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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5 한-일 학생 교류회 - 지금, 이 곳의 페미니즘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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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왜 지금 페미니즘인가?

2, 메갈리아의 탄생

3. 강남역 살인사건

4. 포스트 메갈리아 & 강남역

 

현재 한국 청년 여성들에게 가장 핫한 문제는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 이란 말만 붙으면 다 인기있다. 왜? 2015-16년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했기 때문이다. 근 2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유례 없는 페미니즘 광풍이 불었다. 기존 페미니스트들은 젊은 세대로부터 시작된  이 페미니즘 붐을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1. 왜 지금 페미니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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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는 가부장제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이전부터 한국 사회 내에 존재해왔다. 그러나 전통적인 혐오가 '무시' 였다면 2000년대 이후의 혐오는 좀 더 적극적인 반동으로 드러나고 있다. 왜냐햐면 여성들이 더 이상 가부장적인 특권으로 쉽게 무시해 버릴 수 없는 파워풀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부와 명예를 획득하는 여성,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많아짐과 동시에 여성에 대한 혐오가 늘어갔다.

이는 남성들이 일자리를 독점하면서 생계부양자로서 가정을 꾸려 여성 위에 군림할 수 없게 되면서 빚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쉽게 소유할 수 있었던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지는 데에 대한 반감으로 여성들을 깎아내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혐오는 여성을 '개념없고 비도덕적인' 존재로 지칭하는 단어를 통해 사회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2006년에 ‘된장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는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과 여자를 합친 말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파스타를 먹고 명품가방을 매고 다니는 여성을 가리켜 비하하는 말이다. 이후 신상녀, 루저녀, 김여사 등 다양한 혐오단어를 통해 ‘개념없고 비도덕적인 여성’이란 형상이 강화되었다. 이윽고 2014년에는 "김치녀"가 일베를 통해 등장했다. 이는 더 이상 어떤 특정한 비도덕한 행위를 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여자 전체를 가리켜 비하하는 단어다. 이제 여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단지 ‘한국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2.   메갈리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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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고열, 기침,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5월 20일에 처음 발병자가 나타났다. 당국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최초 발병자를 제대로 격리하지 못하고 메르스가 여러 사람에게 전염되어 다수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에 ‘디시인사이드’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메르스’ 전염병 관련 게시판을 만들게 되었다.

이때 한국인 최초의 메르스 보균자가 여성이며, 이들이 홍콩에서 격리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언론의 오보가 전해지자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역시 ‘김치녀’들이 나라를 망친다는 비난이 쇄도하게 되었다. ‘사치스럽게 해외여행을 다니며 개념없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한국 여자’라는 혐오의 프레임이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추후에 그 보도는 오보였으며, 최초의 한국인 감염자는 중년 남성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여성을 향한 비난에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 있던 여성 유저들이 메르스 갤러리에 모여 지금까지 자신들이 당해온 혐오를 반사하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미러링’ 이라는 전략을 사용한다. ‘미러링’이란 자신들이 당해온 혐오를 반사하는 언어를 만들어 가해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메갈리아는 메르스바이러스 + 이갈리아의 합성어이다. 이갈리아는 게르트 브란덴베르크라는 독일 작가의 ‘이갈리아의 딸들’이란 SF소설작품으로부터 나온 단어로, 작품 속 이갈리아라는 나라에서는 남녀권력관계가 뒤바뀌어 있다.

이들의 분노에 대한 최초에 남성 유저들의 반응은 어리둥절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여자들이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여자도 이렇게 험한 말을 쓸 수 있다니,

여자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니, 너희 사실 남자 아니냐?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남성의 성기크기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이어지자(6.9) 남성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게 여성이란 것을 깨닫고 그들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관리자 또한 남성이었으므로, 그 동안 여성 혐오 게시물에 대해선 방관하고 있던 커뮤니티 운영자가 남성을 공격하는 게시물은 바로 차단을 하면서 여성 유저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고, 결국 8월에 따로 메갈리아 사이트를 창설하게 되었다. 이들의 등장은 일간지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여성혐오 단어 및 표현

미러링 단어 및 표현

김치녀

김치남, 씹치남, 한남충, 한남

개념녀

탈치(남)

김여사

김도살

창녀

창남

맘충

애비충, 허수애비

보적보, 여적여

자적자, 남적남

꽃뱀

좆뱀

낙태충

싸튀충, 싸튀고패스

삼일한

숨쉴한

 

예시문
-미러링의 시초.

