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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가 경험한 국가

수유너머웹진 2011.06.29 14:26 조회 수 : 35

내가 경험한 국가


  

국가를 언제 경험했지? 국가에 살고 있잖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국가를 의식하게 된 것 같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기에 대한 맹세를 매일 하고(…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헉~), 국기와 무궁화를 그리면서….
 

나는 육성회비를 내면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학교 건물 등은 국가의 혜택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부모님이나 이웃 분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시골에는 뜻있는 분들이 땅과 돈을 기부하고 동네 분들이 부역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지어진 학교가 많다. 그 학교가 폐교될 때에는 교육청이 재산권 및 제반 권리를 행사하였다.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도리어 빼앗은 셈이 된다.
 

16년 학교에 다니면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나 필요한 교육보다 국가에서 주어진 교육을 받았다. 요즘 수요자 중심이니 서비스니 하는 용어를 쓰며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학생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국가가 정한 틀에 맞추어지는 교육을 받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도 쉽지는 않다.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고 의심 없이 교육을 잘 받으면 온순하며, 국가와 민족에 순종하고 희생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경쟁에서 이겨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이 훌륭한 사람이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찌질해서 무능력하고 못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학교 다닐때는 아무 생각 혹은 거부감 없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열심히 했었다.-_-;;>

 다시 20년간 공무원이 되어 학교에 다녔다. 국가에서 월급을 주니 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움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세금으로 주는 것이다. 교사로서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기가 어려웠고, 학생. 학부형들도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것이 생기긴 했지만 점점 더 형식적으로 흘렀다.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고 시간표조차 맘대로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나에게 그러한 것을 요구한 이들은 누구인가? 부모님, 선생님, 동료교사, 교장, 장학사, 등이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순종하고 열심히 국가에 충성하라고 하고 한다. 그래야 편하다고. 교육청의 명령이나 의도는 이길 수 없으므로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 꼬드기기도 하고 감시도 한다. 교사 자격증은 대통령 이름으로 받은 것 같다. 학교로 발령을 받을 땐 교육장이나 교육감의 이름으로 발령장을 준다. 그들은 누구에게 그러한 권한을 받았나? 장관, 대통령? 대통령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원, 법관, 경찰관, 군수, 면장, 교사, … 다 그렇다. 그럼 국가의 실체는 국민인가? 나??? 그러면 나는 어째서 배우고 싶은 대로 배우지 못하고 가르치고 싶은 대로 가르치지 못하는가?

국가에 대해 마음까지 다 바쳐야하는 것으로 배웠지만 갈수록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은 신뢰가 가지 않고 화가 나고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국가에서 하는 일의 결과를 보면 부자나 권력을 가진 자에겐 유리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은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도 많았다.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대기업에게 국가는 세금으로 모은 돈을 낮은 이율로 빌려주거나 그저 주어서 기업을 살리고 보살핀다. 재벌들은 그들의 노력에 의해 된 것처럼 행세한다. 위기가 오면(아니어도, 또 경영 잘못이라 해도)노동자들은 해고되지만 재벌이 구조조정 되었단 소린 못들었다. 노동자들이 저항이라도 할라치면 목숨을 걸어야한다. 힘센 미국이 자국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어린 아이들까지 죽게 하는 전쟁에 군인들을 파병하는 것은 정말 수치스럽다. 돈을 벌기 위해 가축들을 착취하고 가축들이 제대로 살 수도 없는 환경을 만들어서 수많은 가축들을 몰살하는 탐욕스런 행위를 부추기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국가는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들에겐 매몰차고 폭력적이다. 고등학교 시절 데모를 열심히 하는 언니, 오빠를 둔 친구가 광주 항쟁의 진실을 말했을 때 국가가 그럴 리가 없다며 뉴스가 거짓말 하겠냐며 친구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는 군인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민을 살해한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군인, 경찰, 등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현장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 국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구체적인 실체는 없다. 국가 권력을 장악한 그룹들에 의해 정책이 정해지고 일들이 결정된다. 그들의 논리에 설득당하거나 거짓 선전에 속거나 이익을 함께 한다고 믿는 나, 부모, 친구, 이웃, 등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힘을 만들어 준다.



글 / 뒤죽박죽 책상
* 이진경의 철학교실 일요일 세미나에서 "내가 경험한 국가"라는 주제로 "뒤죽박죽 책상"님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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