 하거나 인건비를 받을 때도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 국외로 여행을 갈 때도 환전할 필요가 없으며 환율의 등락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재난지역이나 국제단체에 기부를 할 때에도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가상 화폐가 일반화된다면 물가와 임금의 격차를 악용한 노동력 착취와 불공정 무역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비트코인이 국경을 넘어선 결제수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 거래의 편의성이 높고 거래수수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은행결제시스템이나 국제 결제수단을 이용할 경우 적지 않은 수수료와 시간이 소요되며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무국적 화폐인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나 국가간 거래에 차이가 없다. 오직 필요한 것은 계좌번호가 담긴 QR코드 뿐이다. 


4. 발행량의 제한.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통화량의 팽창과 화폐가치의 하락은 삶의 고통을 야기하고 악화시킨다. 집을 빼앗기거나 일자리를 잃고 복지가 줄어들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화폐 발행권은 그러나 비트코인에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비트코인은 채굴과정을 통해서만 발행되며 채굴의 성공에 제공되는 보상의 크기는 서서히 감소하여 어느 시점 이후에는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이러한 규칙이 최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법정화폐 발행의 무제한성과 그 고통스런 결과를 저지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하나의 해결대안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지갑이 하나의 은행처럼 작동하는 비트코인에는 편의성이나 안전을 위해 은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발행방식이 부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예금의 형태로 한 곳에 집중되지도 않으므로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통해 돈의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신용 확대가 생기지 않는다. 비트코인 주소간에 빌리고 갚는 거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네트워크를 채권자와 채무자로 분리하지 않는다. 따라서 코인은 주소들 사이에서 순환될 뿐 채권자에게로 환류되는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   


5. 비트코인은 배타적이지 않다. 법정 화폐는 강제력을 갖는 유일한 화폐이다. 비트코인은 이와 반대로 새로운 화폐의 생성을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공개키와 디지털서명, 작업증명과 블록체인의 생성을 통한 가상 화폐가 실제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그리고 그 규칙체계가 다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 의하여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변형 비트코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미 새로운 변형들이 등장하였고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열어놓은 세상으로 다양한 실험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어떤 미래가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들은 경쟁이나 배타의 관계 보다는 서로 교환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여 거래(상호작용)를 매개하는 복잡한 체계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디지털 화폐들 어디에도 정부와 중앙은행은 자리잡을 수 없기 때문에  독점을 주장하거나 다른 화폐를 금지하거나 할 수 없다. 반대로 자유가 커질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선호하는 거래방식과 규칙을 가진 체계로 옮겨갈 수 있는 자유이다.


 

맺으며


             비트코인의 작동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기존 화폐제도에 견줄만큼 규모가 커지거나 대중화된 것도 아니기에 대안적 화폐로서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말한다는 것이 섣부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에 주목할 만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기술적 참신함일 수도 있으며 대안적 화폐라는 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특성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그것이 작성된 규칙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구세주도 아니며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미래임을 증거하는 사건도 아니다. 비트코인은 프로그램 코드이고 규칙체계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쓰여진 문서이다. 쓰여진 것은 자신을 쓴 것에 다시 반작용한다. 비트코인의 대중화로부터 시작된 경제활동의 작은 변화들이 그것이다. 이 변화들은 쓰여진 것을 쉼없이 갱신하여 고쳐 쓰고 있다. 비트코인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변형코인들과 분산네트워크의 실험들이 그것이다. 쓴 것과 쓰여진 것 사이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순환의 흐름이 등장한 것이다. 이 상호적인 쓰기의 순환이 중심 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비트코인의 독창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지점이다. 혹은 중심을 없앰으로써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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