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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시각예술가와 동행… “직선 물길에 수돗물 흐르는 ‘가짜’에 익숙하도록 만든 것 큰 문제”
4일 오후,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청계천에 모여들었다. ‘청계천 녹조투어’란 색다른 주제를 내걸고서다. 오염의 상징인 녹조를 감상하겠다는 투어 참가자들은 하자센터의 지속가능한 도시학교 수강생 등이다. 신중하지 못한 도시계획의 표본인 청계천을 직접 구석구석 살피러 나선 것이다. 청계천과 광장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이어지는 답사를 이끈 이는 도시생태를 고민하는 예술가 모임 ‘리슨투더시티’의 박은선씨(32)다.
박씨는 수표교 근처에 이르자 청계천 물속에 손을 담그고 돌 위에 쌓인 모래를 흩어냈다. 모래가 없어지자 돌 위의 검푸른 녹조가 드러났다. 박씨는 “서울시는 녹조를 가리기 위해 가짜 하천에 끊임없이 마사토를 붓고 있지만 근본적 치유가 아니라 겉모습만 꾸미는 화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광화문부터 오간수문까지 이들이 거닌 청계천 구간에는 녹조가 끼지 않은 돌이 없었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광통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하지만 지금 광통교는 새 돌을 덧대 겨우 다리를 이은 꼴이다. 반대로 수표교와 오간수문은 복원한 청계천 폭보다 길다는 이유로 가짜 다리를 놓았다. 진짜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에, 오간수문은 중랑하수처리장에 방치돼 있다.
박씨는 “원래 지형에 대한 치밀한 고려 없이 조경 디자인에 문화재를 맞추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답사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희린씨(20)는 “청계천 복원에 대해 그동안 이렇게까지 몰랐나 싶다”며 “도시개발과 근접한 공학을 전공하지만 이런 일을 알려주는 수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리나씨(24)는 “청계천 공사가 문제라는 걸 얼핏 들었지만 문화적 가치까지 훼손시켰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빗줄기가 드문드문한 저녁, 청계천 곳곳에 붙은 대피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청계천은 비만 오면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 통행이 금지된다.
박씨는 “청계천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가짜에 익숙해지도록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선 물길에 수돗물이 흐르는 가짜 하천을 즐기게 된 사람들은 이제 진짜 하천과 자연물을 오히려 불편하고 낯설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청계천을 자주 찾았다는 이자연씨(23)는 “청계천에서 맥주 마신 사진 같은 게 멋져 보였는데 인공하천을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나를 오늘에야 발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청계천 복원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재복원 계획은 아직 없다. 복원위의 한 위원은 “문제는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손을 댈지 방법적인 부분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청계천을 도심 유원지로 만들 건지, 자연하천으로 복원할 건지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2시간여 청계천을 살핀 일행은 종로5가 광장시장에 이르렀다. 빈대떡 골목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골목은 인공하천처럼 세련되지 않아도 찾는 이들이 줄지 않는다. 빈대떡을 먹던 백정은씨(20)는 “오랜 시간 공들이지 않고 자신의 임기 내에 도시계획을 끝마치려는 당국자들의 성과주의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았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했지만,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나 자취는 전혀 떠올릴 수 없는 공간이 돼버렸다”는 박씨의 말에 이곳저곳에서 일행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4일 오후,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청계천에 모여들었다. ‘청계천 녹조투어’란 색다른 주제를 내걸고서다. 오염의 상징인 녹조를 감상하겠다는 투어 참가자들은 하자센터의 지속가능한 도시학교 수강생 등이다. 신중하지 못한 도시계획의 표본인 청계천을 직접 구석구석 살피러 나선 것이다. 청계천과 광장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이어지는 답사를 이끈 이는 도시생태를 고민하는 예술가 모임 ‘리슨투더시티’의 박은선씨(32)다.
박씨는 수표교 근처에 이르자 청계천 물속에 손을 담그고 돌 위에 쌓인 모래를 흩어냈다. 모래가 없어지자 돌 위의 검푸른 녹조가 드러났다. 박씨는 “서울시는 녹조를 가리기 위해 가짜 하천에 끊임없이 마사토를 붓고 있지만 근본적 치유가 아니라 겉모습만 꾸미는 화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광화문부터 오간수문까지 이들이 거닌 청계천 구간에는 녹조가 끼지 않은 돌이 없었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광통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하지만 지금 광통교는 새 돌을 덧대 겨우 다리를 이은 꼴이다. 반대로 수표교와 오간수문은 복원한 청계천 폭보다 길다는 이유로 가짜 다리를 놓았다. 진짜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에, 오간수문은 중랑하수처리장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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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원래 지형에 대한 치밀한 고려 없이 조경 디자인에 문화재를 맞추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답사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희린씨(20)는 “청계천 복원에 대해 그동안 이렇게까지 몰랐나 싶다”며 “도시개발과 근접한 공학을 전공하지만 이런 일을 알려주는 수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리나씨(24)는 “청계천 공사가 문제라는 걸 얼핏 들었지만 문화적 가치까지 훼손시켰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빗줄기가 드문드문한 저녁, 청계천 곳곳에 붙은 대피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청계천은 비만 오면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 통행이 금지된다.
박씨는 “청계천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가짜에 익숙해지도록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선 물길에 수돗물이 흐르는 가짜 하천을 즐기게 된 사람들은 이제 진짜 하천과 자연물을 오히려 불편하고 낯설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청계천을 자주 찾았다는 이자연씨(23)는 “청계천에서 맥주 마신 사진 같은 게 멋져 보였는데 인공하천을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나를 오늘에야 발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청계천 복원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구체적인 재복원 계획은 아직 없다. 복원위의 한 위원은 “문제는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손을 댈지 방법적인 부분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청계천을 도심 유원지로 만들 건지, 자연하천으로 복원할 건지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2시간여 청계천을 살핀 일행은 종로5가 광장시장에 이르렀다. 빈대떡 골목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골목은 인공하천처럼 세련되지 않아도 찾는 이들이 줄지 않는다. 빈대떡을 먹던 백정은씨(20)는 “오랜 시간 공들이지 않고 자신의 임기 내에 도시계획을 끝마치려는 당국자들의 성과주의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았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했지만,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나 자취는 전혀 떠올릴 수 없는 공간이 돼버렸다”는 박씨의 말에 이곳저곳에서 일행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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