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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엔 맑스] 마트에 갔다가 맑스를 만났어

수유너머웹진 2014.10.06 13:09 조회 수 : 20

[봄날엔 맑스]



마트에 갔다가 맑스를 만났어

「1848년에서 1850년까지의 프랑스에서의 계급 투쟁」,(1850, 칼 맑스, 저작선집 2권)





소영/수유너머N 세미나회원



2006년 11월 마지막 날, 비정규직법이 통과됐다(2007년 7월 1일 시행). 이랜드는 이 법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즉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막기 위해 계약 만료를 이유 삼아 노동자들을 부당 해고했다. 이에 이랜드 노동조합은 세 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인 후, 농성에 나섰다. 처음엔 매장을 점거했고, 매장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이후에도, 500일을 넘게 농성했다. 이 투쟁을 다룬 만화가 <송곳>(최규석)이고, 위 그림은 <송곳>의 한 장면이다(2부 5화).


웰컴 투 더 리얼 월드


위 장면에서, 구고신은 이수인(이랜드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김경욱 씨를 모델 삼은 인물)에게 리얼한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서 있는 곳은 다른 노동조합 농성장이고, 이들은 여기에 "견학" 왔다. 조금 더 되감아서 설명해야겠다. 푸르미라는 유통업체 과장인 이수인은 회사로부터 인원 감축 명령― 노동자들이 자진해서 사직할 수 있게 탄압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분노한 이수인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는 구고신에게까지 찾아간다. 해서, 구고신은 이수인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다른 노동조합 농성장에 데려온 것이다. 이곳에서 용역들은 조합원들에게 서슴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 경찰은 묵인한다. 심지어 용역들이 밀릴 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든다. 조합원들이 맞고, 비명 지르고, 아우성 치는 광경에 이수인은 당황해서 묻는다. 이, 이게 뭐죠? 구고신은 대답한다. "웰컴 투 더 리얼 월드!"


  <송곳>이 만화이고, 또 이랜드 노동조합 투쟁이 끝난 지 6년이 지났다는 사실은 "리얼한" 세상이 무언지 말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없다. 지난 6년 동안 세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비정규직법은 살아 있고, 자주 잊히고 말지만 이 법은 제 발목에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불침번을 세워 지켜준다는 뜻이 아니다. 울타리를 만들어 가두고, 불침번을 세워 감시한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말이 퍼져 나가자마자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비정규직 인구는 이제 800만 명에 육박한다.



<사진 : 경찰 병력(미디어 충청)>


진짜 세상은 한 쪽을 향해 기운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 관찰함으로써 기업들을 (이번에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보호했다. 합법적인 노동쟁위라도,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면 불법적인 행위가 된다. 한 손에는 법전을, 한 손에는 저울을 든 법관은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 아닌 죄가 있음을 선고한다. 시위는 자주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해산을 종용당한다. 하나 행진하는 시민 앞을 가로막고, 깃발을 뺏고, 해산하지 않는다면 물대포를 쏘겠다고 협박하는 이가 누구인가. 시민을 보호한다는 경찰이다. 기업 앞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천막을 찢는 이들은 똑같이 "고용된" 용역들이다. 구사대를 결성한 이들은 인원 감축에서 살아남은, 잘릴 뻔했지만 잘리지 않은 이들이다.


  그렇지만 이들 중에 진짜 은 없다. 구사대 뒤에, 용역 뒤에, 경찰 뒤에, 법 뒤에, 온갖 차폐막들 뒤에, 그는 숨겨져 있다. 인력을 끊임없이 외주화하면서 원청임을 거부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협상 테이블에서 원청(삼성)이 아닌 경총과 악수해야 했다.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판결이 세 차례나 연기됐고, 결국 1심 판결(전원 불법 파견)을 받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이리하여 리얼한 적이 누구인가 하는 물음은 혼돈 속에 남겨진다. 눈앞에 선 적을 직시하는 것은 쉽지만, 진짜 적, 보이지 않는 적을 직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숨은 ( ) 찾기


 그렇지만 숨어 있는 적을 찾는 데 중요한 것은 굉장한 시력이 아니다. 인내심이 요구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바꿔 말해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은 물론 숨겨져 있는 그림이 무언지 알려준 뒤에 시작한다(월리를 찾아라! 월리는 동그란 안경을 쓰고 빨간 줄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다). 그렇지만 리얼 월드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단서도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이, 어디에, 어떻게 숨겨져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스스로 그림 속에서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싸움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게 할 방해를, 위협을 걸어서. 1850년에 이미 맑스는 이렇게 썼다. "적을 산출함으로써."