 

“솔찍헌 여우의 마음

 

남성분들껜... 죄송한.. 얘기지만서두.. 솔직히 결혼할 남자는 동정이었음 좋겠다 싶은것이 솔찍헌 여우의 마음입니다ㅎㅎ 이년저년 쑤셨을 성기 찝찝한게 사실. 제아이... 아버지 될 남잔데 어디서 낙태하고 튀었을지도 모르구 동남아에 애가 있을지 누가안담ㅎㅎ 주면 .,..먹으면서두 갈색으로 쪼그라든,,, 불알두쪽을보면 아 이놈 걸레구나 하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고개를 젓는것이 여자라는 짐승. 그러니 남자분들 신사답게 조신히 자기몸을 소중히 보석처럼 여겨 결혼할 여자에게 동정이라는 아름답고 값지운 선물을 하시고 평생 사랑받는 길을 택하십시요…. 인생더산 연장자로서으 진심어린 충고.”


 

 

*메갈리아의 활동

 

*메갈리아가 미러링만을 한 건 아니다. 모금 운동을 벌여서 한국여성의전화나 미혼모 단체인 애란원, 위안부에 기부도 하고, 포스트잇 프로젝트라는 것도 진행했다. 포스트잇 프로젝트는 ‘서프러제트’ 라는,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벌였던 ‘벽서 운동’을 본받아 진행한 프로젝트로, 여성의 권리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여기 저기 붙이는 활동이었다.

 

또 요즘 지하철을 보면 몰카금지 광고가 많이 부착되어 있는데 이런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 것도 다 메갈리아의 덕이다. 메갈리아는 태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이고, 주체가 인터넷 유저들이기에  디지털 성폭력에 특히 민감하다. 때문에 몰카를 퇴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회원들이 자비로 몰카퇴치 스티커를 제작하여 공중 화장실에 붙이는 운동을 하고 지하철에 광고를 걸어 캠페인을 벌였다.

 

‘소라넷’을 폐쇄시킨 것도 메갈리안들이다. 소라넷은 국내 최대의 불법 음란물 동영상 사이트로 회원 수가 무려 100만명이었다. 여기의 주 게시물은 여성의 몰래카메라였다/ 공중화장실에 몰래 설치해서 여성이 볼 일을 보는 것을 찍은 영상, 자기 여동생이나 엄마가 샤워하는 것을 찍은 영상, 성매매 여성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자기 여자친구나 아내와의 성관계를 찍은 영상을 올리고 품평을 하는 글등이 올려져 있고 아무나 제한없이 들어가 볼 수 있는 사이트였다. 음란물을 시청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이 사이트가 메갈리안들의 운동에 의해 널리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하던 여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것을 계기로 디지털 세계 속에서 젊은 여성들이 겪는 차별, 스트레스가 폭발했고 메갈리안들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

 

이 사이트에서는 술 취해서 의식을 잃은 여자를 ‘골뱅이’로 칭하며, 의도적으로 술을 과도하게 먹여 여자를 실신시키고난 후, 여자의 노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실시간으로 강간을 모집하는 글이 종종 올라왔었다. 그런 글에는 댓글이 수없이 많이 달리곤 했다. 여자들은 이런 사태를 발견하고 강간을 막기 위해 게시글을 모니터링하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들은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다며 출동하지 않았다. 긴박한 사태임에도 이토록 무심한 공권력에 여자들은 정신적인 외상을 입었다.

 

이에 메갈리안들은 아바즈 사이트에 소라넷 폐쇄 청원운동을 벌였고, 7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원에게 청원하였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이 청원을 받아 경찰청장과 대담을 하였고 결국 경찰청창은 2015.11.23일 소라넷 수사와 폐쇄를 국민에게 약속한다. 소라넷은 2016.04.07에 폐쇄되었다.


 

이후로도 온라인 성폭력 이슈는 계속해서 터졌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서울 4년제 대학 어느 과의 남학생 단체카톡방 내용이 공개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동기 여학우에 대해 개는 주면 바로 먹는다, 걔는 가슴이 어떻다, 걘 못 생겼으니까 얼굴에 봉지 씌워 따먹겠다. 이런 말들을 일상적으로 나누고 있었고, 이것이 내부자에 의해 공개되자 여자들은 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로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카톡방들이 줄줄이 공개되었다.  남자들은 원래 남자들끼린 그런 말을 하곤 한다며 ‘그냥 장난이었다’라고 했지만 여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함께 지내고 있던 남자들이 그런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는 것에

엄청난 정신적인 충격을 입게 되었다.

