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철학.예술 :: 철학과 예술 분야의 칼럼입니다!


-Q

 

의미 있는 댓글 같은데 너무 짧아 오해하는 듯한 분들이 눈에 띄어 주제넘지만 옹호 입장에서 약간의 부연을 행합니다.

우선, 결론에서 별 이론의 여지 없을 소박한 개인건강생활을 주장하는 본문에는 겉보기와 달리 동원하는 논거와 논리전개방식에 있어 의외로 심각한 문제들이 배후에 얽혀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하 몇 가지에 관해선 꼭 한마디 덧붙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1. 관점주의의 범위와 한계, 제약 조건
    모든 문제에 대한 싸구려 만병통치약으로 전락해버린 관점만능주의의 과잉과 남용 문제
    ex. 阿Q

    Q.  최근 ebs 지식채널e 등에선 阿Q와 정신승리법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주장을 펴기에 이르렀는데 과연 그는 초인입니까 말인입니까?

 

2. 니체 사상의 결정적 공백으로서의 '사회'적 사유 부재
거시적 결과에서 초인과 말인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쌍동이 형제.
'위대하고 건강한 개인'의 역설 :
    너무 건강해서 감염돼도 전혀 증상조차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 작은 변화를 약자들처럼 '예민'하게 자각할 수 없고 따라서 의도치 않게 초래된 무심과 무감각으로 조심 없이 방심하게 되어 오히려 사회적으로 가장 위험한 '무증상 수퍼 전파자'가 되어버리기 쉽거나, 아니면 너무 건강한 면역력 때문에 각종 면역물질의 폭발적 과다 방출에 의한 과잉면역으로 Cytokine 폭풍 등 심각한 급성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체와 질병의 관계 양상도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패턴과는 정반대로 1918 스페인 독감처럼 취약한 노년층보다 건강한 젊은 청년층을 주로 사망시키는 병원체 등이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학 및 공중보건(역)학에선 개개인의 건강이나 면역력 차이는 안전한 원격근로나 병휴생활이 불가능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및 (생활)지역 격차 등 보다 중요한 변수가 아니고 일반적으로 정규분포상태를 가정합니다. 

 

3. 혐오의 실증심리
현실에서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고 코로나의 위험을 무시하여 마스크 착용조차 절대 거부하면서 총기까지 들고 나와 lockdown을 당장 철폐하라고 무장시위를 일삼는 바로 그 사람들이 가장 격렬한 중국인 및 동양인 혐오자들이라는 역설과, 반대로 왜 강한 중국인 혐오를 보였던 일부 한국인은 물론, 거기에 한국인 혐오까지 더했던 일본인들이 사망자 수가 이미 오래 전에 중국을 초월한 미국, 유럽 등의 백인들에 대해서는 전혀 혐오를 나타내지 않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선 상상과 달리 혐오는 일반적으로 강자 심리의 전형적 발현물이라는 사실 등을 고려한 좀 더 정교한 현실심리학을 추구해나가야 한다는 각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이런 혐오정서까진 아니더라도 상기의 건강한 개인들이 사회적 다수나 적어도 지배층을 형성할 경우 스웨덴처럼 질병을 과소평가하거나 약자 및 소수자들의 건강을 경시하고 경제 등 다른 가치들을 우선하여 집단면역법 같은 정책을 채택할 위험이 매우 높아질 수 있습니다.

 

4. 귀족 심리의 기반
귀족적 관점과 태도란 순전히 개인이 숭고한 노력만 하면 누구에게나 하늘에서 내려 주는 선물이 아니라 일생을 거쳐 자기 생활 기반에 조응하여 형성되는 정신적 결과물이며, 정신적 고귀함과 능동적 주권의식 때문에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귀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주변 모든 것이 결정 및 통제 가능한 자신의 소유였으므로 결국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계급의 일원으로서 자연스레 그런 정신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으로 노예가 아무리 그 관점과 태도만 열심히 따라 해봐야 자신의 일상과 생활경험 속에서 계속 조응되지 못하고 마찰과 충돌만 반복하다 감히 주인을 흉내 내는 시건방진 노예라고 죽도록 두들겨 맞은 후 정신에 파열구가 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대체로 귀족들이 가장 참지 못하는 게 바로 그런 유형의 노예이며 이것이 바로 혐오심리의 한 근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Uncanny Valley의 심리기제를 참조할 것) 

 

5. 종합하여 니체 철학의 문제들
먼저, 니체 공부의 전반적 문제로 니체 철학을 절대적 완전태로 환상하면서 이에 대하여는 어떠한 비판이나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 채 훈고학적 경전숭배를 계속하며 그의 흉내만 내고 있는 니체 좀비 같은 사대 근성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 행태의 근저에는 우선 철학사의 완전한 오해가 기반하고 있는데,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관점주의는 니체만의 독창적 저작물도, 최초의 발명품도, 또 근사한 최신의 사조도 전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전체적 형태가 이미 철학사 이전, 소위 최초의 철학 이전에 고르기아스와 프로타고라스 등을 통해 창궐할 대로 창궐했으며, 서양 최초의 철학은 오히려 이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진절머리와 역겨움 때문에 출현한 것입니다.
니체 자신의 철학도 이제 막 등장한 최신의 첨단 사조가 아니라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역사의 무대에 다시 불려 나와 신물 나도록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이제는 시대적 사명을 다한 채 저물어 가고 있는 체계이며, 철학사를 면밀히 검토해 보시면, 이러한 현상은 세기말과 시대 전환기에 나타나는 반복적 현상임을 어렵지 않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동양사상 전통
그의 철학이 가진 여러 장점과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상승욕망에 절어있는 귀족지향과 반동성, 고통받는 타인과 세계 전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소승적 개인주의 등 여러 한계와 난점, 부정성들까지를 가감없이 함께 파악하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서양철학사 내부에서 (특히 새로운, 동양적 사유 방식을 수려하게 전개한) 그에 대한 평가는 서양철학사 외부에서의 그것과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전자가 과대하고 과잉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관점주의의 첫 번째 실천이 될 것입니다.  
근대까지의 '모든' 철학은 다 플라톤주의이고 그것은 곧 악이며, 니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를 뒤집고 해체한 것이어서 이것은 곧 모두 절대선이라는 단순한 관념이야말로 가장 지독한 이분법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