  "혁명은 그 직접적이고 희비극적인 성과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결속되고 강력한 반혁명을 산출함으로써, 적을 산출함으로써 그 전진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그 적과 맞붙어 싸움으로써 전복 당은 비로소 진정한 혁명 당으로 성장하였다."

「1848년에서 1850년까지의 프랑스에서의 계급 투쟁」, <저작선집 2>, 5쪽




  잠깐 타임머신을 탈 필요가 있다. 1848년, 프랑스에서는 2월 혁명이 일어났다. 흉작, 물가 앙등, 공황이 덮친 가운데 "프랑스 국민의 부를 착취하기 위한 주식 회사에 지나지 않았"(8쪽)던 7월 왕정에 대한 불만이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7월 왕정은 무너졌고, 임시 정부가 대신 놓였다. 이어 프롤레타리아트의 위협에 의해 보통 선거권에 기초한 공화국이 선포되었다. 그럼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는 "즉각 독자적 당파로서 전면에 등장하였지만, 이로써 동시에 부르주아적 프랑스 전체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 되었다." (12쪽)


  각료 대부분이 부르주아지의 대표자로 구성된 임시 정부는 도전장을 받아들였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요구에(노동을 조직하라!) 부응하는 척 상설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노동자 계급의 대표자를 의장에 앉혔지만, 이 위원회는 곧장 뤽상부르 궁에 쫓겨나갔고, 어떤 예산도 집행 권력도 갖지 못했다. 예산이나 집행 권력 따위, 즉 국가 권력을 독점한 것은 임시 정부의 부르주아적 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임시 정부는 프롤레타리아트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것을 막아섰다. 45쌍띰의 부가세를 새로이 부과해 프랑스 인민의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부가세가 부과된 실질적 대상)인 농민 계급이 공화국에 적대감을 갖도록 부추겼고, 프롤레타리아트의 한 부분―룸펜 프롤레타리아트로 기동 방위대를 조직해 프롤레타리아트의 다른 부분에 대립시켰다. 소부르주아들의 온갖 불안, 온갖 불만이 (실직 노동자들을 위한 일종의 공공 구호 시설이었던) 국민 작업장을 향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5월 4일, 직접 보통 선거로 성립된 헌법 제정 국민 의회에서는 부르주아 공화파가 우세를 점했다.



  "의회는 즉각 2월 혁명의 사회적 환상들과 결별하고 솔직하게 부르주아 공화국을,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부르주아 공화국을 선포하였다. 의회는 자신이 임명한 집행 위원회에서 즉각 프롤레타리아트의 대표자들을 제외시켰다. 의회는 별도의 노동부를 두자는 제안을 부결하였다." (27쪽) "집행 위원회는 인민 집회 금지 등등과 같은 일련의 도전적인 법령들을 공포하였다. … 모든 미혼 노동자들을 국민 작업장에서 강제로 추방하거나 군대에 집어 넣을 것을 명령하는 법령이 발표되었다." (28쪽) 국민 작업장에서 쫓겨나 굶어 죽거나 싸울 수 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은, 싸움을 택했다. 6월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폭동은 현대 사회를 가르고 있는 두 계급 사이의 최초의 대전투였다." (28쪽)