 

 

3. 강남역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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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건개요

 

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2014년까지 신학원을 다니다 중퇴했으며 교회에서 일하다 교회 여성들에게 무시당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주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희생된 피해자는 23세 여성. 피해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잠시 혼자 화장실에 갔을 때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해자의 칼에 난도질 당해 사망했다. 범인은 그녀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그녀가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자 앞에 다른 남성들이 화장실을 이용했지만, 범인은 그 남자들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가 최초로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다. 이는 명백한 ‘여성혐오’ 살인이었다.

 

2)여성들의 반응

 

이 사건을 접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강남역은 한국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한 곳이다. 깊은 밤이 되어도 대낮같이 밝고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거리에서 밤늦게까지 놀아본 경험이 있는 곳이다. 그런 번화한 거리에서 자기 또래의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여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 피해자가 너무도 평범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자신과 동일시하게 된 것이다.

 

나 또한 이 사건으로 큰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나는 강남역에서 일하고 있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그 거리는 내가 출퇴근할 때 항상 지나다니는 거리이며, 퇴근하고 친구들과 함께 수도 없이  놀았던 거리이다. 그리고 나는 피해자가 죽은 그 화장실에 간 적도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 듣고, 나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돋고 한 동안 몸서리가 쳐지는 경험을 했다. 죽는 게 ‘바로 나’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 언론과 남성들의 반응

 

여자들이 이렇게 이 사건을 여성에 대한 위협,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까지 극도에 달한 사건으로 받아들인 반면, 남성들과 언론사는 이 사건을 단순한 ‘묻지마 살인’으로 받아들였다.

 

남성들은 남자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아무나 죽인 거다, 라며 ‘묻지마 살인’이라고 했다. 피해자가 직접 자기 입으로 ‘여자라서 죽였다’고 했고, 앞서 화장실을 오간 남자들을 그냥 보내고 그 뒤에 처음으로 도착한 여자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과 언론은 이 사건이 ‘여성혐오’ 사건이라는 것을 한사코 부정하려고 했다.

 

그들은 왜 그토록 이 사건에 ‘여성혐오’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싫어했을까? 그건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겪는 공포를 전혀 알지도 못하고 무감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혐오’라고 칭함으로써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칭하게 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공감한 여성들이 강남역에 모여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헌화를 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자,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많은 남자들은 ‘남의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 ‘진짜 슬픈 건 가족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이 사건을 자기 사익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 피해자를 가만히 두라.’ ‘추모의 진정성이 없다’ 며 추모하는 여성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추모의 현장에 나타나 남성을 혐오하는 여자들은 진짜 추모를 하는 게 아니라 가짜다, 그들은 분란을 일으키며 피해자의 죽음을 더럽히고 있다며 플랜카드를 들고 시위까지 했다.

 

여자들은 사건의 충격에 이어 남성들의 이와 같은 몰이해와 자신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졸렬한 반응에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한 범죄심리학자는 사회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가 늘어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에 ‘여성’에 대한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성혐오 현상 때문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노인에 대한 범죄도 늘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유교국가이기 때문에 효 사상이 만연하여 노인에 대한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 반면, 여성혐오 분위기가 강해 여성이 쉽게 강력범죄의 타겟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당국은 이러한 전문가의 의견과 여성들의 외침을 모두 무시한 채, ‘범인이 여자라서 죽였다고 했지만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며, 정신병에 의한 묻지마 살인이다’ 라는 이상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 이후로, 한국의 여성들은 여성 혐오문제를 "생명의 문제"로 느끼게 되었으며, 남성들과 이 나라는 이 문제에 철저히 무심하기 때문에 여성들끼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한국 청년 남성과 여성들의 사이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4, 포스트 메갈리아 & 강남역 사건

 

메갈리아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 등장한 페미니즘 운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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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워마드의 등장.

워마드는 게이에 대한 의견 차이로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사이트로, 2016. 01. 22 탄생하였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한 메갈리안이 자신의 남편이 게이인데 자신을 속여 결혼해서 자신에게 살림만 시키고 자신은 가정을 버리고 남자 애인과 성생활을 즐긴다는 글을 올리자, 여자들은 분노하였다. 이 분노는 급기야 게이 전반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고 ‘똥꼬충’이라는, 게이를 혐오하는 단어까지 언급되게 되었다.