그렇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우두머리도, 계획도, 자금도, 무기도 없었다. 부르주아지에게는 군대가, 기동 방위대가, 국민 방위대가, 무기가, 자금이, 우두머리가 있었다. 잔혹한 내전이 벌어졌다. 2월 혁명을 함께 했던 우애는 산산히 부서져 그 이면을 드러냈는데, 우애, 부르주아지에게 그것은 이해관계가 일치함을 확인한 후에 신문 기자 앞에서 웃음을 지어보이며 손을 맞잡는 정치적 쇼 같은 것이었다. 2월 혁명 이후 부르주아지는 더 이상 프롤레타리아트와 이해관계가 들어맞지 않음을, 아니, 들어맞을 수 없음을 재빨리 알아차렸고(노동자들의 해방은 곧 국가 파산이다!), "노동자들을 끝장내 버려야 했다." (21쪽) 그리하여 프롤레타리아트의 패배는 언뜻 부르주아 공화국이 공고해졌음을, 이제 프롤레타리아트는 부르주아지에 맞서 싸우는 것을 한낱 공상이라 치부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도, 맑스는 이렇게 썼다. "혁명은 죽었다! ― 혁명이여 영원하라!" (32쪽)


  요컨대 6월에 노동자들을 끝장냈기 때문에, 그들이 흘린 피가 웅덩이를 이룬 곳에 부르주아 공화국이 세워졌기 때문에, 이 공화국은 "자본의 지배와 노동의 노예 상태를 영구화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고 자인하는 국가로서 등장할 수 밖에 없었고" (31쪽) 항상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적을 면전에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르주아 공화국은 결코 공고해질 수 없었다. 이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적은 분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부르주아 독재 아래에서 소부르주아지와 농민 계급은 부르주아지와 대립하면서 점점 더 프롤레타리아트 편에 기울었다. 공화국은 이러한 적들을 면전에 두는 한, 언제나, 항상, 내전의 위협에 시달리는 위태로운 자리에 놓여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혁명은 죽었다는 선언은 동시에 혁명이여 영원하라!는 외침이 될 수 있었다. 반혁명은 혁명을 끝내는 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혁명은 도리어 혁명의 계속적인 존재 조건이 되며, 반혁명 자신도 혁명을 제 존재 조건으로 삼았다. 반혁명은 혁명에 포탄을 퍼붓는 순간 자신의 위치와 무기, 병력을 노출시켰고, 이로써 혁명은 반혁명에 대한 조준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그러니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지에 의해 6월 폭동을 강요당하였"다면(30쪽), 반혁명 역시 혁명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적의 산출.


데자뷔


  2008년 7월, 비정규직법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확대 적용을 앞두고 100인 이상 사업장들은 고용 2년이 가까워진, 심지어 2년을 넘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서둘러 해고했다. 일년 후(2009년 7월), 이번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5인 이상 사업장들은 고용 2년이 가까워진, 심지어 2년을 넘긴 노동자들을 서둘러 해고했다. 그리고 이제 하나의 사실이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퍼져 나갔다― 2년마다 노동자들을 갈아치워도 괜찮다는 것.



<사진 : 홈에버(참세상)>


이랜드 노동조합 투쟁은 2008년 11월에 끝났다. 비정규직법 확대 적용(100인 이상 사업장)을 앞둔 시기에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다섯 달 만에, 총 500일을 넘긴 긴 농성 끝에, 이랜드 노동자들은 승리했다. 기존 단체협약에서 "비정규직이라도 18개월 이상 근무했을 경우 해고하지 못한다"는 조항은 16개월로 축소됐고, 16개월 이상 근무자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간주하기로 했다. 주차·미화 등 이미 외주화가 진행된 업무를 제외하고 추가로 외주화하지 않을 것을 약속 받았다. 임금 10% 인상을 끌어냈고, 비정규직에게도 법적 공휴일을 유급 적용하기로 했다.