 

이는 메갈리아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 미러링이 급진적인 전략이긴 했지만, 이는 오직 여성을 혐오하는 일반 남성, 즉 사회의 다수자, 권력자를 향한 공격이었을 뿐이다. 메갈리아는 게이나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를 동료로 인정하고 함께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운동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게이를 혐오하는 분파가 커지자 메갈리아에서는 게이 혐오 발언을 단호하게 금지시키고, 이에 반발한 게이혐오세력이 나가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워마드이다.

 

워마드는 한국형 TERF라고 할 수 있다. TERF는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m 의 약자로, 트랜스젠더와 게이 등 생물학적 남성으로 인지되는 성소수자들을 배제하는 분리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오직 생물학적 여성들만을 페미니즘 운동의 주체로 인정한다. 이들은 ‘모든 성적 소수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얻는 성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주류 페미니즘 운동의 기본적인 방향성에서 벗어나므로 페미니스트들에게도 격렬하게 비판당하는 분파이다.

 

이들이 생겨남으로 인해서 메갈리아는 몇 갈래로 찢어지게 되었고 결국 얼마 가지 않아 힘을 잃고 유명무실해져 페쇄되었다. 지금은 사이트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다.

메갈리아가 온라인상에서 오직 ‘언어’만을 사용한 미러링을 전략적으로 사용한 데 반해, 워마드는 현실에서까지 행동으로 미러링을 시현하면서 사회에 각종 물의를 일으켰다. 가장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은 커피 부동액 사건과 호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다.


 

1)커피 부동액 사건

 

회사에서 언제나 자신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시키는 남자 상사에 대한 분노로 커피에 부동액(무색무취한 독성 물질)을 타서 줬다고 하며 인증사진을 올린 글이 워마드에 올라왔다. 이 글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 게시자는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2)호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2017. 11. 19. 워마드에 호주에 거주하는 회원이 어린 남자아이에게 수면제를 탄 주스를 먹인 뒤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한국,호주 사회에 큰 파장 불러 일으켰다.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조작으로 판명났다. 워마드 내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조작해서 게시물을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호주 당국의 수사를 받는 중이다.

 

3) 워마드에 대한 반응

남녀/페미니스트를 가리지 않고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일베'와 같다고 생각한다. 주류 페미니즘 내에서는 메갈리아가 온라인상에서 ‘언어’만을 사용해 전략적으로 미러링을 해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문화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면, 워마드는 사회에 대한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남성혐오’문화를 빌미로 하여 폭발시키고 있는 폭력 집단이라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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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회원들은 온라인 성폭력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 있고 그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류이다. 기성 페미니스트들과 달리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극심한 온라인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타자로 괴물화 해버리기 보다는 그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환경,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온라인 공간의 심각한 여성폭력사태에 대해 인지하고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성폭력 실태

 

세간에는 거의 화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온라인 상에선 아직도 여성을 향한 심각한 성폭력이 남발되고 있다. 소라넷 폐쇄 이후 음란 사이트들은 다른 계정으로 숨어 들어 갔고, 특히 요즘엔 ‘텀블러’라는 외국 SNS 계정을 통해 한국 남자들이 한국 여자를 향한 온라인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호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은 사실 한국 남자들이 어린 여자아이들을 성폭행한 후 자랑하는 글을 쓰는 것을 패러디한 사건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온라인 상의 음란 사이트에서는 자신의 어린 친동생이나 사촌동생을 성폭행한 뒤 사진을 찍어올려 인증하고 사이트에 자신과 함께 성폭행에 동참할 남자를 모집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그런 글에 달리는 동조하는 댓글은 수백개가 넘는 실정이다. 이런 글들을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음란물을 즐기고 동조하는 남자들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묻히고 만다. 평범한 남자들과 여자들은 이런 글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러나 워마드 회원들은 온라인 성폭력에 아주 민감하고 이런 성폭력이 자행되지 않도록 항시 음란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이런 충격적인 게시글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게 향해지는 폭력에 대해 일반 사람들과는 많이 차이나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호주 성폭력 사건 이후, 워마드 회원들은 진짜 성폭력 게시글은 아무런 화제 없이 항상 묻히고 공권력의 외면을 받는 반면, 자신들의 게시글은 그저 패러디였을 뿐인데 크게 화제가 되어 사회적으로 비난 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범페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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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강남역 사건 이후 탄생한 그룹들의 연대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이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

기존 여성단체와 운동권과도 친화적이다.

 

범페미 네트워크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 모두 함께 모여 정치적인 이슈 파이팅을 하곤 한다. 그 중 최근 대표적인 것이 대선을 앞두고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대통령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던 ‘페미답게 쭉쭉간다’ 행사와, ‘낙태죄 폐지 운동’이다.


 

범페미 네트워크의 주요 소속 그룹은 다음과 같다.

 

1)D.S.O (디지털 성범죄 아웃)

제2의 소라넷 사이트 등 온라인 성범죄 사이트를 추적, 모니터링하여 고발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비해서 공권력은 거의 아무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활동이 필요한데 비해서, 신생 독립 단체이기 때문에 기부금이 적어 운행에 항상 난항을 겪고 있다. 극히 소수의 활동가가 거의 무료로 봉사하며 이끌어왔다. 최근에서야 약간의 기부금을 얻어 사무실을 얻고 활동가를 추가로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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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미몬스터즈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탄생한 "강남역 10번 출구" 모임의 새그룹명이다.

강남역 10번출구 추모 운동을 주도했으며 이후 여타 범페미네트워크들과 함께 낙태죄 폐지 운동, 밤길걷기 운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3)불꽃페미액션

여성으로서 느끼는 모든 폭력과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는 모임이다.

사실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여성운동가들이 운동권 내의 남성중심적인 문화에 지쳐있다가 강남역 사건 이후로 뭉쳐서 만든 그룹이다. 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밤길걷기 운동’을 주도했다. 밤에도 여성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이후로 주기적으로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4)페미당당

페미니스트 정당 준비모임이다. 페미니스트 정당이 한국에 창당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다. 다른 그룹들보다 좀 더 정치적인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낙태죄 폐지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남성이 임신을 할 수 있었다면 자판기에서 낙태약을 팔지 않았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미프진’이라는 자유낙태유도약 자판기를 모형으로 만들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그 안에 진짜 약은 들어있지 않다. 한국에서 아직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프진은 유럽 등 세계 62개 국가에서 이미 합법적으로 처방되는 약이며, 소파수술처럼 위험한 수술 없이 약만으로 초기 수정란을 낙태시키는 안전한 약이다.)



 

나가며

 

시간이 짧아 충분히 설명 못 했는데 한국사회에는 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메갈리아에서 만든 티셔츠를 입은 성우가 해고되는 사건, 문화계 성폭력 고발이라고 해서 각종 업계에서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SNS에 릴레이로 고발하는 사건들도 있었다. 이것도 큰 사건이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발표에 넣지 못해 아쉽다.

 

일련의 사건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페미니스트로 거듭났으며, 위에 언급한 단체들 이외에 많은 평범한 여성들이 일상에서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당 안에는 여성위원회의 힘이 강력해 졌으며, 교사집단 내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자각과 실천에 비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은 아직 한참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남성들은 워마드를 빌미로 하여 페미니즘 운동 전체를 비난하고 깔아뭉개려 하고 있으며, 국가는 여전히 임신과 출산 등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일에만 관심 가질 뿐 여성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하다.

 

한국 여자들은 이제 모든 문제를 파악할 때 항상 ‘여성’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노동자 문제를 예를 들어도 거기엔 남성 노동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추가적으로 있다. 똑같이 저임금에 비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일한다 해도, 여성들에겐 립스틱 과 스타킹색을 지정하고 안경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추가적인 문제가 부과된다. 이 문제는 청년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알바노조’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가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난 9월에 중앙대에서 열렸던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일본의 여성문제 활동가들과 한국의 여성문제 활동가들이 함께 연 심포지엄이었다. 여기서 COLABO란 단체 활동가분의 발표를 통해 소녀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JK 비즈니스’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PAPS의 활동가분을 통해 일본 AV 산업 실태와 피해사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 한창 메갈리아가 화제일 때  일본에서도 #남녀가 뒤바뀐 일본사회 - 라는 미러링 운동이 일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한일 연대를 위한 트위터 계정까지 만들어졌었다고 하는데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일본 여성 청년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알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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