하나 2008년 5월, 이랜드는 홈에버를 삼성 테스코에 매각했다. 홈에버는 홈플러스로 바뀌었다. 이 사라지자 싸움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몰랐다. 테스코는 "현재 홈에버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를 조건없이 고용 승계"하겠다고 손을 내미는 동시에 알아서 기어 들어오라고 칼을 겨누었다. 긴 농성, 200억이 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지친 이랜드 노동자들은 만신창이가 된 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새로운 을 마주하고서 노동조합 간부들을 해고하는 조항과 악수를 주고 받아야 했다. 투쟁 기간 중 징계 해고된 간부 28명 중 16명은 퇴사 후 신규 채용하는 굴욕적인 방식으로 복직됐지만, 9명(자진 퇴사자 3명까지 총 12명)은 복직할 수 없었다. 향후 3년 동안은 파업하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써야 했다. 적어도 16개월 동안은 비정규직에 머무르겠다고, 16개월 후에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인 무기계약직도 좋다고 말해야 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협상이 타결된 후 이랜드 노동자들은 다시 계산대 앞에, 매대 앞에 가서 섰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같은 데서, 같은 일을 했다. 차별적 처우를 개선했지만 차별을 부숴버리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랜드 노동자들은 해고 가능 기한을 16개월로 줄여달라고, 정규직은 포기할 테니 해고하는 일 없이 고용만 해달라고, 도대체 현실적이지도 않은 임금을 10% 올려달라고 말하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이었다. 이 때 "정규직 전환"은 이런 것을 뜻했다 : 차별하지 말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낮은 임금을, 적은 휴무일을, 불공평한 온갖 처우를 똑같이 해달라고 외친 것이었다. 계산대 앞에서 똑같이 돈을 세듯, 매대 앞에서 똑같이 물건을 팔듯, 똑같은 일을 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차별아, 사라지라고 말하기 위해 싸웠다. 정규직은 가시적인 요구 사항일 뿐, 실상 이들이 외쳤던 것은 단 한 낱말이었다. 평등!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일 뿐만 아니라 차별 철폐를 위해 싸웠다. 매장을 점거했고, 매출 제로 투쟁을 벌였고, 천막 농성을 했고, 포기하지 않았고, 끝끝내 싸웠다.


격렬한 농성현장을 본 후 이수인은 조합원들에게 괜한 화를 입히게 될까봐 걱정한다. 회사에 맞서 싸우기를 망설이는 이수인에게 구고신은 이렇게 말한다 : "이수인씨.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거요. 어떤 놈은 한 대 치면 열 대로 갚지만 어떤 놈은 놀라서 뒤로 빼. 찔러 봐야 상대가 어떤 놈인지 알 거 아뇨. 회사도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몰랐잖아. 내가 뭘 하면 쟤들이 쪼는지, 내가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싸우면서 확인하는 거요. 싸우지 않으면 경계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걸 넘을 수도 없어요." (<송곳> 2부 15화)


160여 년을 넘어 여기 도착한 맑스의 문장.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펼쳐 놓은 데칼코마니. 이랜드 노동자들이 성취한 승리가 상처투성이였다 해도, 중요한 것은 그 상처도, 그 승패도 아니다. 6월 혁명에 대한 서술에서 읽히듯 맑스는 혁명이 하나의 사건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적을 산출하는 지리멸렬한 과정, 산출된 적에 대한 집중, 그럼으로써 적과 우리의 경계선을 넘는 과정, 이 과정에 수반되는 무수한 시행 착오들이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싸움, 그 자체다.


싸움이 중요한 것은, 싸움만이 적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만이, 적과 우리 사이에 놓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적과 우리 사이에 놓인 거리를 알아야만이, 주먹을 얼마나 뻗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만이 승리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고, 패배하더라도 싸웠던 흔적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맑스는 말한다. "혁명은 철저하다"고, "혁명은 차근차근 자기 일을 수행한다"(380쪽). 그러니 우리는 무수한 시행 착오 속에서도 무수한 데자뷔를 경험할 것이다. 싸움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적의 존재를, 혁명의 존재를 눈을 비비고 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랜드 노동조합 투쟁을 다룬 책,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후마니타스, 2008)에서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승리하기 위해 파업 투쟁한 게 아니라, 파업 투쟁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한 거예요." (7쪽)



<사진 : 500일 손바닥 사진(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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